정의선-구광모, 배터리 회동...'K-전기차 동맹' 본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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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구광모, 배터리 회동...'K-전기차 동맹' 본격 시동?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6.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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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 그룹 경영진, LG화학 공장서 회동
양사 "미래 배터리 기술 방향성 등 공유 차원"
정 수석부회장,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만나...
"국내 전기차-배터리 동맹 필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대표가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회동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대표가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회동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들썩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삼성SDI에 이어 LG화학 공장을 직접 찾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역별, 업체별 합종연횡이 대단히 활발하다. 이에 국내서도 재계 1위~4위의 'K배터리 동맹'이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22일 양사 경영진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은 LG화학 오창 공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구광모 LG그룹 대표, 권영수 부회장과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 사장 등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았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LG화학이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또 양 그룹 경영진은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LG화학 오창공장의 배터리 생산 라인과 선행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은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각종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2022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했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국내외 누적 27만여 대를 판매했다. 올 1분기에는 2만4116대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향후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오는 2025년 6.6%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 30년 간 선제적인 R&D(연구개발)투자를 통해 1만 7000건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를 확보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4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는 LG화학으로 25.5%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91% 늘어 성장률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에 대한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화학은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분야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양사간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야기를 나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야기를 나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앞서 현대차-삼성의 만남, SK와의 회동도 기대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전고체 전지 기술 현황을 살피고 미래 전기차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누는 등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관련 사업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일반적인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상용화 된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폭발, 화재 등의 위험성은 낮다. 그러나 고체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가 낮아 성능도 10분의 1에서 100분의 1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삼성SDI는 이를 해결, 성능을 대폭 높인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따르면 1회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할 수 있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하다.

당시 양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술 점검 차원에서 공장을 직접 방문한 것으로 그 정도 수준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 수석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회동은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현황을 살피고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바라보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가운데 전기차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수급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LG화학이 2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1차 배터리 공급사로 이미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G80 전기차, 현대 NE, 기아 CV 등에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업계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이 부회장, 구 대표를 만난 만큼 근 시일 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회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배터리 공급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45'.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45'.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 대세가 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합종연횡, "K배터리 동맹도 필요"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점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현대차-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가 인도네시아에 설립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전용 배터리 셀 제조부터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팩과 시스템 생산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 양사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쟁력은 배터리에서 나오는 만큼 언젠가 본격적인 '동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미 이해관계별로 합종연횡 중이다.

테슬라는 최근 일본 파나소닉과 리튬 이온 배터리 셀 제조 및 공급 3년 계약을 맺었다. 일본 완성차 업체 토요타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 BYD와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 시장 내 토요타 전기차에 배터리를 탑재한다.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업체 궈쉬안 하이테크 지분 25.6%를 인수했고,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와 합작 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LG화학이 지난해 6월 중국 지리 자동차와 배터리 합장 생산법인을 설립해 현재 부지 선정 중이다. 미국GM과는 지난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후 지난 4월부터 오하이오 주에 '얼티움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인 BMW와 2031년까지 3조 8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셀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양사는 2009년부터 함께 전기차를 개발, 2014년 i3와 2015년 i8에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될 만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지역별 움직임도 있다. 유럽연합(EU)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집중돼 있다며 유럽 차원의 배터리 산업 육성에 나섰다. 프랑스,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배터리연합(EBA)의 4년 60억 유로(약 7조9000억 원) 투자가 그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1위였던 중국의 CTAL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재규어는 배터리를 공급 받지 못해 잠시 생산을 중단했다. 이처럼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안정적으로 배터리 공급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다"라며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간의 합종연횡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한국의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해서는 국내 4사의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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