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 화웨이에 애먹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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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화웨이에 애먹는 트럼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17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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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화웨이 제재 일부 완화..미 기업 불이익 막기 위해 규정 변경
화웨이의 영향력 확대됐음을 인정했다는 해석도 나와
화웨이 제재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듯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사진=연합뉴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수출 규제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제재의 칼날을 휘둘렀으나, 그 칼 끝이 오히려 미국 기업들을 향하게 되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화웨이의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됐음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화웨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심도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미 상무부, 화웨이 제재 일부 완화

포브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들이 5G 네트워크 국제표준 설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화웨이와의 협력을 허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이같은 내용의 규정 변경에 서명했으며, 이르면 17일(이하 현지시각) 관련 내용을 연방관보에 공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5월15일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고, 상무부는 화웨이를 포함한 계열사 70여곳을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어 사실상 화웨이의 미국 통신장비 시장 진출을 아예 봉쇄한 것과 다름없는 조치였다. 

그런데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가 막히면서 화웨이가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미국 기업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자국 통신기업들이 화웨이가 참석하는 산업표준 기구에 참석하지 못한 일이 대표적이다. 

국제표준수립회의는 전세계 기업들이 개발한 장비들을 서로 원활하게 호환할 수 있도록 기술적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함께 이 회의에 참여해도 되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탓이다. 미국 기업들이 혼란해 하는 틈을 타 5G 표준 수립과정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사실상 화웨이가 주도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 기업들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자 미 상무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고, 화웨이와 협력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한 발 물러서게 된 것이다. 

주요 언론들은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영향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포브스는 "화웨이가 글로벌 5G 표준에 미친 영향력을 미 정부가 인정한 중대한 변화"라며 "미국은 전세계가 의지하는 국제적 호환성을 위협하면서까지 5G 균열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의 영향력 어떻길래

5G 부문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동통신 국제표준화 단체이자 5G 국제표준을 정립하는 국제민간표준화기구(3GPP)의 5G 표준 정립에 대한 기여도 조사에서 화웨이는 지난해 최고 평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Iplytics)에 따르면, 5G 표준특허 건수 전체의 35%가 중국 기업이며, 그 중 약 15%가 화웨이의 특허 선언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기업들은 약 1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선언은 표준특허와 관련된 특허를 보유하고 있음을 표준화 기구에 신고하는 절차를 말하는 것으로, 기업들의 시장 잠재력을 파악하는 지표로도 사용이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5G 표준에 필수적인 특허는 화웨이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이 국제 연구에 있어서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5G, 사물인터넷, 안면인식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표준 작성과 개발에 앞장서왔다"고 설명했다. 

3GPP의 핵심 회원인 화웨이는 자사의 기술력을 토대로 5G 국제표준 설정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에 가한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업들의 기술 지배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만일 미국 기업들이 5G 표준 수립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경우 미국 기업들은 더 많은 것을 잃었을 것"이라며 "화웨이는 5G에서 특허 점유율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화웨이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업계는 화웨이 제재로 인해 약 70억 달러(약 8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크리스토퍼 테일러는 "화웨이 제재로 인한 미국 반도체 업계의 손실은 연간 약 70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업체인 브로드컴, 인텔, 마이크론, 스카이웍스, 퀄컴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통신칩 제조사 브로드컴은 연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8.7%(약 20억 달러)에 달하며, 인텔 역시 최소 15억 달러의 데이터센터 칩을 매년 화웨이에 판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SA는 "미국 반도체 산업 종사자는 약 25만명"이라며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잃는다면, 이들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간접고용까지 감안할 경우 3~4배의 근로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화웨이 제재 완전히 풀리진 않을 것 

일각에서는 미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화웨이 제재 완화의 첫걸음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에 미국 정부가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이는 화웨이를 위한 것이 아닌 미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통신전문매체인 라이팅리딩은 "세계 통신 업계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지만, 어떠한 낙관론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 정부의 결정은 주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미국은 글로벌 혁신의 리더십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을 보호하는 데 전념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풀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나치게 깊다는 의견도 나온다. 

라이팅리딩은 "미국과 화웨이 사이의 화해는 누구도 심각하게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과 관련된 미국과의 갈등이 여전하고, 영국을 포함한 국가들은 여전히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고, 무역제재가 완화되지 않은 점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써롯닷컴은 "분명한 것은 이번 변경으로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부과한 상업적 제약이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미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보다 미국계 기술 대기업을 보호하는 데 급급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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