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삼시세끼’와 ‘바퀴 달린 집’을 보고 위로를 받는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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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삼시세끼’와 ‘바퀴 달린 집’을 보고 위로를 받는다는 건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17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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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작은 섬에서 자급자족하는 연예인들
‘바퀴 달린 집’, 차에다 작은 집 달고 '전국 유랑하는 연예인들
집과 가족에 대한 로망 자극하는 프로그램들에 사람들이 빠지는 이유는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요즘 방송 프로그램의 큰 흐름 중 하나가 ‘연예인들의 평소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그것도 크게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평소 생활 모습을 관찰하는’ 방송과 ‘특정 상황을 만들어 주고 관찰하는’ 방송으로 나눌 수 있다.

연예인의 ‘평소 생활 모습을 관찰하는’ 방송으로는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등이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리얼(real)’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게 진짜 ‘리얼’일지는 출연한 연예인 본인만 알 것이다. 어쩌면 촬영에 관여한 방송 관계자들도 알지는 모르지만.

연예인에게 ‘특정 상황을 만들어 주고 관찰하는’ 방송 중 눈에 띄는 건 ‘삼시세끼’가 있고 ‘바퀴 달린 집’이 있다. ‘삼시세끼’는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현재 다섯 번째 시즌을 하고 있다. 그동안 농촌은 물론 어촌도 두루 다녔다. ‘바퀴 달린 집’은 지난주에 처음 방송되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사람들은 왜 연예인의 평소 모습을 보고 싶어 할까. 연예인처럼 주목받는 삶은 뭐가 다를지 궁금한 걸까. 아니면 그들도 자기와 다르지 않은 생활인일 뿐이라고 자위하고 싶은 걸까. 연예인 ‘리얼’ 관찰 프로그램, 평소 생활 모습을 관찰하는 방송은 다른 기회에 언급하고, 오늘은 ‘삼시세끼’와 ‘바퀴 달린 집’에 빠지는 시청자들의 속마음을 따라가 본다.

‘삼시세끼 어촌편 5’ 사진=tvN
‘삼시세끼 어촌편 5’ 사진=tvN

가족 역할극을 통해서 보는 우리 가족?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삼시세끼’나 ‘바퀴 달린 집’은 우리네 가족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두 프로그램 모두 출연진은 남자들이다. 성 역할(gender role)을 떠나서 두 프로그램은 평범한 가정에서의 보편적 구성원을 보여준다. 물론 진짜 가족은 아니고 ‘유사’ 가족이다.

‘삼시세끼’에는 세 명이 있다. 우선 집안에서 살림을 챙기는 어머니, 차승원이 있다. 그는 식구들을 위해서 온종일 요리를 한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먹거리를 챙기는 아버지, 유해진이 있다. 그는 식구들 찬거리를 얻기 위해 눈만 뜨면 밭이나 바다에 나간다. 마지막으로 아들, 손호준.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든든한 맏아들이다.

‘바퀴 달린 집’에도 세 명이 나온다. 식구들을 잘 챙겨주고 잘 먹이고픈 아빠 같은, 때로는 엄마 같은 성동일. 맡은 일을 열심히는 하지만 사고를 쳐서 구박받는 맏아들 같은, 혹은 삼촌 같은 김희원. 의욕이 넘치지만 아직은 경험치가 부족한 막내아들 같은 여진구가 나온다.

그런데 그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다. 가족 역할을 연기할 뿐이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그들에게서 진짜와 같은 모습을 본다. 왜 그럴까.

그것은, 두 프로그램에서 펼쳐지는 가족과 같은 출연진들의 일상적인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해서일 것이다. ‘맞아. 저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 게 가족이지’, ‘아, 저들도 우리 가족과 다르지 않구나’ 하는.

‘삼시세끼 어촌편 5’ 사진=tvN
‘삼시세끼 어촌편 5’ 사진=tvN

현대인에게 집은 어떤 의미?

두 프로그램에는 현대인의 주거 형태, 집에 대한 로망도 담겨있다. 이는 재산 개념인 ‘부동산’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지금 방영되는 ‘삼시세끼 어촌편 5’는 출연진들이 남해의 작은 섬에서 자급자족하는 모습을 담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먼 섬, 아무에게도 간섭을 받지 않는 그런 곳에서 가족들과 단출히 살고 싶어지곤 한다. 지인 중에서도 나와 같은 심정을 피력한 이도 있었다. 이는 어쩌면 나와 내 가족이 중심이 되는 그런 곳, 내가 가족을 책임질 수 있고 가족은 나를 챙겨주는 그런 곳에서 정주(定住)하는 삶을 꿈꿔 왔다는 건 아닐까.

‘바퀴 달린 집’은 바퀴 달린 ‘작은 집’을 차 뒤에 연결해서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하는 콘셉트다. 내가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이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내가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문다. 이런 게 바로 노마드, 유목민의 정신이 아닐까. 나와 내 가족이 원하는 곳,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곳에 가서 잠시 머무는.

현대인에게 집은 어떤 공간일까.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는 재산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둥지일 테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잠만 몇 시간 자는 숙소일 테고.

한국에서 많은 사람의 주거 방식은 노마드다. 그들도 어쩌면 정주를 꿈꿀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유목민처럼 이리저리 떠돌아야 하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부동산 때문에도 그렇고, 일자리 때문에도 그렇다. 때로는 교육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방송에서 보이는 건 평화롭고 자유로운 정주민과 유목민의 모습이다. 그런 모습에 시청자들은 빠져든다.

현실 세계에서는 정주할 수도 없고 노마드로만 흘러 다녀야 하는 그들에게는 방송이 어쩌면 ‘나도 저러고 싶은데’ 하는 자조감 섞인 대리만족을 주는 건 아닐까.

‘바퀴 달린 집’ 사진=tvN
‘바퀴 달린 집’ 사진=tvN

따뜻한 밥 한 끼가 채워주는 건?

그런데 두 프로그램에는 공유하는 정서가 하나 있다. 바로 따뜻한 밥 한 끼. 두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모두 아침 일찍부터 끼니를 때우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한다. ‘삼시세끼 어촌편 5’는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거나 해변에서 어패류를 채집한다. ‘바퀴 달린 집’은 차 뒤에다 집을 달고 목적지를 향해 멀리 운전해 간다. 그 모습이 마치 느릿느릿 달팽이 같다.

그런 수고의 결실이 저녁 밥상으로 올라온다. 아마 재료가 변변치 않거나 양념이 이상해도 그 맛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먹는 밥 한 끼는 그냥 밥 한 그릇 이상의 가치가 있으니까.

오늘날 ‘혼밥’과 ‘혼술’하는 모습이 더는 이상한 광경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가족들이 모여서 머리 맞대고 밥을 먹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었다. 사람들이 ‘삼시세끼’나 ‘바퀴 달린 집’을 보면서 위로받았다고 고백하는 지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화면으로 보이는 맛있는 음식도 군침을 돌게 하지만 어쩌면 시청자들을 위로하는 건 밥상을 앞에 두고 둘러 모인 출연진들, 어쩌면 가족과도 같은 그 모습이 아닐까. 나도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도란도란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런 방송들을 보며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가족과 집에 대한 현대인의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채워준 걸까. 혼자 살라고 자꾸만 밀어내는 이 시대에, 혼자 있는 게 편해지는 이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절실하다고 깨달은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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