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무더위 오면 코로나 주춤' 예측은 틀렸다"
상태바
의료계 "'무더위 오면 코로나 주춤' 예측은 틀렸다"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6.16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도·사우디·이란 등 봉쇄 완화 국가, 확진자 다시 늘어
중대본 "지속적으로 밀폐‧밀집‧밀접 시설 방문 자제 당부"
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사진=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전자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사진=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코로나19 가 점차 확산되며 위력을 과시하던 지난 4월만 해도 일각에선 “무더위가 시작되면 감염세가 추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근거는 해당 바이러스가 고온에 취약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일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찾아 온 후 코로나19 확산과 더위는 관계가 없다는 게 정설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인도와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무더위로 잘 알려진 국가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더위에 맥을 못출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오범조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6일 “날씨가 더워진다고 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그렇듯 국내도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섭씨 40도가 넘는 인도에선 지난 14일(현지시간)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1929명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초 하루 3000명대였던 신규 확진자는 고온에도 불구하고 3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달 말 인도 북부 지방은 무려 45도를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고, 같은 달 26일 라자스탄주 추루 지역은 최고 50도를 기록했다. 이같은 살인적 무더위에도 코로나19 확진자는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특히 수도 뉴델리는 지난달 초 300명~400명 수준이던 하루 신규 확진자가 현재 1000명~1500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또 이란 보건부는 15일(현지시간) 정오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전날보다 113명 늘어 8950명이 됐다고 집계했다. 같은 날 기준 확진자는 2449명 추가돼 18만9876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일일 신규 사망자는 지난주까지 70명대를 유지하다가 14일(107명) 두 달 만에 100명을 넘은 데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100명을 넘었다.

인도 접경국인 방글라데시 역시 최근 고온 기후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 최대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3171명의 확진자가 나와 하루 신규 확진자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14일 3471명으로 닷새 전 기록을 추월했다.

방글라데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5일(한국시간) 정오 기준 8만7520명으로 이미 중국(8만3181명)을 추월한 상태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15일 정오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214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는 4만818명이라고 발표했다.

싱가포르에서는 1월23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뒤 누적 확진자 1만명(4월22일)을 넘어서기까지 약 13주가 걸렸다. 이후 14일 만인 지난달 6일에 2만명을 넘겼고, 이어 16일 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 다만 4만명이 되기까지는 22일이 걸려 증가 속도는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었다.

이란 역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2일~4일 사흘간 3000여명씩 발생하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컸던 3월 하순에 이어 두 번째로 최고점을 찍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난 국가의 공통점은 봉쇄령을 완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온도 상승에 기대하는 것보다 개인 및 사회차원의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가 더 효과적이라는 방증이다.

예컨대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1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인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를 해제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을 해제한 이후 지역사회 확진자가 소폭 증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란 보건당국도 영업·이동 제한과 같은 조처를 4월 중순부터 점차 완화하면서 후제스탄주 등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도 봉쇄 조치 완화 뒤 ‘2차 파도’를 겪고 있다.

아울러 캐나다 토론토 대학은 지난 3월20~27일 주요국에서 발생한 37만5600건의 감염사례를 분석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 감소와 온도 상승 간 상관관계는 거의 없거나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가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 시점에 봉쇄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때처럼 바이러스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이상 코로나19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최근 고령의 확진자 중 정확하게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무증상 환자가 다수 있다”며 “이러한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 후 증세가 점점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전날(15일)부터 지역사회 확진자가 20명대로 감소했으나, 수도권 지역에 대한 강화된 방역조치를 해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는 밀폐‧밀집‧밀접된 시설에서는 모두 발생 가능하므로 동호회 및 종교 소모임 등을 연기하고, 유흥시설·주점·노래연습장·PC방 등의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도 손씻기, 마스크 착용, 2m 거리두기 등을 실천해 주길 바란다”며 “고령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중증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고령층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65세 이상 어르신은 창문이 없거나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장소에서의 모임은 가지 말고, 불가피하게 참석하더라도 식사·노래부르기 등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