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Fed 행보, 글로벌증시 변동성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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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Fed 행보, 글로벌증시 변동성 키우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16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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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16일부터 개별 회사채 매입 시작
전문가들, 좀비기업 확대 우려..경제에는 부정적 요인
최근 증시 강세는 개인 투자자들의 강한 낙관론 덕분
코로나19 재확산·경제재개 철회 가능성 등 감안하면 변동성 확대될 듯
월가 표지판. 사진=연합뉴스
월가 표지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전일 급락했던 한국의 코스피 지수가 16일 반등에 나서고 있다. 오후 2시40분 현재 무려 4%대가 넘는 강한 반등을 보이며 2100선 위로 재차 올라섰다. 코스닥지수는 5%대 강세를 기록중이다. 

국내증시 뿐만 아니라 일본 증시, 대만 증시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다. 연준은 16일부터 유통시장에서 개별 회사채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15일(이하 현지시각) 다우 지수는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고, 16일 아시아 증시 역시 일제히 반등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증시로 확대되는 연준의 영향력

호재와 악재의 비중만 따지자면, 악재가 더 많았던 시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미국은 물론 중국 베이징에서도 코로나19의 2차 확산 물결이 눈에 띄게 강해졌고, 연준이 지난 FOMC에서 밝힌 것과 같이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크다.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강하게 반등한 것은 연준이 증시를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장이 환호한 호재는 사실상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지난 3월23일 연준은 성명을 통해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기구(SMCCF)를 설치해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와 ETF를 사들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미 연준법에 따르면, 연준은 은행이 아닌 개인이나 기업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제공할 수 없다. 그래서 별도 기구를 설치해 간접적으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지난 15일 연준은 3월 당시 예고했던 회사채 매입을 16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SMCCF를 통해 최대 75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이 가능하다. 현재 연준이 개별 회사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대상에는 3월22일 이전에 투자등급이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투기 등급으로 강등된 일명 '타락천사' 기업들이 대상에 포함됐다. 포드 등이 대표적이다.

5년 이내 만기의 회사채를 유통시장에서 사들이는 등 개별 회사채까지 지원한다는 것은 연준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스티븐 프리드먼 맥케이쉴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로 개별 기업들의 채권을 매입하기로 한 결정은 당초 구상했던 소극적 접근 방식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현재 진행중인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도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연준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신용시장은 광범위한 지원을 필요로 하고, 연준이 응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행보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글로벌 증시는 환호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들려온다. 투자자들은 마치 '연준이 모든 악재를 해결할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나, 연준의 휘두르는 힘으로 인해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채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을 무작위로 살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일반적으로 좀비회사란 이익보다 부채이자가 더 많이 들어가지만 각종 지원을 통해 겨우 살아있는 회사를 의미한다. 

월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토퍼 월런 대표는 "연준이 이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지난 15일 발표한 개별 회사채 매입이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연준은 시장 상황을 용인할 수 있는 정도로 유지시켜주는 것 이외에, 이런 일까지 뛰어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뉴스 매체인 악시오스는 미국 회사 5곳 중 1곳이 좀비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토르스텐 슬뢰크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좀비 기업으로 인해 더욱 경쟁력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좀비 기업의 확대는 거시경제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연준이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개별 회사채를 사들임으로써 비생산적인 기업들이 늘어나 궁극적으로 경제의 장기적인 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그는 "제로 금리에 대한 연준의 의지와 신용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고려할 때 좀비 기업의 확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14일 해외경제포커스 '코로나19 이후 미국기업 부실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 문제는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으나, 기업 부채 상환 능력이 저하될 경우 실물 경제 회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연준은 엄청난 기업들의 파산을 연기했을 뿐"이라며 "소수의 좀비들이 전체 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경제 회복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된다"고 우려했다. 

뉴욕 다우지수 추이.
뉴욕 다우지수 추이.

개인 투자자가 끌어올린 주가...향후 변동성 불가피

실물 경제의 회복 없이 주식시장의 강세가 오랜동안 이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물 경제의 회복 없이는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이 쉽지 않다는 것. 

현재 주식시장의 강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낙관론이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에 따르면, 향후 6개월간 상승장을 예상한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은 지난 달 23%에서 이번 달 34%로 11%포인트 높아졌다. 그만큼 투자심리가 강해졌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브레드 라멘스도르프 어드바이져쉐어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많은 투자자들이 정말로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상대강도지수(RSI)를 비롯한 일부 지표는 주식들이 과도하게 매수됐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주식들이 과도하게 오른 반면, 가격 메리트가 있는 일부 종목들의 경우 여행 등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  

그는 "최근 주식시장이 저점을 찍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며 "나는 여전히 약세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 전역을 비롯해 중국 베이징 등에서 나타나는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을 우려하며, 이것이 주식시장의 반전을 가지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투자전략가는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의 경제재개 철회 가능성 등 월가의 험난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반등은 이제 엄청난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업장과 사람들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다시 셧다운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버킹엄웰스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제러드 카이저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증시 반등을 이해하려고 애써왔다"며 "그러나 시장은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고, 나는 향후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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