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2G, 추억 속으로…남은 문제는 '010번호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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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2G, 추억 속으로…남은 문제는 '010번호통합'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6.15 17:3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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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통신강국에 올려 놓은 2G·CDMA
SKT·과기정통부, 내달 중 2G 종료 확정
비용·품질·재난문자 등 다양한 문제 제기
010번호통합, 시민단체 "01X 계속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
정부·법원은 불허, "국민적 편익 위해"
추억의 2G 휴대폰. 사진=연합뉴스
추억의 2G 휴대폰.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SK텔레콤의 2세대 이동통신(2G) 서비스가 오는 7월 종료된다. 이에 따라 기존 '01X번호'의 '010번호통합'이 최대 1년 안에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01X 이용자들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이하 SKT)이 이동통신 2G 서비스를 폐지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에 신청한' 기간통신사업 일부 폐지신청' 건에 대해 이용자 보호조건을 부과해 승인했다고 밝혔다.

SKT는 지난해 11월, 올해 1월 2G 서비스 폐지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이용자 보호 대책이 미흡하니 보완책을 강화하라면서 신청을 반려했다. 그리고 지난 4월 SKT는 세 번째로 신청했고, 과기정통부는 2G망 점검을 위해 전문가 그룹, 장비제조사와 4회에 걸쳐 현장 점검과 회의를 실시한 결과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에 SKT는 내달 6일부터 2G 서비스를 도, 광역시, 수도권, 서울 등 장비 노후화가 심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종료할 계획이다. SKT는 승인일부터 20일 이상 경과 후 폐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또 승인 직후부터 폐지 사실을 이용자에게 통지한다.

과기정통부가 내세웠던 이용자 보호 조처는 크게 3가지다. 우선 기존 가입자가 원한다면 3G, LTE로 이동해도 2G 요금제를 그대로, 무기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요금 지원도 있다. 새로운 단말기를 구입시 30만원을 지원(또는 무료 단말기 10종 중 선택 택일)받고, 2년 동안 월 요금 1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또다른 요금 지원은 2년간 이용 요금제의 70%를 할인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만약 해지하거나 번호 이동을 할 경우 5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3G 이상 서비스로 전환하는 경우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전화 전환 혹은 방문 서비스(65세 이상)도 가능하다.

01X 번호를 보유 중인 2G 이용자는 서비스 전환 후에도 2G 주파수 종료 시점인 내년 6월까지는 기존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 이후 010으로 바꿔야 한다.

◆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CDMA, 퀄컴의 성장 동력이 됐다

약 20년 전 통신사들의 휴대폰 광고에는 'CDMA'라는 문구를 상당히 강조했다. 당시 유행했던 휴대폰인 '걸면 걸리는 현대 걸리버', 딸깍 소리가 일품이었던 모토로라의 '스타택', 지금의 '갤럭시'를 있게 한 삼성의 '애니콜', 애니콜과 호각이었던 LG의 '싸이언' 등에는 항상 'CDMA' 문구가 새겨져있었다.

사실 CDMA(코드 분할 다중접속)는 대한민국을 통신 강국 반열에 올려 놓은 1등 공신이다.

1996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은 '디지털 011'이라는 이름으로, 신세기통신은 '파워디지털 017'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CDMA 기반 2G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선 1984년부터 시작된 1G는 아날로그 통신으로 단순 음성통화만 가능했다. 하지만 2G는 1G와 달리 문자와 무선인터넷이 가능했다. 이는 CDMA가 기존 FDMA(주파수 분할 다중접속), TDMA(시간 분할 다중 접속)에 비해 엄청난 개선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아날로그 시스템에서는 전력제어는 역방향으로만 가능했다. 하지만 CDMA는 순방향으로 빠르고 정밀하게 가능하게 했다. 또 광대역 채널을 모든 기지국에서 재사용해 가입자 수와 시스템 용량을 늘릴 수 있었다. 송신전력도 낮았고, 가변 속도 음성 통신이 가능해졌다. 보안성도 향상됐고, 다른 사용자에 의한 간섭도 줄었다. 덕분에 1G에 비해 통화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

CDMA의 원천기술은 미국 퀄컴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CDMA가 크게 성공하면서, 퀄컴은 막대한 로열티을 받아내며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 실장은 "우리나라는 2G CDMA를 미국의 퀄컴과 함께 상용화에 성공함에 따라 글로벌 통신 표준의 양대산맥중 하나를 제시하며 여태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면서 "한국이 통신강국이 되는 기반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 실장이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SKT의 '2G 서비스 폐지' 신청 건에 대해 이용자 보호조건을 부과하여 승인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 실장이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SKT의 '2G 서비스 폐지' 신청 건에 대해 이용자 보호조건을 부과하여 승인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G 종료는 필연적

과거 찬란한 영광을 누렸지만 시간의 흐름과 기술 발전에 따라 2G의 종료는 '어쩔수 없는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KT는 이미 2012년 2G 서비스를 마쳤고, SKT는 지난해 2월 연내 종료를 예고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2G 주파수 사용 만료일이 1년 남은 만큼 조만간 대책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국내 2G 이용자는 약 90만명으로 SKT 2G 가입자가 38만4000명이다. 여기서 비용 효율 및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2G망 800Mhz 주파수 대역 유지에만 수백억원이 들고, 2G 서비스 전체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그 이상의 비용이 든다. 이들 관련 비용을 010 이용자들이 부담하게 되므로 비용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지·보수가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있다. 2G 장비는 1996년부터 약 25년간 운영 중이기에 고장 빈도가 나날이 늘어간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환기 고장률은 132%, 기지국·중계기 고장률은 139% 증가했다. 또 예비부품 부족으로 수리 불가 품목 존재, 장비별 이중화 저조 등의 문제도 있다.

이런 이유로 2G 이용자중에 서비스 품질 저하를 토로하는 목소리도 크다. SKT의 2G 종료에 대응하는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카페의 회원들은 "XX지역 통화 불량", "잘되던 통화가 6월 들어 엉망", "2G 스마트폰 전화수신 불가현상" 등의 글을 통해 통화 품질이 안 좋아졌다고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전 국민에게 재난 문자가 하루에도 여러차례 송신되고 있다. 하지만 '2G폰' 대부분은 재난 문자를 받지 못한다는 맹점도 존재한다. 사실 2G망 자체는 재난문자 송수신이 가능하지만 2G망을 사용하는 휴대폰 대부분이 '긴급재난문자 수신기능(CBS)'을 갖추지 못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유료서비스인 SMS나 MMS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지자체들에게 망 사용료 부담이 발생한다"며 "재난문자 수신을 위해서는 통신 세대 전환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G망을 계속 운영하면 장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로 인해 망 복구가 일부 불가하거나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있어 이용자 안전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2G망을 운영하는 것이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문제는 '010번호 강제 전환'...정부·법원 "국민적 편익 위해" 

일단 내년 6월까지는 01X 번호를 3G·LTE·5G로 이동해서 쓸 수 있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사실 2G 종료와 01X 번호 폐지는 다른 문제다. 2G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도 '010번호통합정책 반대'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측은 "이동전화 이용자가 사용하던 01X 식별번호의 강제 010통합을 반대한다"며 "사용하던 식별번호 그대로 3G·LTE·5G 등 이후 세대 이동통신에서도 사용하도록 주장하고 그에 수반되는 활동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카페는 지난해 6월 SKT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에서 패소했고, 오는 24일 2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카페 회원들은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법원은 '3G 이상에서는 010 번호만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하고 있다. 010으로 번호를 통합하는 것이 국민의 전체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진행된 '010번호통합'은 식별번호의 브랜드화를 방지하고자 마련됐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유무선 통신번호는 국가의 유한한 자원이다. 하지만 2G 출범 당시 '스피드011' 같은 문구를 통해 식별번호가 마치 해당 통신사의 브랜드처럼 인식됐다. 때문에 이용자들에게도 '01X는 구입한 내 번호'라는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식별번호 마케팅이 이용자 차별과 통신사 경쟁 저하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010번호 통합으로 이를 개선하고자 했다.

주파수의 효율성도 고려 사항이다. 01X가 사용하는 800Mhz 대역은 회절성(휘는 성질), 직진성이 뛰어난 '황금 주파수'다. 그런데 5G망에 부족한 것이 회절성과 직진성이다. 2G 주파수 할당기한은 내년 6월까지로 과기정통부는 해당 주파수를 5G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며 휴대폰 뿐 아니라 TV, 냉장고 등 각종에도 전화 번호가 부여되는 IoT(사물인터넷)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01X의 010번호 통합이 이뤄지면 대량의 번호 자원 확보도 가능해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번호 통합시 전기 통신 번호가 약 4억개 가량 새로 만들어진다"며 "추억이나 개인적 불편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01X 번호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상당한 사회적 낭비로 본다"고 말했다.

또 모두가 010번호를 사용하면 향후 전화를 걸때 '010'을 생략하고 뒤의 8자리만 눌러도 통화가 가능해진다는 소소한 편리함도 있다.

지난 2013년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국민 권리 침해를 이유로 들어 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한 것도 이런 국민적 편익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G 서비스가 제반 절차에 따라 마무리될 수 있도록 고객 안내 및 서비스 전환 지원 등 이용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CDMA 신화'의 주역인 2G 서비스 종료를 계기로 5G 시대에 더욱 차별화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2G 이용자들이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망 장애 위험성이 낮은 3G 이상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조처를 했다"면서 "향후에도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업들이 시장변화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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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완 2020-06-22 20:51:48
수십년간 사용한번호를 1개 기업을 위해서 2g폐지라니 과연 있을수 있나요? 평생 011번호를 사용할수 있도록 해 주도록 방법을 강구해야할것 아닌가요? 아 ~ 열받아 미치겠네요.

박상준 2020-06-17 11:02:05
이정부도 국민보다는 기업편이군요

박승훈 2020-06-17 05:18:33
이게 공정한건가.?국가 주도적으로 010으로 통합하는게?

SKT 2020-06-16 07:19:25
011 이동전화를 30년 가까이 이용한 가입자는 늘 손해만 보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