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경기 회복 멀었다" Vs. 트럼프 "연준 또 틀렸다"...누가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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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경기 회복 멀었다" Vs. 트럼프 "연준 또 틀렸다"...누가 옳을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12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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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경기회복 더디다".."고용시장 여전히 최악 상황"
트럼프 "연준은 자주 틀린다..경기 회복 빠를 것"
연준, 제로금리·경기부양책 유지 방침에 경제학자들 의견 분분
과도한 개입에 대한 부작용·부의 불평등 등 논란 커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 주식시장은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무색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여기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영향을 미쳐왔다. 주식시장은 연준의 '입'만 바라보며 실물경제는 무시한 채 달려온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 경기회복이 더디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경기 회복이 더디다는 파월 의장, 그리고 연준이 틀렸다는 트럼프 대통령. 과연 누가 옳을까.  

"경기회복 더디다"는 연준 vs "파월이 틀렸다"는 트럼프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초로 1만선 고지를 넘어섰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페이스북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여전히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 증시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코로나19 우려를 모두 떨쳐낸 것은 물론 또다른 신고가를 향해 달렸다. 이것을 가능케했던 것은 연준의 전례없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이었다.

연준은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 인하,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 원활한 신용 거래를 위한 9개의 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그야말로 '바주카'를 쏘아댔고, 이것은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주식시장은 연준만 바라보며 위로, 또 위로 치솟았던 것이다. 

그런데 파월 의장은 경기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부 경제지표가 반등했고, 미 전역에서 경제 재개가 이뤄졌고, 주식시장이 이토록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더디다는 평가였다. 제로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며,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임도 시사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발언이었다. 투자자들은 경기가 나아졌다고 믿어왔지만, 파월 의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견해를 유지한 것이다. 

파월 의장의 입에만 주목해 온 미 증시는 다시 고꾸라졌고, 월가의 공포지수라고도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는 무려 48% 급등했다. 이는 2년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일부 외신은 파월 의장이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됐다는 평가까지 내놓았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연준은 자주 틀린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기 회복이 가장 큰 과제인 만큼 파월 의장의 언급이 못마땅했던 것.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3분기 경기는 좋을 것이고, 4분기는 더더욱 좋아질 것이며, 2021년은 그 어느 때보다 최고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회복' 두고 전문가들도 왈가왈부

'경제회복 속도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파월 의장과, '연준은 자주 틀린다'는 트럼프 대통령.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지표가 서로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경제지표는 고용이다. 당초 예상을 뒤엎고 5월 고용보고서는 서프라이즈 수준이었다. 5월 실업률은 전월(14.7%)에 비해 소폭 개선된 13.3%를 기록했다. 당초 시장은 실업률이 20%에 육박할 것을 예상했으나, 이를 크게 빗나간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V자형을 넘어 로켓처럼 반등하고 있다"며 "오늘은 아마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기의 날"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더딘 회복이 예상됐던 고용지표에서 바닥을 친 것으로 나타났으니, 미 경제 역시 '로켓처럼'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근의 증시 반등 역시 경제가 다시 살아날 징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연준을 비롯해 신중론자들은 노동시장이 극도로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은 "5월 실업률이 예상외로 개선됐지만, 2월 이후 일자리 약 2000만개가 사라졌고, 실업률 역시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며 여전히 최악의 수준임을 강조했다. 

미 전역에서 경제가 재개되면서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6월 첫째주 실업수당 청구건수인 154만건은 평년의 22만건에 비하면 여전히 7배나 많은 수준이다. 

특히 연방 특별실업수당이 오는 7월31일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연장될지 여부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상반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있는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파월 "모든 정책수단 동원하겠다"

파월 의장은 이같은 판단을 근거로 경기부양책이 더욱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금리 인상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경제를 위한 지원 제공"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서는 2022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도 "도전적인 시기에 미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자산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연준은 매월 국채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를 매입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 회복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만일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될 경우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소시에떼제너럴의 전략가인 키트 주크스는 "연준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달러는 더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붕괴 이후 연준은 양적완화 정책을 몇 년 간 지속했는데, 이로 인해 6년간 달러 가치가 40% 하락했다는 것.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이를 언급하며 "연준은 향후 몇 년 간 달러화 약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융이 경제를 지나치게 앞서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파월 의장의 시각대로, 경기회복이 상당히 더딘 상황이라면 적절한 수단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

모건스탠리투자운용의 앤드루 슬림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채권 매입 등 경기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한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살아날 것"이라며 "이는 주식시장을 계속 상승세로 유지할 수 있게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부양책이 부의 불평등 이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연준의 경기부양책이 실물경제가 아닌 월가에만 집중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연준이 유지하는 저금리는 주가 상승을 이끌고, 대출을 쉽게 만드는데, 실제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직업이 없어 대출 자체가 어렵거나, 주식 투자에 나서기 위한 목돈을 아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연준의 대응으로 인해 부의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됐다"며 "그들은 자산 가격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시켰고, 이 자산들의 대부분은 부자와 백인 계층이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연준이 비상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한정돼있고, 이는 메인 스트리트보다 월스트리트에 훨씬 더 많은 부력을 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역시 "파월 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장관은 노동자 대신 금융계를 구제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밋 롬니 공화당 의원 역시 "경제를 다시 돌아가게 하려면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말에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부를 재분배하는 것은 연준의 역할이 아닌 의회의 역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이자 하버드대학 교수는 "이것은 연준이 아닌 의회가 잘못한 것"이라며 "연준이 해야 할 일은 경제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고, 대통령과 의회가 해야 할 일은 보다 공정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조세제도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타임지 "연준 대차대조표 악화 우려해온 파월..지금은 누구보다 적극 개입" 

일부 외신은 파월 의장의 성향이 완전히 바뀐 점에 주목했다. 

미 타임지는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연준의 대차대조표 악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온 파월 의장이 지금은 연준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개입을 주도하는 인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당시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년에 걸쳐 1조4000억달러 확대된 반면, 지금은 3개월만에 2조9000억달러 늘었다는 것. 여기에 파월 의장은 필요하다면 대차대조표를 무한정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기존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연준의 과도한 개입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타임지는 "연준이 계속해서 경제의 더 깊숙한 구석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더욱 빠져나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것이 미래의 경제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베르토 페를리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한 번 선을 넘으면 정말 되돌아가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 역시 이같은 위험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있고 싶지 않은 영역으로 끌려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내가 걱정하는 것은 연준이 지금처럼 심각한 비상사태에서만 이같은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더 자주 사용하기를 원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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