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김부겸, 차기 대선 출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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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김부겸, 차기 대선 출마해야 한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0.06.12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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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대권보다 당권 도전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의 뒤를 이을 당 대표를 선출한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면 권한과 함께 책임은 막중해진다.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 현재로선 대통령 선거 직후에 있을 지방선거까지 진두지휘하게 되는 자리가 신임 당 대표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의 대구 지역구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부겸 전 의원은 배수진을 친 모양새다. 현 정부에서 장관까지 역임했던 김 전 의원이 노릴 자리는 분명히 대선인데 왜 당권으로 목표를 바꾸었을까.

여러 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대권은 유력한 후보들이 있고 대구에서 재선하지 못해 추진 동력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편으로 당 대표를 하게 되면 몸값이 올라가고 주목을 받으면서 차기는 아니더라도 차차기 기지개를 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의 ‘대권 포기-당권 도전’이 불러온 파장

어쨌거나 대권으로 바로 도전할 것으로 보인 김부겸 전 의원이 ‘대권 포기, 당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8월 전당 대회 함수가 복잡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당 대표 선거의 중요한 기준으로 임기를 채우는 당 대표냐 아니면 대권 도전으로 떠날 당 대표 도전자일지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고민이 많아지게 된 인물은 이낙연 의원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이고 지난 총선에서 큰 표 차이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으면서 날개를 달았다. 대선 가도를 더욱 다지기 위해 당권 도전을 예고하고 나선 마당인데 김 전 의원의 도전은 복병이 된 까닭이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당규에 당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경우 대선일 1년 전에 당 대표를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것인 마냥 들리기 시작한다.

과연 그럴까.

김부겸 전 의원은 많은 이들에게 대선 후보감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런 점에서 당권을 위해 대권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당권과 대선 모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김 전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구분하지 말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당 대표 임기’때문이다. 대선 후보로 나서든 아니든 당 대표는 당을 대표하는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 당규에 당 대표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충분히 적혀 있다. 당을 대표하고 당과 관련된 각종 사무를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위치에 있다.

당 대표 역할을 잘 하고도 대선 후보에 나서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일지라도 당 대표가 더 적임이라면 되고 난 후 판단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권 도전, 대권 포기’를 의미한 발언이 있었다면 당 대표 당선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이해된다.

당원들을 비롯한 당내 구성원들이 선택하는 누군가를 당대표로 선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당 대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 대표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여부가 당 대표 기준이 된다면 아예 대선에 나갈 후보는 얼씬 말라는 엄포나 다름없다.

당 대표의 임기보다 왜 당 대표가 되려고 하는지 어떤 비전으로 당을 이끌고 갈지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옳은 일이다. 김부겸 전 의원이라면 ‘당 대표 임기’를 기준삼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후보이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나누지 말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 도전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유권자와 약속’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25~29일 실시한 조사(전국2537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1.9%P 응답률4.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선호하는 후보가 누구인지’물어보았다. 이낙연 의원이 34.3%로 가장 높고 김부겸 전 의원은 1.8%에 그쳤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바닥을 헤매고 있기 때문에 대선이 아닌 당권이라도 확보하자는 복안이라면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김 전 의원은 총선 지역구 선거에서 대선에 나갈 것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큰 표 차이로 졌다고 해서 지역구민들과의 약속이 사라지지 않는다. 당선되었다면 대통령 선거에 나갈 것이고 낙선했기 때문에 당권이 우선이라면 ‘약속’은 사라지고 만다.

김부겸 전 국회의원(왼쪽)의 '대권포기, 당권도전' 시사 발언이 이낙연(오른쪽) 대세론으로 굳어지던 8월 전당대회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사진은 2018년에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일하던 당시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치인의 '약속'은 중요하다

그저 그런 정치인이 아니라 김부겸 전 의원의 미래와 가치에 기대하는 국민들의 비중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로 갈음되지 않는다. 대선에 나가지 않고 당권만 노리겠다고 말하는 것이 전당 대회에서 얼마나 유리한 국면을 만들지는 몰라도 ‘약속’에 배치된다. 당권에 도전해서 만약 성공하면 열심히 당 대표 역할을 다하고 대선 가능성은 국민들의 평가를 받으면 될 일이다. 선거 운동의 ‘약속’은 낙선자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김 전 의원이 차기 대선에 도전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지역의 상징성’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경기도 군포에서 국회의원을 몇 차례 역임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대구로 내려갔다. 몇 번 도전했지만 대구에서 민주당 깃발을 꽂기는 어려웠다. 천신만고 끝에 2016년 총선에서 김문수 후보를 물리치고 지역에 발을 들였다. 영남은 보수 정당의 텃밭이라는 공식을 무너트렸다. 단순히 한 석이상의 가치가 있는 결과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아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 모델을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어 행정 경험을 쌓았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은 후보자가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의 조사에서 이낙연 의원이 우위를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의 민주당 대선 후보’는 매력적인 상징이다. 정치인에게 당선이 가장 좋은 선물이겠지만 국민들은 도전하는 모습에 더욱 열광한다. TK 출신으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있지만 이 지사는 현재 경기도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당장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도 못한다.

앞으로 1년 이후에 여당 내 대권 후보 판세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지지층의 폭 넓은 선택과 국민들에게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대통령 감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무대 위에 올라야 한다. 이낙연 의원도 마찬가지다. 현 시점에서 유력한 후보이지 앞으로 지지율에 어떤 변화가 올지 알 수 없다.

당 대표가 되면 다음 대선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풀이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1년 여 후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평가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변화 결과에 따라 영향 받는다. 미래통합당이 어떤 후보 카드를 빼들고 보수 정당이 얼마나 살아날지 여부도 2022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준다. 미리 예단해서 ‘대권 포기’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전당 대회에 나설지 말지 그리고 대선에 나갈지 말지는 후보 개인의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의원의 ‘당 대표 임기 준수’ 취지는 오는 8월 전당 대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심지어 당사자들이 부인했지만 김부겸 전 의원과 정세균 국무총리 사이에 역할 분담론까지 언론에 거론될 정도다.

정치적 유·불리보다 중요한 것

정치적으로 따진다면 최종 결과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유권자들의 판단은 그렇지 않다. 당 대표가 되고 싶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출마해야 한다. 아울러 차기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정치인들은 당내 대선 경선에 모두 나서 평가 받아야 한다.

김부겸 전 의원의 ‘당권 목표’ 전략은 존중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당 대표의 임기’, ‘유권자와 약속’, ‘지역구의 상징’을 감안한다면 ‘대권 포기’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그것도 지역구에서 낙선했고 지지율이 낮기 때문이라면 더더욱 실망스럽다. 오히려 지역구 관리를 참으로 잘했는지 되돌아 볼일이다. 차기 대권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율이 낮다면 왜 그런지 분석이 더 필요하고 보완하면 된다. 특히 지역구민과 약속은 매우 중요하다. 김 전 의원이 확보하고 있는 ‘신뢰’ 중에는 국민들과 약속을 잘 지켜온 공이 크다.

대구가 아니라 수도권에 출마했다면 당선 가능성은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대구에 출마한 김 전 의원을 그래서 좋아하는 국민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김 전 의원도 차기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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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때리기 2020-06-12 11:36:16
논리는 그럴싸한데 결국 배종찬이라는 자는 이낙연패거리구만. 김부겸은 차기 대권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당권이라도 잡으려고 저러는 것인데 그게 뭐가 문제인가. 그 보다 이낙연은 당권에 나서면 안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