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91원, 3개월만 최저..."하락세 판단은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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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191원, 3개월만 최저..."하락세 판단은 일러"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6.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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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 초반에서 하락 마감했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6.50원 하락한 1191.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5일 1181.20원 이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 달러환율이 3개월 만에 1100원대를 회복하며 1197.7원으로 하락 마감한데 이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환율 하락 기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율 하락의 주요한 원인으론 국제 금융시장 내 달러화 강세 분위기가 누그러진 부분이 꼽힌다.

◆미 연준, 양적완화에 위험자산선호 심리까지 달러 약세 부추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중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면서 달러화 약세를 부추겼다. Fed가 경기회복을 위해 국채와 회사채를 매입하면서 시장에 달러 유통량이 늘어난 결과다. 

Fed의 보유채권 등 자산은 지난달 25일 7조97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대규모 국채 매입을 비롯한 양적완화 정책 도입 전 3월 2일 4조 2415억 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달러화는 어제, 오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완화적 정책 기조를 다시 확인할 것이라는 예상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11일 새벽으로 예정된 FOMC의 성명서에 저금리 기조와 자산매입 강도 유지와 긍정적인 경제 전망을 담을 경우 향후 추가적인 달러화 가치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요 6개 통화에 달러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지난 5월말 100선에서 떨어진 96선을 기록하고 있다.  

데렉 할페니 MUFG(미츠비시 UFJ 파이낸셜그룹)분석가는 "연준은 코로나19에서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완화적인 정책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유지할 것이며 달러 약세에 영향을 줄것이다"라며 "연준의 정책 가이던스는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 향방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FX연구원 또한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재개 기대감에 힘입어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진 부분도 달러 약세에 영향을 끼쳤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의 FOMC 결과를 앞두고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지만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기술주 매수 규모 증가로 나스닥종합지수는 장중 처음으로 1만선을 돌파했다. 이후 9953.75로 상승폭을 줄이며 마감하긴 했지만 이 또한 사상 최고치다. 지난 3월말 저점 기준 45% 가까이 상승했다. 

MSCI 신흥시장 주가지수 또한 이번달 들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3일 758.20이었던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 9일 1009.01을 기록하며 시장의 위험자산선호 심리를 확인시켰다. 

자료제공=investing.com

MSCI 신흥국 통화지수 또한 지난 3월 23일 1547.33에서 지난 9일 1604.43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주요 28개국 통화의 평균 절상률은 3.6%로 나타났는데 달러 강세로 크게 훼손됐던 신흥국 통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헤알화는 이 기간 11.4% 상승했고 체코와 인도네시아 통화는 각각 5.8%, 5.6% 올랐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통화 또한 5.2%, 4.9% 상승했다.

자료제공=investing.com

김효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달러 약세 및 신흥국 통화 강세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비교적 더디게 진행될 실물 경기 회복 등을 감안할때 향후 원화 추가 강세는 완만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원화 강세 요인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을 제한하는 요소들이 여전해 확실한 판단은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 2차 유행 가능성에 미·중 갈등 우려까지 원·달러 환율 하락 지속될까

우선, 대내외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2차 유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3일 코로나19 관련 중증 환자 및 위중환자는 총 8명으로 103일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왔지만, 불과 6일 뒤인 9일 18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277명, 경기 부천 소재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 139명, 수도권 개척교회 관련 확진자 88명, 서울 관악구 소재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 68명, 서울 양천구 운동시설 관련 확진자 51명 등 수도권 내 집단감염이 확산되며 바이러스가 전파된 집단 중 취약집단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부 국가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미주대륙과 남아시아를 포함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지역이 있다며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WHO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루에만 전세계 확진 13만6000건이 추가로 보고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현재 유럽의 코로나 전파는 개선되고 있지만 세계 전체로 봤을땐 악화되고 있는 중"이라며 "국가별 제한조치가 해제되며 갈수록 인파가 몰리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며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중간의 갈등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국은 중국에 코로나19바이러스 전파책임을 묻겠다는 엄포를 시작으로 중국상대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은 농산물을 비롯한 천문학적 규모의 수입 약속 등을 통해 미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미국은 강경 대응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 시키며 대응 수위를 맞춰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홍콩에 부여한 특혜를 없애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양국의 갈등 국면 지속으로 교역환경이 악화되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을 상대로한 중국의 수츨을 우리나라가 대체한다면 긍정적이겠지만, 한국으로부터 중국이 수입하는 중간재로 생산하는 최종재의 수출이 줄어든다면 결국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감소할 것"이라며 "무역분쟁 장기화로 중국 내수 자체가 위축되면 전 품목에 걸쳐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 펀더멘탈 위기가 여전한 것도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 하락을 제한할 수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3만명으로 1년전보다 39만2000명 감소했다. 

지난 3월 19만5000명, 4월 47만6000명 감소한데 이어 석달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개월 연속 취업자 수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10월~2010년 1월,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며 감소폭은 훨씬 큰 수준이다. 

당시 취업자 수 감소폭은 2009년 10월 6000명, 11월 3만4000명, 12월 3만4000명, 2010년 1월 1만명이었다. 

경제활동인구는 2820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5만 9000명 줄어들었다. 

구직 의지가 없으며 취업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는 작년 동월보다 55만5000명 늘어난 165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구직단념자 또한 57만8000명으로 1년전보다 3만9000명 증가했다. 

실업자 수는 13만3000명 늘어난 127만8000명, 실업률은 0.5%포인트 오른 4.5%를 기록했다. 이같은 실업자와 시업률 수치는 같은 달 기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같은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게금융회의에서 "고용시장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한 전형적인 모습으로 정부에서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코로나19의 1차 고용시장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하지만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부분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국내외 경제회복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현실화되지 못한다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실물경제에 대한 위기가 지표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 하락 압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원·달러 환율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여러가지 상황들이 혼재된 마당에 추후에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달러 약세가 진행되고 있지만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200원대가 깨져버린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역외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를 예상하며 시장 분위기가 전환된 면이 있지만 변동 가능성이 여전한 상확에서 하락세를 확신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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