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손실에 감원 나선 손정의..'코로나19 계곡' 빠져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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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손실에 감원 나선 손정의..'코로나19 계곡' 빠져 나올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1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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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일본의 워런버핏'이었던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회장
잇단 투자 손실로 직원 대규모 감축..일본 본사 직원들도 이직 고려중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도 이사직 물러나..오랜 협력자 떠나 손 회장 압박 클 듯
레모네이드 IPO·미 인종차별 시위 맞선 유색인종 펀드는 주목
비전펀드 2호도 중국 자율주행차 투자 나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아시아의 빌 게이츠", "일본의 워런 버핏".

소프트뱅크의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에게 한 때 따라붙었던 평가다. 한국계 일본인인 손 회장은 IT 업계에서 뛰어난 사업감각을 보이며 소프트뱅크를 정상의 자리로 끌어올렸고, 아시아의 빌 게이츠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 나아가 미래지향적인 M&A에 잇따라 성공, 그가 손대는 회사마다 크게 성공하면서 '일본의 워런 버핏', 혹은 '마이다스의 손'이라고도 불렸다. 야후와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가 초창기 투자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자문 직원 15%를 정리해고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1호가 막대한 투자 실패로 이어진 탓이다. 

한 때 투자의 귀재였던 손정의 회장. 그가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코로나19 계곡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걸까. 

비전펀드 직원 줄이고..남은 직원도 이직 나서는 소프트뱅크

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펀드는 인력의 15%를 감원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SBIA) 직원 500여명 중 15%를 감원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 출범 이후 이 회사는 인력을 계속 확장해왔으며, 인원 감축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5월 비전펀드의 10% 감원 계획에 대해 보도한 바 있는데, 그보다 더 확대된 것이다.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도 상당수의 직원들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쿄지사의 약 190명 직원 중 30여명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들은 일본의 채용 전문 회사에 이력서를 등록해놓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같은 소프트뱅크의 움직임을 보도하며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운영이 더욱 악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지난 4월 창사 이래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비전펀드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위워크나 우버 등 공유경제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탓이다. 

1~3월 적자는 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였다.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10조엔 규모의 비전펀드의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차를 공유하고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는' 공유경제업체는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손정의 회장이 '미래 호텔왕'이라고 불렀던 인도의 리테쉬 아가왈 창업자가 이끄는 인도 스타트업 오요(Oyo Hotel&Homes)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4조5000억엔(약 50조원) 규모의 자산 매각에 나설 것임을 발표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중국 알리바바의 지분을 매각해 약 1조2500억엔(약 14조원)의 현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자회사의 소프트뱅크 주식 5%를 매각하고,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 지분을 도이체텔레콤에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보타 도모이치로 마쓰이증권 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가 가장 아끼는 자산을 강제로 처분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회복에 발맞춰 3월 중순의 최저치 대비 99% 상승했다. 주가 상승 속에서도 잇단 자산매각에 이어 대규모 감원에 나서면서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전펀드의 부진은 소프트뱅크를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이끌었다"며 "이는 일본 최대 부자이자,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의 야망 또한 축소시켰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겸 전 회장 역시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넘게 소프트뱅크그룹 이사를 맡아온 마 전 회장은 주총이 열리는 오는 25일 물러날 계획이다. 

FT는 "마 전 회장은 손 회장의 측근이었고, 그를 설득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게 막아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며 "오랜 협력자들이 떠나가면서 손 회장의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마윈 중국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오른쪽)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 포럼 2019'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마윈 중국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 포럼 2019'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레모네이드 IPO..인종차별 시위 대응해 유색인종 투자 펀드도 출범

손정의 회장이 기댈 곳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보험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인슈어테크 기업인 레모네이드는 미국에서 기업공개(IPO)에 착수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레모네이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신청했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모네이드는 지난해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3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레모네이드는 지난해 실패로 돌아간 위워크 이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회사의 첫 IPO 회사여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레모네이드의 실적은 좋지만은 않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600만 달러(약 31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1500만 달러 증가한 반면, 순손실은 3650만 달러(약 435억원)로 전년동기(216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레모네이드 측은 "큰 손실에도 불구하고 연간 5조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있는 세계 보험업계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마진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 전역을 휩쓸고 있는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응해 미국 내 흑인이나 라틴계 등 이른바 유색인종이 이끄는 기업에 중점 투자하는 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출범,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3일 마르셀로 클라우레 소프트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다양성 증진을 위해 이같은 펀드를 조성했다"며 "미국 내 흑인·라틴계 인사가 창업했거나 경영하는 회사에 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레 COO는 손 회장의 측근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소프트뱅크에 따르면, 이 펀드는 '기회 성장펀드'로 유색인종 주도기업에 투자하는 비슷한 유형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비전펀드2호, 중국 투자도 기지개 

최근에는 코로나19 위기가 다소 안정됐다고 판단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재개했다. 

일본 매체인 다이아몬드 온라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2호는 최근 중국 자율주행기업인 디디추싱에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당초 손 회장은 지난 2017년 IT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000억 달러(약 12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1호에 이어, AI에 주로 투자하는 비전펀드 2호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전펀드 1호의 성과가 부진함에 따라, 비전펀드 2호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현재 펀드 규모 역시 3월말 기준 소프트뱅크가 출자한 2000억엔(약 2조2000억원) 규모에 머물고 있다.

온라인 약국인 미국의 알토파머시를 비롯해 의료 진단 서비스 기업인 미국의 카리우스 등 몇 몇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으나,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투자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

최근 코로나19가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비전펀드2호의 신규 투자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이 매체는 "소프트뱅크 그룹이 그동안 멈춰있던 투자 사업을 중국에서 재개하고 있다"며 "하지만 비전펀드 1호의 고난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전처럼 공격적인 승부를 걸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손 회장 역시 비전펀드1호가 투자한 일부 기업들은 도산하고, 일부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지난달 18일 손 회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실적발표회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들은 열심히 달려 계속 뛰어야 했는데, 갑자기 마주한 '코로나19의 골짜기'에 빠졌다"며 "비전펀드가 투자한 90개 기업들 중 15개는 도산하겠지만, 코로나19 계곡을 통과하면 적어도 15개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60개사는 투자자들에게 연간 7% 배당을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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