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각국의 돈 풀기와 주가 상승,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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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각국의 돈 풀기와 주가 상승, 계속될 수 있을까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0.06.10 13: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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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코스피가 15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질 때의 공포는 이제 먼 과거 얘기가 됐고, 상당 수 기업의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코스피는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올해 초 기록했던 고점 수준에서 불과 3% 남짓 낮을 뿐이고, 작년 말과는 거의 같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고점을 10% 이상 훌쩍 넘어섰다. 

반면 얼마 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내렸다. -0.2%로 소폭의 역성장을 전망하긴 했지만,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었던 시절 이후 처음으로 연간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 본 것이다. 상황이 나빠지면 -1.8%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고, 실제로 정책금리도 내렸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이제 사상 최저치인 0.5%다. 적절한 금리 수준이 한 경제의 건강을 대변한다고 보면, 우리 경제는 환자다. 정부는 최근 상정한 35조3000억원의 3차 추경을 비롯해 총 60조원 가까운 추경을 편성했고, 상황이 나쁘면 더 쓸 태세다. 요약하면 경제는 나쁜데 한 나라 경제의 건강을 가리키는 주요 지표인 주가는 오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나쁜데 주가는 오른다?

그런데 우리만 이런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다. 나라별로 주가 상승 폭이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급락했던 주요국 증시는 이제 내린 폭의 평균 80% 이상을 되돌렸다. 올해 연초에 기록했던 고점 대비로 3~4% 내린 수준이다. 이 정도면 경제가 나쁘지 않아도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하락이다.

하지만, 주요국,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 각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IMF나 OECD 등 국제기구는 올해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보고 있고, 바로 얼마 전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나라별로 더해지고 빼지는 이유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지금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각국의 사상 최대 돈 풀기로 보여진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1930년대 대공황이나 세계 대전 당시에 경험한 수준의 단기적 충격을 줄 것이라는 공포가 번지면서, 모럴해저드나 화폐가치 하락의 방지, 구축 효과의 최소화, 국가 재정 건전성의 유지라는 그나마 남아 있던 ‘정상적 저항 또는 고민’의 선이 툭 하고 끊어진 느낌이다.

2008년만 해도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비판하고, 이른 바 '대마불사(Too big to fail)’에 대해 저항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이유 자체가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다분히 불가항력이라는 점 때문에 모든 기업을 당분간, 무조건 살리자는 정부의 지침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전시(戰時)에 준하는' 대응은 말뿐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고, 중앙은행과 정부는 거의 무제한적 유동성 공급과 재정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정부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장금리를 조정하는 행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인플레이션의 형태로나 실제 돈의 형태로 나중에 지불될 수 밖에 없는 할 세금 증가를 견제하는 시장의 기능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또한 그 동안 어떻게 경영을 해 왔는지는 무관하게 모든 기업들이 생존하고 있다. 위험에 대한 대응을 열심히 해 왔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대한 당연한 차별은 희미해지고 있다.

당연히 중앙은행과 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0%의 금리와 상당 기간 망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암묵적 약속은 주식 투자의 상대적 기대수익률을 높이고, 위험을 현저하게 줄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르는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

코르나19 초기에 급락했던 코스피 등 주요국 주가지수는 5월 이후 빠르게 반등하며 하락폭을 크게 줄였다. 그래픽=연합뉴스

국내에서는 특히 저금리와 하단의 방어라는 신호를 읽은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말까지 우리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주식을 총 34조원 순매수했다. 여기에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예탁해 놓은 돈은 작년 평균 수준보다 20조원 정도 더 늘어나 있다. 합치면 50조원을 넘는 개인 자금이 국내로 몰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연기금 중 세계 3위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110조원 수준의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에 엄청난 규모의 개인 자금이 국내 주식을 매수한 것이다. 

사실 과거 국내에서는 금리가 낮아지기만 하면 주로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렸다. 하지만 가격대별로 대출을 막아 놓으니 대출이 가능한 가격 대의 주택으로만 돈이 몰려 가격이 오르고, 다른 투자자들은 국내외 주식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 이후 우리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주식도 상당 규모 매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른 나라보다 우리 주가 상승 폭이 다소나마 더 큰 것은 우리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었기 때문이거나,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방역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금 흐름이 한쪽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번 기고에서 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나타나고 있는 각종 변화들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살펴보면서 유동성 공급이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긍정적 효과를 갖는 반면, 모럴 해저드와 구조조정의 지연, 자산 버블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나타났던 주가의 반등은 매번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집중과 경제 상황과 괴리된 증시의 상승은 결국 현재 중앙은행과 정부의 돈 풀기가 초래한 자산 버블의 특성도 포함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지금과 같은 위기는 투자자들이 때때로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쉬운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항상 불안해 하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이런 시기에 작아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이번에 거의 대공황과 같은 경제적 충격을 줬지만,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이 상황 이후 경제는 반드시 회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도 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보통 지금으로부터 1년 정도의 이익과 현재 주가를 비교하여 가치를 평가하는데, 여기에 확실성이 더해지면 꼭 향후 1년이 아닌, 예를 들어 2년까지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다. 즉, 올해는 경제와 기업 실적이 나쁘겠지만, 내년은 적어도 올해보다 나아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늘 써왔던 가치평가 지표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동성 장세에서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

유동성 장세 또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라면, 투자자들은 몇 가지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동성이 많이 풀리더라도, 결국 주가는 기업의 이익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상황이 나쁘고, 그래서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게 뻔하다고 해도, 그 이후에 대해서는 다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과거 경제성장률과 기업이익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해도 주가가 계속 올라가지만은 않았던 것은, 미래가 늘 불확실한 영역이고 시장은 많은 기간 불확실성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가을과 겨울에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고, 대선 이후 미국의 정책이 친 기업적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내년 성장과 기업이익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바뀔 수 있다. 게다가 주가가 오른 상태라면 이러한 이슈에 대한 민감도는 더 클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내린 0.50%로 결정했다. 이는 역사상 최저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이러한 우려들이 실제로 나타나도 저금리와 유동성, 그리고 심리에 의해 증시가 더 오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기간 중에 용감한 일부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정책의 되돌림이다. 실제로 연준의 많은 유동성 정책은 지난 3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9월말까지로 시한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매도 금지 역시 9월 중순이면 되돌려진다.

정책을 되돌리지 않으면 주가도 오르고 좋은데, 왜 되돌릴까? 정부부채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감내할 수 있다고 해도,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모든 정책은 경제에 좋은 영향과 함께 나쁜 영향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재정적자와 정부부채에 대한 우려로 통화당국이 정부의 이자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각종 저금리 정책을 펼치겠지만, 계속 이렇게 대응하면 화폐가치가 떨어져 자산가격에 버블이 생기거나, 아니면 유동성 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게다가 정부의 힘이 커지면 시장의 기업 선별 기능 약화와 기업 경쟁력 약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부 견제 기능마저 사라질 위험이 같이 커진다. 또한 금리가 낮아질수록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 나아가 포퓰리즘이 득세하게 될 위험도 있다. 

사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내외적으로 시장 대신 더 큰 정부의 주도적 자원 배분을 선호하는 사람이나,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비율을 근거로 재정정책 규모를 더 늘리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상태이긴 하다. 안타깝지만, 장기적으로 위험이 큰 선택을 할 가능성도 과거보다는 높아져 있다. 

그래도 건전한 정부와 중앙은행이라면 사태가 더 진전되기 전에 정책을 되돌릴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연준과 우리 정부가 시한을 정한 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정상적 기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책이 되돌려지면 정책의 힘에 의해 올랐던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와 유동성, 심리가 더해진 시장이 도래하면 시장 전망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들은 항상 어려움을 느낀다. 평소에 생각하던 규칙들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시기에는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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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2020-06-11 08:39:12
잘읽었습니다. 지금 투자자의 궁금증을 제대로 짚어주셨네요. 다들 앞으로의 상황을 기대하고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