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B 가세한 유료방송시장 '새판 짜기'…주판알 튕기는 '이통 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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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B 가세한 유료방송시장 '새판 짜기'…주판알 튕기는 '이통 3사'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6.10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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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B, 매각 계획 공식 발표
케이블TV 업계 3위~5위 모두 매물 등장
고려할 상황 많은 이통3사는 신중한 분위기
OTT 제휴가 또다른 돌파구로 등장
사진=CMB 홈페이지
케이블TV 5위인 CMB가 매각 절차로 돌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CMB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케이블TV 업계 4위인 CMB가 매각 계획을 공식화했다. 앞서 1위 LG헬로(전 CJ헬로)와 2위 티브로드가 각각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에 인수·합병 됐고, 이미 3위 딜라이브와 5위 현대HNC가 매물로 등장했다.

하지만 업계는 유료방송시장의 재편이 급격하게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변환점을 맞이한 것은 맞지만 여러 상황이 얽히고 설켜 일단은 주판알을 튕기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종합유선방송사업자 CMB는 매각 절차에 나선다고 공식 발표하며 "주간사 선정 등 세부 일정을 조율해 빠른 시일 안에 M&A(기업인수합병)를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CMB는 1965년 국내 최초 유료 방송사로 평가되는 중앙음악방송을 모태로 한 사업자로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현재 서울·대전·광주·대구·세종·충남·전남 등 11개 방송권역에서 약 150만명의 방송 가입자와 20만명의 인터넷 가입자를 보유했다. 케이블TV 시장 점유율 4.7%로 4위다.

이한담 CMB 회장은 "CMB의 구성원들이 더욱 새로운 비전을 갖고 한국 미디어 산업을 한층 더 발전 시켜 나아갈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엄중한 결심으로 M&A 착수를 어렵게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새판 짜기 돌입한 유료방송시장…복잡한 셈법

케이블TV 업계 1위,2위가 인수합병되고 3위~5위가 매물로 등장함에 따라 유료방송시장의 새판을 위한 멍석은 깔렸다. 하지만 당장 어느 업체든 섣불리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기본적으로 수요 측 보다 공급 측이 급한 상황이면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현재 케이블 업계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IPTV가 점유율 50%를 돌파했다. 약 40%의 점유율을 기록한 케이블TV는 매년 수치가 내려가고 있다. 가입자 수도 하락세다. 지난 2017년 11월 IPTV와의 가입자 수 격차는 12만3158명이었는데 지난해 12월에는 364만9440명으로 30배 가량 늘어났다.

게다가 기존의 딜라이브, 현대HCN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CMB까지 등장했기 때문에 매물이 많아진 만큼 이통사들이 가격 협상력에 우위를 가질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다. 이통사들도 느긋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KT-KT스카이라이프'의 KT그룹의 시장 합산 점유율은 31.52%로 1위를 지켜내고 있다.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은 24.91%로 2위를 기록했고,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는 24.17%로 근소하게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2위와 3위는 소숫점 자리로 순위 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점유율에 상당히 민감한 상황이다. 1위 KT는 다소 여유가 있는 듯 하나 2위나 3위가 인수합병에 성공하면 턱 밑까지 추격당한다. 특히 한 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인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는 일몰됐지만 부활될 가능성도 있기에 KT 입장에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매물로 등장한 3사의 상황도 각기 달라 이통사들로서도 인수합병 대상 선정에 신중한 상황이다.

가입자가 곧 경쟁력인 유료방송시장에서 딜라이브는 점유율 5.98%, 200만명 이상의 가입자 확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이미 새주인을 찾는데 여러차례 실패한 딜라이브의 몸값은 약 9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있다.

현대HCN은 점유율 3.95%, 약 133만명의 가입자로 순위는 가장 낮은 5위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EBITA 700억원, 영업익 408억원 등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창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 망품질도 제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알짜'로 통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 매각가로 최대 7000억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 평가는 4000억원 수준이다.

4위 CMB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고객 충성도가 높고 지역 확장성이 좋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가입자 대부분이 8VSB라는 것이 맹점이다. 8VSB는 아날로그 상품 가입자들을 위한 디지털 방송 전송 방식으로 양방향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품질도 좋지 않고 가격도 아날로그 수준이라 가입자당매출(ARPU)도 떨어지는 편이다.

현재 HCN과 딜라이브 인수전에 이통사들이 전부 뛰어든 상황으로 전해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전체적으로 하락세기 때문에 이통 3사 모두 재무구조가 튼튼한 현대HCN을 1순위로 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OTT와의 제휴도 또다른 방법?

업계 일각에서는 또다른 관점으로 이번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넷플릭스' 같은 거대 OTT로부터 촉발된 만큼 OTT와의 제휴가 또다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스트리밍 방식의 OTT는 서비스 지역에 구애될 필요가 없고 IP와 콘텐츠도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OTT는 코로나19로 오히려 수혜를 입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료방송을 끊고 OTT로 갈아타는 '코드 커팅'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 컨설팅회사 오붐(Ovum)의 미디어 분석가 토니 군나르손은 "향후 몇 년 동안 유료방송 가입자는 조금씩 감소하고 OTT 가입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며 "2021년 둘의 숫자는 비슷해지고 2022년에는 OTT의 가입자 수가 유료방송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8년 11월 독점 제휴를 맺은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지난 1분기 IPTV 수익과 누적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4%, 10.8% 증가했다.

이런 선례가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케이블TV 인수합병과 별도로 해외OTT와의 제휴도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사항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다가오는 11월 LG유플러스와의 독점 제휴가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효과'를 몸소 경험한 LG유플러스로서는 재계약을 검토해볼 상황이다.

또다른 유력 OTT로는 마블 시리즈'와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 '왕좌의 게임'과 '체르노빌'을 만들고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드라마화를 발표한 HBO맥스 등이 거론된다.

특히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SK텔레콤과 손을 잡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말 "디즈니플러스를 만나 재미있는 것을 가져왔다. 그러나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여기에는 '망 사용료'라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불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이용자 급증으로 망을 네 차례나 증설한 만큼 비용을 청구한다는 입장이고,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는 대신 자체 기술인 '오픈 커넥트' 무상 제공을 주장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의 향방이 어느정도 보인 후에나 OTT와의 제휴를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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