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프랜차이즈社, 너도나도 배달 서비스 확대
배달 서비스, 수익성 보장 어려워…밀키트·테이크아웃 주목해야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라는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외식산업은 말 그대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가족과 단체를 겨냥한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를 버리고 ▲1인 ▲테이크아웃 ▲배달 등을 강화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외식컨설팅 전문가인 이준혁 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외식산업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면서 “다양한 업종으로 승부를 하던 ‘To have’에서 개성을 중시하는 'To be'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To have’란 한 업체가 한식, 중식, 분식, 치킨 등 여러 업종을 운영하던 방식이고, ‘To be’ 1인 가구나 비건·건강에 특화된 개념이다. 즉, 언택트 소비 트렌드 확산은 ‘To be’ 업종 성장을 이끌 것이기에 기존 기업형은 물론 개인이 운영하던 식당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이 위원장의 전망이다.
신세계푸드 외식사업, 언택트 트렌드로 재편
최근 업계에서 새로운 외식 트렌드에 적응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주목하는 신세계푸드다. 해당 업체는 신세계그룹의 외식프랜차이즈 계열사로 한식 뷔페 ‘올반’을 비롯해 씨푸드 레스토랑 ‘보노보노’,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 등의 외식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단연 주목받고 있는 것은 지난해 8월 론칭한 ‘노브랜드 버거’다.
‘노브랜드 버거’는 서울 홍대점을 시작으로 출시 9개월 만인 지난달 7일 30곳을 출점했다. 현재는 33개까지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5월3일 일산 원마운트점(25호점)을 오픈한 이후 매주 1~2개씩 매장을 추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출시한지 6주 만에 10만개의 판매량을 돌파했고, 일부 인기 매장에서는 하루에 1000~1500개가량 판매되고 있다. 장기 불황과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시장 상황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노브랜드 버거 점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까닭은 맛과 가격을 모두 잡은 ‘가성비’ 때문이다.
우선 대표 제품인 ‘NBB 시그니처 버거’는 단품 3500원으로 타사의 유사 메뉴보다 1000원 정도 저렴하다. 그 외에 햄버거 단품 가격대는 단품 1900~5300원 수준이고, 세트(감자튀김, 음료 포함)로 주문하더라고 3900~6900원에 불과하다.
가격뿐 아니라 맛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맛을 극찬한 콘텐츠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약 25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투버 ‘쯔양’은 5개의 버거를 주문한 후 “번과 패티가 완전 부드럽고 맛있다” “채소도 신선하다” “감자튀김도 완전 맛있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관련 영상은 조회수 약 70만회를 기록했다.
노브랜드 버거, 폭풍성장 비결은 언택트 최적화
노브랜드 버거의 또 다른 성장 비결은 시대의 흐름과 맥이 닿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외식산업은 ‘1인’과 ‘언택트’로 재편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패스트푸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배달이나 테이크아웃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고, 혼자 매장을 찾아 간편히 즐기는 대표 업종이다.
신세계푸드 역시 2018년 말 선보인 5000원대 수제버거 브랜드 ‘버거플랜트’를 지난해 ‘노브랜드 버거’로 리뉴얼 등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자사 외식브랜드 배달서비스인 ‘셰프투고’는 ‘노브랜드 버거’를 비롯해 ‘데블스도어(수제맥주 펍)’, ‘베키아에누보’ 등 각 브랜드의 인기 메뉴를 역삼점 매장 반경 2㎞ 내에 한해 직접 배달해준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에서 주문 가능하다.
반면 가족이나 단체 소비자 중심인 ‘올반’과 ‘보노보노’는 사실상 대부분 매장을 폐점했고, 지난 2018년 오픈한 다이닝 포차 ‘푸른밤살롱’도 정리했다.
언택트 DNA 이식하는 외식업체…도미노피자는 어떻게 성공했나
신세계푸드뿐 아니라 다른 외식프랜차즈업체들도 언택트에 맞춰 배달 및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강화했다.
롯데지알에스는 지난 2월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등 5개 브랜드의 배달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애플리케이션 ‘롯데잇츠’를 선보였다.
SPC그룹도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의 배달 서비스를 지난 4월 강화했다. 당초 ‘강남점’과 ‘청담점’ 등 일부 매장에서만 운영했지만, 언택트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공항점을 제외한 11개 전체 매장으로 확대 운영한 것이다. 그외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도 각종 배달 플랫폼과 연계해 관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외식 시장의 언택트 소비 트렌드는 미국에서도 주목받는다. ‘도미노피자’는 2007년 온라인과 모바일 주문을 시작으로 2010년 아이폰, 2011년 안드로이드폰용 주문 앱을 선보였다. 이어 2016년에는 배달 플랫폼을 스마트워치, 자동차, AI스피커 등으로 확대해 언제 어떤 장소에서든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도미노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은 36개에 달한다.
‘도미노피자’는 배달 시스템도 드론과 전기자전거, 자율주행 로봇 등으로 확대하며 IT DNA를 적극 이식했다. 리처드 앨리슨 도미노피자 최고경영자는 “도미노피자는 IT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도미노피자’는 언택트 기술을 육성한 결과 미국에서 6000여점포를 운영, 현지 배달피자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주가 역시 2008년 3달러에서 최근 370달러를 돌파했고, 1년 전(약 280달러대)과 비교해도 30% 이상 상승했다.
배달 서비스, 성장세 높지만 ‘답’은 아니다
그러나 외식 산업체가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더라도 수익성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배달 비용이 매출의 20~30%에 달하고, 여기에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지출비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롯데지알에스 매출의 80%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 브랜드 롯데리아는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배달주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30%를 넘었다. 게다가 롯데지알에스는 지난 1분기 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배달 플랫폼 시장 1위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56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0% 성장한 수치다. 2015년 495억원(K-GAAP 개별기준)과 단순 비교하면 4년 만에 11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364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25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창업 후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3년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마케팅·라이더 프로모션 비용 등 지출이 고루 늘면서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1인과 언택트를 겨냥한 배달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배달앱 20%에 인건비 25%, 임대료 10%, 식재료비 35%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식재료비를 줄여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품질이나 맛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소비자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면서 “무엇보다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 워라밸 확대 등으로 인해 앞으로 식당 방문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혁 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은 “결국 ‘테이크아웃’이나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면서 “한국인은 밥과 찌개를 먹던 오랜 식습관 때문에 한식당을 제외한 기존의 외식은 크게 쇠퇴할 것이고, 식재료를 생산·판매하는 ‘밀키트’ 사업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 진단처럼 신세계푸드의 ‘올반’은 최근 경양식 프랜차이즈 ‘구슬함박’과 협업해 ‘올반 구슬함박 스테이크 간편식’ 2종을 출시했다.
CJ푸드빌은 빕스와 계절밥상 등에서 온·오프라인 연계(O2O) 테이크아웃 전용 메뉴를 출시하고 네이버 스마트주문 등을 도입해 언택트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롯데지알에스 역시 최근 강남에 배달전문 매장인 스카이31 딜리버리&투고를 오픈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네이버 주문하기, 전화 등으로 배달이 가능한 것은 물론 테이크아웃이나 매장 내 취식도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더 먼 미래에는 다양한 업종으로 승부를 하던 ‘To have(소유)’에서 개성을 중시하는 ‘To be’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콩이나 버섯, 인조고기(대체육) 등을 꼽을 수 있데 지금까지는 땅에서 자란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첨단기술을 이용해 요리하는 업체들이 크게 성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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