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업! 게임산업] ④ 게임도 '인식의 전환'... 유럽·미국선 일상 속 예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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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업! 게임산업] ④ 게임도 '인식의 전환'... 유럽·미국선 일상 속 예술로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6.09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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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4대악 중 하나였던 게임, 코로나19로 위상 반등
유럽, 미국, 일본은 이미 게임을 문화 예술로 인정
문체부, 게임을 문화예술로 포함시키는 법·정책 강화
14년 전 '바다이야기' 시절 만들어진 낡은 규제 혁파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인 '클래시 클랜'의 캐릭터. 유럽에서는 이미 게임을 일상 속 문화 예술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인 '클래시 클랜'의 캐릭터. 유럽에서는 이미 게임을 일상 속 문화 예술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게임이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악' 중 하나로 규정된 시절이 있었다. 당시 사회에서는 게이머들을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아니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희생자'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며 치유할 대상으로 여겼다.

이때 여러가지 규제가 만들어졌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1년 제정된 청소년보호법 제26조 '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 일명 '셧다운제'다.

지난해 5월 WHO(세계 보건 기구)는 '게임 이용장애'를 공식적으로 질병에 포함시켰다. 국내 도입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됐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 중인 지금 게임이 가장 효과적인 여가 콘텐츠로 떠올랐다. WHO마저 태도를 바꿔 게임을 권고하고 있다.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게임의 사회적 지위는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출판, 만화,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등 대한민국 콘텐츠산업 11개 분야의 수출액 중 게임 홀로 66.7%를 차지한다는 산업적 효용가치도 뒤늦게 빛을 보게 됐다. 게임 회사들의 매출과 주가는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게임은 '포스트 코로나 먹거리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며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문화체육부가 게임을 '문화·예술'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업계가 염원해 온, 게임 산업의 위상 격상이 이뤄질 조짐이다.

이와 함께 BIC 인디 페스티벌, 구글페스티벌, 게임잼 등 다양한 장르의 인디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예술게임 지원책도 함께 발표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게임을 문화·예술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지난달 7일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문화예술진흥법상 게임을 문화예술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게임산업 진흥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적극적인 규제·제도 개선으로 혁신성장 지원, 창업에서 해외시장 진출까지 단계별 지원 강화, 게임의 긍정적 가치 확산과 e스포츠 산업 육성, 게임산업 기반 강화 등 4대 핵심전략과 16개 역점 추진과제가 포함됐다.

현재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학·미술·음악·무용·연극·영화·연예·국악·사진·건축·어문·출판·만화 등 13가지가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법적으로 게임을 예술의 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끔 노력한다.

문체부는 법적 측면은 물론 정책적 측면도 강화한다. 게임과 예술이 융합된 종합 콘텐츠 확산을 위해 관련 개발을 지원한다. 또 창작물 제작 및 전시 개최를 통해 게임을 예술로 바라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게임 산업은 대표적인 고성장·일자리 중심의 수출 산업이자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유망 언택트 산업"이라며 게임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은 '마인크래프트'를 비롯한 게임 40여개를 전시했다.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은 '마인크래프트'를 비롯한 게임 40여개를 전시했다.

◆ '게임의 예술화'는 전 세계적 트렌드

문화와 예술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다. 게임을 예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유럽, 미국, 일본 등 게임 산업과 문화가 발달한 국가들이 그렇다. 정부 차원은 물론 국민들도 게임을 예술의 한 분야로 여기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북미 및 유럽 주요국 게임시장 현황조사'에 따르면 '예술의 나라' 프랑스 국민 10명 중 8명은 비디오 게임이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971년부터 만화를 '제 9의 예술'로 인정한데 이어 최근에는 게임을 '제10의 예술'로 만드려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영국 런던의 모바일 퍼즐 전문기업 ‘어스투'가 개발하고 출시한 모바일 게임 '모뉴멘트 벨리'는 게임 비평가들로부터 예술성과 음향 디자인에 호평을 받았다. 이 게임은 영국의 많은 게임 스튜디오가 모바일로 눈을 돌린 계기가 됐다.

2011년 미국예술재단(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은 예술 자금 지원이 가능한 분야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비디오 게임을 포함시켰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마인크래프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젤다의 전설'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40여개의 게임을 전시했다.

문체부는 "게임은 서사구조, 예술적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종합예술이면서 전통적 예술 장르에 부족한 상호작용성이 가미된 새로운 문화예술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형식으로 전 세계 많은 나라들과 그 국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다"며 "자타공인 '게임 강국', 'e스포츠 종주국'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제 '게임의 문화예술화'를 논의한다는 것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2006년 등장한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당시 만들어진 각종 규제가 2020년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6년 등장한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당시 만들어진 각종 규제가 2020년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바다이야기' 시절 낡은 규제 혁파

일본의 파칭코를 본따 2004년 출시된 도박성 아케이드 게임 '바다이야기'는 국내 게임 산업 사상 최악의 '흑역사'로 꼽힌다. 그래서 당시 만들어졌던 규제는 '게임=사행성'이라는 공식을 밑바탕으로 깔고 있었다. 

그래서 출범한 것이 구 게임물등급위원회, 현 게임물관리위원회다. 그런데 많은 규제들이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아케이드 게임의 사행성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고, 그 규제가 지금도 상당 부분 적용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낡은 규제의 혁파를 요구해 왔다. 그리고 정부가 이에 응답해 '게임물 내용 수정 신고제도', '등급분류제도' 등을 개선한다.

'게임물 내용 수정 신고제도' 개선안은 경미한 내용에 대한 신고 의무를 면제하고 선택적 사전 신고를 도입한다. '등급분류제도' 개선안은 새로운 게임 유통 활성화를 위해 현재 플랫폼별 등급분류 방식에서 콘텐츠별로 바꾼다. 이를 통해 중복 등급분류를 방지하고, 민간 자율 등급 분류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규제도 손 본다. 아케이드 게임은 '실감형(VR) 게임' 등의 성장에 따라 ‘가족친화형 게임’으로 향후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강력한 규제로 내수시장이 침체돼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문체부는 현재 5000원 상한인 ▲경품가격 인상 ▲경품종류 확대 ▲경품교환게임 단계적 허용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아케이드 산업 활성화를 도모한다.

동시에 아케이드 게임장의 사행화를 방지하는데도 힘을 쏟는다. '바다이야기' 이후 많은 성인 게임장이 사라졌지만 음성적으로 곳곳에서 소규모로 영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행성 우려, 안전 관리 등을 제외한 규제와 제도 등 게임관련 법령을 원점에서 재정비해 게임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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