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ECB 또 파격적 경기부양책...한국에 주는 교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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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ECB 또 파격적 경기부양책...한국에 주는 교훈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0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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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1300억 유로 추가 부양책 내놔..한국도 3차 추경안 의결
독일은 소비세 인하 등 소비 증진에 초점..한국은 현금지원 주력
ECB, 채권 추가매입 결정..한은 국채매입 요구 목소리도 커져
외신, 과감한 경제재개 나선 '메르켈 리더십에 찬사..화합의 중요성도 강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독일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추가 부양책을 내놨다.

독일 정부는 이미 지난 3월 7500억유로(약 1025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길어지고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자, 추가 부양책을 내놓은 것이다.

독일은 중간재 수출 강국으로 한국과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국가중 코로나감염사태를 가장 잘 통제한 나라로 꼽힌다. 이같은 이유로 우리 정책당국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가장 주목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는 등 한국과 독일은 경기 부양에서도 닮은 꼴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독일, 177조원 추가 부양책...한국도 3차 추경안 의결

독일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1300억 유로(약 177조 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추가 부양책을 제시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약 1000억 유로 규모를 예상한 바 있으나, 이보다 큰 규모의 부양책이 발표된 것이다. 지난 3월 7500억 유로의 부양책에 이은 두번째 과감한 조치다.  

4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대연정 내각은 무려 21시간에 걸친 장시간 회의 끝에 24개에 달하는 추가 경기부양책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부가가치세 인하를 포함해 전기차 구입 보조금 확대와 여행 및 숙박업계에 대한 지원, 아동수당 지급, 신재생에너지법(EGG) 분담금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의결한 바 있다. 

지난 3월 1차 추경 11조7000억원, 4월의 2차 12조2000억원 추경 규모를 합치면 올 한 해 추경 규모는 59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28조4000억원의 2배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고용지원은 물론 내수 활성화를 위해 관광·숙박 등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주요 분야에 할인 소비 쿠폰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소비세 인하 집중하는 독일..한국은 현금지원에 주력

주목할 점은 한국이나 일본, 미국 등과는 달리 독일 정부는 대다수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방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연말까지 일반 부가가치세를 기존 19%에서 16%로 인하하고, 식료품 등 부가가치세를 7%에서 5%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 4월에도 음식점의 부가가치세율을 향후 1년간 기존 19%에서 7%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의 경우는 특정 부문이 아닌 부가가치세 전반에 대해 세율을 과감히 낮춘 것이다.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면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소비 증진을 기대할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국면에서 세율을 인하함으로써 소비자 수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도 인상하기로 했다. 기존 전기차의 구매 보조금은 1500유로(약 205만원)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법(EEG) 분담금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늘려 일반 사용자의 전기요금이 줄어들 수 있도록 했다.

현금을 지급하기보다는 부가가치세나 전기요금을 인하해 소비를 증진시킨다는 의도다. 

반면 한국 정부는 복지 확대나 현금지원에 주력했다.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소득을 지원한 데 이어, 3차 추경에서는 실업급여를 확대하거나, 고용유지 지원금과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저소득층을 위한 긴급복지지원금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시 10% 환급정책 등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정책이 포함되기도 했다. 
 
ECB 채권 추가매입 결정..한은 국채매입 요구 목소리도 커져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 추가 매입을 결정한 부분도 눈에 띈다. ECB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팬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PEPP) 규모를 6000억 유로(약 820조원)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ECB는 지난 3월 7500억 유로 규모의 PEPP를 마련한 바 있다. 이번에 6000억 유로의 채권을 추가 매입키로 결정하면서, 총 PEPP 규모도 1조3500억 유로로 늘어나게 됐다.

PEPP 기한도 연장됐다. 앞서 ECB는 PEPP 시한을 최소 올해 말까지 설정한 바 있는데, 적어도 내년 6월까지 늘리고, 코로나19 위기가 끝났다고 판단될 때까지 PEPP를 통한 순자산 매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3차 추경 편성에 나서면서 올해 적자국채 발행규모가 당초 60조원에서 97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채권시장에서는 국채공급의 급증으로 인해 시중 채권가격의 하락을 우려했다. 실제로 3차 추경안이 발표된 지난 3일 채권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국채 3년금리는 1.7bp 상승한 0.868%, 국채5년은 2.1bp 오른 1.148%, 국채 10년은 3.4bp 오른 1.412%에 거래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행이 늘어나는 국고채 물량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국고채 시장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방안과 관련해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방안과 관련해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신은 '메르켈 리더십' 주목

독일은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발빠르게 경제 재개에 나선 국가다. 미국과 영국은 물론 유럽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시기에도 독일은 과감히 경제 재개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공장 가동률이 80%에 달했다. 독일 정부는 이웃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기업들에게 공장 가동 선택권을 부여했고, 이에 80% 이상의 공장이 가동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타 국가보다 발빠르게 경제 재개가 가능했던 점은 독일 내 코로나19 확산 정도가 이웃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적었던 점도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5일 현재 독일의 총 확진자 수는 18만4900여명인데, 완치자는 16만7800명에 달한다. 완치율이 90.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완치율은 현 시점 기준 90.0%다. 

독일 역사가인 헤롤드 제임스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는 기고전문 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메르켈의 최근 업적에 대한 기원(The Prehistory of Merkel’s Latest Coup)'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제임스 교수는 "미국과 영국, 브라질의 경우 왜 이렇게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있는지는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면서 "이들 국가는 무능하고 이념적이며, 비협동적인 정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증거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고,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특히 최근 독일과 프랑스가 EU 공동기금을 조성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자고 제안한 것도 언급했다. 

지난달 18일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EU 27개국이 공동으로 기금을 모아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지역에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을 하자고 제안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최악의 위기에 맞서 연대와 화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제임스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는 근본적으로 세계화가 낳은 위기인 만큼 협력적인 세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메르켈 총리는 오랜 재임기간동안 놀랄만큼 잘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줬지만,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마저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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