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스포츠 브랜드] ⑦ 스페인의 스포츠 열기를 담은 조마(J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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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스포츠 브랜드] ⑦ 스페인의 스포츠 열기를 담은 조마(Joma)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20.06.0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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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고향에서 슈즈 메이커로 출발
라리가 팀들을 향한 스폰서쉽 경쟁에서 버텨
풋살, 테니스 등 영역 확장으로 인지도 상승
조마 풋살 용품의 이미지 컷 (사진=조마 홈페이지)
조마 풋살 용품의 이미지 컷. 사진=조마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김서나 패션에디터]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라리가'에서 활약하며 축구팬들에게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 스페인의 스포츠 브랜드 '조마(Joma)'.

축구 구장에서의 선전이 풋살 코트로도 이어지면서 조마는 프로 선수들은 물론 가볍게 경기를 즐기는 생활체육인들과도 가까워지고 있다.

천천히 저변을 확대하며 조용히 힘을 키워가는 조마를 만나보자.

 

◆ 스페인의 축구 사랑을 자양분 삼아 성장

돈키호테의 무대로 잘 알려진 스페인 톨레도 출신의 프룩투오소 로페즈(Fructuoso López)는 농장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어린 시절부터 신발을 만드는 공방에서 기술을 배웠다.

1965년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공방을 차리고 신발을 제작하기 시작한 그는 스페인의 축구 열기를 감안했을 때 축구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곧 이런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잡았다.

1969년 회사를 설립해 공장도 세우고 직원을 보충한 그는 자신의 아들 호세 마누엘((José Manuel)의 이름을 따서 ‘조마(Joma)’로 브랜드네임을 정했다. (스페인어 발음상 '호마'에 가깝지만 국내엔 '조마'로 소개되었다.)

승리로 이끌어주는 독수리의 형상과 함께 부드러운 글자체의 브랜드 로고를 꾸민 조마는 신발 옆면을 장식할, 비스듬히 눕힌 ‘J’ 로고도 추가하며 조금씩 축구화 판매를 늘려갔다.

그리고 1980년대 스페인의 경제 호황기를 맞아 축구화 매출이 호조를 보이자 조마는 자연스럽게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렸다.

우선 독일 뮌헨에서 열린 ISPO(국제 스포츠 엑스포)에 참가한 조마는 자체 제조 시설을 갖춘 건실한 기업으로서의 장점을 어필하며 글로벌 마케팅에 착수했고, 이와 동시에 제품의 퀄리티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축구화와 공, 유니폼 등 축구 용품들의 제조 라인을 별도로 구축하며 전문 인력을 집중시켰다.

1987년 첨단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새로운 시장의 판로를 개척해가던 조마는 첫 스폰서쉽을 시도했다.

그 주인공은 당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마르틴 바스케스(Martín Vásquez).

이후 같은 팀 에밀리오 부트라게뇨(Emilio Butragueño)와 FC 바르셀로나의 치키 베히리스타인(Txiqui Beguiristáin)이 조마와 함께 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 레알 마드리드의 알폰소 페레스(Alfonso Pérez) 등 라리가의 여러 선수들이 뒤를 이었다.

스페인의 축구리그지만 이미 지구 최정상 급의 라리가였던 만큼 조마는 스타 플레이어들을 앞세워 세계 무대로 향하는 쉬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초창기 시절 간판 모습과 조마를 착용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페르민 카초 선수 (사진=조마 홈페이지)
초창기 시절 간판 모습과 조마를 착용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페르민 카초 선수. 사진=조마 홈페이지

◆ 올림픽 기점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

조마의 성장 속도를 더욱 높여준 건 바로 1992년에 개최된 바르셀로나 올림픽.

글로벌 스포츠 축제가 자국에서 열리는 엄청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마는 여러 종목에 걸쳐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했는데, 알폰소 페레스 등 조마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스페인 축구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스페인은 열광에 휩싸였고 조마 축구화의 인기도 함께 폭발했다.

또 스페인 육상 대표선수 페르민 카초(Fermín Cacho)도 조마의 러닝화를 신고 1500m 금메달을 따내면서 조마는 축구화 못지 않게 러닝화의 퀄리티도 우수하다는 사실을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증명해 보였다. 이 덕에 축구용품 외에 다양한 제품들이 준비된 토털 스포츠 브랜드임을 홍보할 수 있었다.

스페인 외 다른 유럽 국가로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가던 조마는 바다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만났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조마의 후원 선수 에밀리오 부트라게뇨가 1995년 멕시코 팀으로 이적한 것.

새로운 팀에서 그가 활약하는 것을 계속 돕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멕시코 현지 영업 활동도 전개하게 된 조마는 아예 멕시코 지사를 설립, 같은 스페인어권인 인접 중남미 국가들까지 공략했고, 이를 발판으로 미국에까지 이름을 알려나갔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조마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컬러 마케팅'을 펼쳤다.

당시로서는 보기 힘들었던 과감한 컬러의 축구화를 내놓자 그 파격적인 모습에 조마의 매장들에서조차 제품 받기를 꺼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조마 본사 차원에서 '컬러 축구화'를 한 켤레씩 보내 디스플레이하도록 종용했다고.

대부분 주저하는 가운데 레알 베티스로 이적해 뛰고 있던 알폰소 페레스가 그 중 하나를 선택했고, 페르난도 모리엔테스(Fernando Morientes)는 빨간색을 골라 모두를 놀라게 하며 조마의 축구화에 시선을 끌어다 주었다. 

디자인으로 승부를 거는 동시에 제품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은 조마는 성장세를 유지하며 해외 지사를 추가했고, 세계 곳곳의 스포츠 팀들과의 스폰서쉽도 계속 이어갔다.

1990년대 후반 조마의 축구화를 신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선수 (사진=조마 홈페이지)
1990년대 후반 조마의 축구화를 신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선수 (사진=조마 홈페이지)

◆ 다양한 종목 추가하며 대중적 친밀도 높여

세비야 FC가 UEFA 컵을 2006년과 2007년 연속으로 들어올리는 빛나는 순간을 함께 하면서 스페인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긴 조마는 국가 대표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세계 스포츠 시장에서도 드높이기 위해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린 2016년부터 스페인 올림픽 위원회를 후원하게 된 조마는 이외에도 9개 국가의 올림픽 위원회와 18개 국가대표팀의 스폰서로 선정되면서 당시 올림픽 출전 선수 가운데 10% 이상의 선수들에게 선택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다양한 종목으로 상품 라인을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조마가 우선 주목했던 건 축구와 유사한 '풋살'이었다.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축구(fútbol)’와 ‘방(sala)’이 합쳐진 스페인어 이름을 갖고 있는 ‘풋살(futsal)’은 이름처럼 실내코트에서 진행되는 5인제 미니 축구로, 가볍게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어 참여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종목이다.

작은 공간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풋살인 만큼 테크닉이 뛰어난 스페인의 축구인들에 잘 맞다 보니 인기도 많고 성적도 좋다. 축구보다 먼저 풋살에서 스페인 팀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

언뜻 축구의 축소판으로 보이지만 사실 풋살은 축구와 룰도 다르고 용품의 모양과 규격도 다른데, 풋살화는 축구화와 달리 징이 납작하게 처리되거나 생략된, 가볍고 날렵한 모습이고, 공 또한 크기가 작고 너무 멀리 튀어나가지 않도록 반발력도 작게 제작된다.

이에 맞춰 풋살에 적합한 전문 용품을 선보인 조마는 국가대표팀 스폰서를 맡는 등 프로 선수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한편 생활체육 커뮤니티에도 다가가며 풋살 전문 브랜드로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데 성공했다.

또한 2012년부터 테니스 코트에도 발을 들인 조마는 프란시스코 클라벳(Francisco Clavet)을 시작으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Juan Carlos Ferrero)와 펠리치아노 로페즈(Feliciano López)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스페인 선수들을 주로 후원하면서, 그들의 플레이를 통해 조마의 감각적인 테니스 룩도 선보이는 중이다

이외에도 조마는 현재 사이클, 농구, 배구, 핸드볼, 러닝, 피트니스 등 여러 종목에 걸쳐 제품을 다양화시키고 있다.

조마의 테니스웨어를 착용하고 있는 펠리치아노 로페즈 선수 (사진=조마 홈페이지)
조마의 테니스웨어를 착용하고 있는 펠리치아노 로페즈 선수. 사진=조마 홈페이지

세계 최고 인기의 축구 리그, 라리가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의 경쟁도 치열한데, 그 사이에서도 헤타페(Getafe), 바야레알(Villarreal), 에이바르(Eibar), 레가네스(Leganés) 등과의 스폰서쉽을 이어가며 스페인 브랜드로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조마.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외부 자금에 기대지 않는 조마는 광고보다 제품 개발에 비중을 두면서 차근차근 신중하게 성장해가고 있다. 

같은 스페인 출신인 ‘자라(Zara)’가 패션계 선두에 오른 것처럼 과연 조마가 스포츠계에서 자라나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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