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워치] '일촉즉발'...6월4일 천안문 추모집회 30년만에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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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워치] '일촉즉발'...6월4일 천안문 추모집회 30년만에 금지
  • 홍콩=이지영 통신원
  • 승인 2020.06.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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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코로나 방역 핑계 천안문 집회 불허
시민단체, 8명씩 소규모 집회 강행의사 밝혀
홍콩 전역서 게릴라식 집회 계획도
당국, 홍콩 전역에 경찰 3000명 배치

[홍콩=이지영 통신원] 홍콩에서 매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1990년(천안문사태 이듬해)부터 열렸던 중국 천안문(天安門) 희생자 추모 기념 촛불 집회가 30년 만인 올해 처음 열리지 않는다.

홍콩 당국은 4일(현지시간)코로나 확산을 핑계로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려왔던 천안문 희생자 추도 촛불 집회를 불허했다.

홍콩 시민들 일부는 이에 대해 지난달 28일 폐막한 중국 양회에서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서 본격적으로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가 시작됐다며, 소규모 촛불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이에 홍콩 당국과 시민 간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홍콩 당국은 도심 한가운데 수 십만 명이 시민들이 모일 경우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현행법에 정해져 있는 8 명 이상의 집회 금지 규정을 위반하지 말아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하며 이번 촛불 집회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30년동안 천안문 사태 희생자 추모 집회를 주도해온 '홍콩시민애국민주운동지원연합('지련회' 支聯會)은 경찰이 코로나19의 확산방지를 핑계로 정치적 집회 개최를 금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련회는 촛불 집회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이날 저녁 8시부터 시민들이 8 명씩 빅토리 파크로 들어가 천안문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다 희생된 희생자를 추도하자고 SNS 등을 통해 제안했다. 

지련회는 또 빅토리아 파크에 직접 못 가는 시민들에게는  ‘이동식’ 추도 촛불 집회를 제안했다. 즉 빅토리아파트가 아닌 홍콩 전역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촛불을 키고 천안문 희생자들을 추도하자고 제안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이동식’ 추도 집회 공고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자, 홍콩 전역에서  폭력 시위로 바뀌는 것을 우려해 경찰 3000명을 홍콩 주요지역에 배치하고 장갑차와 물대포까지 동원하기로 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시위자를이 8 명 이상 집회 금령을 어기는 것과 비슷한 불법행위가 있다면 절차대로 법을 집행한다고 경고했다. 

홍콩에선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수십만명의 시민이 빅토리아파크에 모여 천안문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어왔다. 홍콩당국은 4일 30년만에 처음으로 이 집회를 금지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4일  빅토리아파크에서 열린 천안문 희생자 추모집회. 사진=Jim HorYeung 홍콩통신원
홍콩에선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수십만명의 시민이 빅토리아파크에 모여 천안문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어왔다. 홍콩당국은 4일 30년만에 처음으로 이 집회를 금지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4일 빅토리아파크에서 열린 천안문 희생자 추모집회. 사진=Jim HorYeung 홍콩통신원

지련회는 매년 추도 촛불 집회에서 '6·4 천안문 사태를 재평가하라 (平反六四)’, 공산당 독재를 종식하라 (結束一黨專政)’ 등의 구호를 외쳐왔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행이 예상되는 홍콩보안법이 발효되면 홍콩내에서 ‘공산당 독재를 종식하라’ 등의 구호는 법 위반 사항이다. 이로인해 홍콩 시민들은 이날 8인이하 집회를 홍콩 전역에서 열면서 ‘공산당 독재 종식’ 등의 구호를 외친다는 계획이다. 

이런 시민들의 움직임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캐리 람 홍콩 수반(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홍콩보안법 시행 후 달라지는 제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아직까지 보안법의 법 조항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개별적인 사례에 대해 평가하거나 예단할 수 없다”며 명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이날 소위 '이동식 집회'와 8인 이하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리척얀(李卓人) 지련회 주석은 “앞으로 보안법에 위배된다 해도 지련회의 입장은 확고할 것”이라며 홍콩보안법을 반대하는 시위는 지속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홍콩인들 사이에서 천안문 추모에 대해선 여론이 분산되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중국 전인대에서 홍콩보안법을 통과된 후 홍콩인들의 반중 감정이 극에 달해 있는 시점에 홍콩 당국이 30년간 이어져온 천안문 추모 집회를 불허한 것도 이런 홍콩인들의 의식이 분열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지련회를 비롯한 홍콩 진보세력은 홍콩보안법보다 지난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이후 세대들의 의식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서 벌어진 천안문 사태를 홍콩내에서 이슈화 한다는 것에 대해 세대간 이견이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민의연구소(香港民意研究所)는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홍콩 시민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국의 민주화 발전에 홍콩인의 책임이 없다는 응답이  36%로 1993년 관련 여론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명보(明報)가 보도했다. 

원광(張文光) 지련회 사무 위원은 이에 대해 지난 2014년 홍콩의 우산혁명이후  젊은층들은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만 관심이 있고 중국의 민주화에는 무관심졌기 때문 인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젊은이들은 매년 6월 4일 촛불 집회가 아무 의미 없는 의식 중의 하나로만 인식해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지련회까지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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