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포르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광을 바라보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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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포르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광을 바라보는 유럽
  • 최지윤 스페인 마드리드 통신원
  • 승인 2020.06.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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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만명 먹고사는 유럽 관광산업 '초토화'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등 남유럽 특히 심각
EU와 각국 정부, 국경개방 등 관광재개 안간힘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 아무도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위기를 맞이했다.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침체됐으며, 코로나 이전의 시대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그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던 3월을 시작으로 약 두 달간의 사투 후, 유럽은 서서히 봉쇄를 완화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왔고, 2차 유행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전히 하루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국경을 계속해서 닫아놓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 유럽은 빗장을 풀고 있다.

유럽 관광산업 초토화

 21세기에 들어 저비용 항공의 등장, 통신망의 비약적인 발달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여 관광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현재 유럽 관광산업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특히 전 세계 관광객의 절반이 방문하는 유럽 국가들의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유럽연합에 따르면 유럽 내 관광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일하는 인구는 어림잡아 2700만명. 이를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수는 상상할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국가별 GDP 대비 관광산업 의존도. 자료= www.bloomberg.com
유럽 국가별 GDP 대비 관광산업 의존도. 자료= www.bloomberg.com

이렇게 유럽의 관광산업은 전례 없는 타격을 입었다. 유럽여행위원회(ETC)는 올해 수요가 40% 가량 급감하고 2023년이 되어서야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GDP 중 관광산업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리스(20%), 스페인(14%), 이탈리아(15%), 포르투갈(16%) 등 관광에 의존하는 특정 국가의 상황은 매우 어렵다. 이들 국가의 관광산업 위기는 각국의 재정 지원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0년 전 경제 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하며 업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관광 회복에 안간힘 다하지만

지난주 유럽연합은 경제회복기금 7500억 유로(약 1020조원)를 긴급 투입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재정 지원을 많이 받을 국가는 이탈리아로, 818억 유로의 보조금과 909억 유로의 차관을 받게 된다. 두 번째 국가인 스페인은 770억 유로의 보조금과 630억 유로의 차관을 배정받았다. 똑같이 봉쇄조치를 취했지만,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최대 20%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들에 대한 보조금으로, 유럽 예산을 통해 이 자원의 일부를 조달되며 최종적으로 27개 EU 회원국에 의해 의회에서 승인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술라 폰데르라이엔. 사진=elpais.com
EU 집행위원장 우르술라 폰데르라이엔. 사진=elpais.com

그러나 유럽 국가들의 입장 차이가 존재해 합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관광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 국가에게는 붕괴 우려가 큰 경제를 간신히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지만, 북부 국가들은 이것이 '부채의 시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회복기금 조성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은 관광 재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유럽 국가들이 점진적으로 여행 제한을 해제하고 교통 서비스를 복원하며 관광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관광과 교통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권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는 점진적으로 관광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소위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고 불리는 네 국가는 관광 성수기에 맞춰 국경 개방을 서두르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14일간의 자체 검역 규제를 부과한다고 했지만, 관광업계의 반발로 7월부터 14일간의 방문자 검역 의무화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관광 성수기인 6~8월이 지나기 전에 다시 시장을 여는 것은 스페인 경제에 있어 중요한 현안이다. 스페인이 7월에 관광객을 받아들인다고 발표하자, 관광업계 종사자들과 항공사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스페인 말라가, 이비자, 팔마 등 주요 관광지를 운항하는 항공편을 증편한다고 밝혔다. 포르투갈 항공사인 TAP 역시 스페인 주요 도시를 운항하는 횟수를 약 200편 이상 늘릴 예정이다.

페르난도 시몬 스페인 질병통제국장은 모든 항공편의 중간 좌석을 비워둘 것을 권고했다. 또한, 유럽항공안정청(EASA)은 항공사들이 재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한편, 승객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프로토콜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레예스 마로토 스페인 관광부 장관은 “EU 회원국들이 유럽 내 이동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공통 규범을 정의하는 데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 및 안전을 최대한 보장해 여름을 앞두고 관광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해수욕장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한 관광 재개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www.levante-emv.com
스페인은 해수욕장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한 관광 재개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www.levante-emv.com

관광산업에 가장 의존도가 높은 그리스 역시 6월 15일부터 관광객을 맞이한다. 유럽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낮게 집계되면서 정부의 방역에 국민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키리아코스 미토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관광업이 7월 1일까지 완전히 재개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스는 해수욕장 재개 시, 파라솔 및 선베드의 필수 거리 유지 및 소독, 음식 테이크아웃 등 철저한 규칙을 내세워 관광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리스는 관광을 장려하기 위해 항공, 버스, 철도 등 모든 교통수단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24%에서 13%로 일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포르투갈 역시 이웃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적지만, 국경 폐쇄로 경제적 타격이 큰 나라중 한 곳이다.  현재 포르투갈 정부는 호텔, 공항, 해수욕장에서 국내외 관광객의 안전한 체류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비교적 이른 6월 3일부터 해외 관광객을 받을 예정이다. 열화상 카메라, 손 세정제, 해변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내세우며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역시 5월 15일부터 독일발 일부 교통에 한해 국경을 개방했다. 오스트리아의 산악 휴양지는 주변 국가들에 인기가 많으며, 특히 독일 관광객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의 스키 관광지 방문 후 독일로 돌아오는 사람들에 의해 독일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독일은 인접 국가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와는 엄격히 통제된 조건에서 5월 16일부터 국경을 개방했으며, 6월 15일부터는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였다. 독일은 각국이 항공기와 기타 운송 수단에서 승객과 직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유럽연합의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해변에 앉아있는 사람들. 사진=malagahoy.es
마스크를 쓰고 해변에 앉아있는 사람들. 사진=malagahoy.es

'환상의 여행' 시대는 다시 안온다? 

유럽 각국의 코로나 감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국경을 개방하는 시기 역시 다르다. 사망자 수 및 확진자가 많았던 나라는 관광이 얼마나 빨리 활성화될 것인지, 엄격한 사회 복지 및 위생 규칙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로서는 감염의 위험과 자가 격리 기간을 모두 감수할 여행객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유럽은 경제 회복을 위해 국경 통제를 완화하고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어려움과 불확실함이 가득한 실정이다. 예전처럼 환상과 즐거움만 가진 채 여행을 가는 시대는 지났다. ‘정답’이라고는 없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현명한 방법을 찾기 위해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 최지윤 통신원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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