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얼굴 맞대고 먹어야 친해진다고? 포스트 코로나, 이젠 달라져야
상태바
[문화트렌드] 얼굴 맞대고 먹어야 친해진다고? 포스트 코로나, 이젠 달라져야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6.03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나누는 우리 식문화, 코로나19에 취약...공용 젓가락 사용, 덜어 먹기 등으로 보완해야
담백 깔끔한 일본 가정식 인기...입과 눈을 만족시키며 최근 혼밥 트렌드에도 맞아
개인 소반에 차려먹던 '독상 문화', 일제 강점기ㆍ 625 이후 겸상으로 바뀌어
포스트 코로나로 바뀐 일상, 식문화 '뉴 노멀'에 적응하는 것 필요해
10년전 SBS TV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10년전 SBS TV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요즘 드라마는 어떤지 모르겠다. 예전 주말 드라마를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대식구가 식사 시간에 맞춰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 식사가 끝나면 거실에서 아버지는 신문을 읽고 어머니는 과일을 깎는 장면, 그리고 어머니와 자녀들이 티격태격하면 아버지는 근엄하게 꾸짖는 장면...

가족이 시간 맞춰 함께 식사하기가 쉽진 않은데 과연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의아했다. 어쨌든 그렇게 드라마에 반드시 등장하는 식사 장면처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우리의 전통인 것은 틀림없다. 

함께 밥먹는 사이는 허물없는 사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직장에서 혹은 비지니스 때문에 함께 해야하는 식사는 허물없는 사이가 '되기 위한' 마중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대화는 오늘도 문자, 통화, SNS에 넘쳐난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미뤄온 만남들을 재개할 시간이다. 하지만 그 모양새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함께 하지만 함께 하면 안되는 것들도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는 이들도 있지만 이것만큼은 코로나 이후가 훨씬 바람직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공익광고. 사진=CCTV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자는 중국공익광고. 사진=CCTV 캡쳐

 

코로나19 확산을 막자...정부,식문화 바꾸기 캠페인 나서

우리는 가정에서 가족과 식사할 때 모든 반찬을 공유한다. 가족이라면 사실 당연한 것이다. 이것이 사회에도 이어져서 친구나 직장 동료와 함께 밥을 먹을 때도 하나의 불판에서 고기를 굽고, 큰 냄비에 담긴 전골이나 찌개를 나눠 먹는다. 음식을 함께 나눠 먹어야 정을 나누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위생이다. 최근엔 거의다 개인접시를 사용하지만 김치나 밑반찬은 꺼림칙해도 그냥 나눠먹게된다. K팝 열풍으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적응하기 힘들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식문화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식문화가 감염병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식사 과정에서 비말(침방울)이 섞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 비말은 코로나19를 전파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다. 이 때문에 우리 식문화의 비위생적인 부분을 개선하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계부처와 식사문화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한 후 식약처와 함께 식사문화 개선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 밝혔다. 먼저 ‘음식 덜어 먹기’와 '개인 식기 사용'을 권장하는 포스터를 외식업소에 공통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1인 상차림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사실상 비용과 노동력이 추가 투입되어야 하므로 지켜지기 힘들다. 개인접시를 사용하고 반찬을 덜어먹을 수 있도록 공용 젓가락이나 집게, 국자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식당에서는 테이블 사이 간격을 유지하고 좌석도 띄어 앉도록 한다.  

재미있는 건 대학가와 젊은 이들이 많이 찾는 곳에선 1인 상차림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이미 성업중이라는 사실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일식 상차림. 1인용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진=기꼬만 간장 홈페이지
깔끔하고 담백한 일식 상차림. 1인용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진=기꼬만 간장 홈페이지

 

1인 상차림에 담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일본 가정식 인기

얼마전부터 연남동, 합정동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에 일본 가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생겨났다. 가정식은 우리말로는 '집밥'인데 일본에서는 '와쇼쿠(和食)'라고 불린다. 와쇼쿠는 정갈하고 담백하며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식단으로 화려한 식기와 함께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일본 음식은 10여년전부터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알려지면서 초기엔 카레, 덮밥, 라멘,돈까스 등이 인기를 끌다가 최근 5년전 부터는 일본관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을 한국에서도 맛보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메뉴가 다양해졌다.  

중식이나 서양식은 주로 튀기고 굽는 요리라 칼로리가 높은 반면 일본 가정식, 혹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탈리아 가정식은 간소하면서도 담백한 식단으로 기름진 것을 피하는 요즘 트렌드에 어울린다. 혼자 또는 둘이서 식당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적은 양을 조금씩 맛보는 메뉴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혼밥' 을 하는 이들을 위해 실제로 많은 가정식 식당들이 1인용 좌석을 따로 갖추고 있다.

최근의 반일 감정으로 일본 음식점들이 다소 고전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편안하고 조용한 한 끼를 위해 찾게 되는 곳이다. 그만큼 우리 식문화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탓이다.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젓가락이 교차하고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부지런히 음식을 먹는 우리네 평범한 고깃집 풍경. 시끄럽고 불결하다고 생각하는가? 누구처럼 좀 깔끔하게 먹으면 안되는지 한심한다는 생각이 드는가?

하지만 이런 우리의 식문화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전통 공예품 전시회에서 한국 전통소반들을 관람하는 외국인. 사진=연합뉴스
전통 공예품 전시회에서 한국 전통소반들을 관람하는 외국인. 사진=연합뉴스

 

  겸상이 전통? 조선시대까지 독상이 표준이었다

그렇다면 여럿이 나눠 먹는 우리의 식습관은 우리의 오래된 전통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이른바 '겸상' 문화가 우리의 전통 식문화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조선시대까지는1인 1상을 받는 독상이 일반적이었고 따라서 한사람씩 따로 밥을 차리기 위한 소반이 가정마다 여러 개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양반은 물론 평민 가정에서도 사용했다고. 

독상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한것은 일제강점기때부터다. 조선총독부는 우리 땅에서 자란 곡물 등 식량 자원을 수탈했으며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조선 백성들의 놋그릇, 수저, 온갖 쇠붙이들을 일본으로 빼돌렸다. 이에 식량과 식기가 부족해지자 일제는 물자를 아끼라며 온가족이 한 상에서 밥을 먹으라는 지침을 내린다. 

온 가족이 한상에서 한꺼번에 먹을 수 있으려면 개인 소반 대신 큼지막한 상이 필요했고 그후로 온가족이 쓰는 밥상이 보편화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해 물자난이 계속되면서 결국 겸상 문화가 한국의 전통인 것처럼 자리잡게 됐다. 

‘맛 칼럼니리스트’ 황교익씨는 JTBC ‘비정상회담’에서 "우리 전통은 겸상이 아니라 독상"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최근 자신의 SNS에서는 “한 그릇의 음식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집어넣어 먹는 게 한국인이 유독 인정이 넘쳐서 그런 것이고, 이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문화”라면서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이라 피력했다.  

밥과 술을 나눠먹으며 정을 쌓아가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우리 식문화.

문화는 사회경제적 변화와 무관할 수 없다. 코로나로 우리는 이미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굳이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면 자리를 함께 해도 식기와 식도구는 따로 쓰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받아들이자. 예전에 술잔을 돌리며 마시던 것도 간염의 급등으로 사라진 것처럼 이제는 각자의 몫을 덜어먹으며 조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식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