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미국 실업수당 모럴헤저드…국제 사기범죄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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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미국 실업수당 모럴헤저드…국제 사기범죄로 번져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0.05.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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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미국에서 실업수당 청구가 크게 늘어나자, 신분을 도용해 사기로 신청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사기 신청에는 국제범죄집단도 가담해 연방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미국내 10여개 주에서 범죄조직들이 신분, 신용정보를 도용해 대규모로 실업수당을 타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실직하지도 않은 근로자들의 신분을 도용해 사기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것이다.

이 액수는 무려 수억 달러에 달한다고 방송매체인 CBS는최근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신용정보회사 에퀴팩스(Equifax) 등에서 유출된 고객들의 신분 및 신용정보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역에서 지난 두 달 반 동안 4000만명 이상이 실업수당을 청구했고, 실제로 수당을 지급받고 있는 실직자들은 2500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기 실업수당 신청으로 수 억 달러가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범죄를 조사하는 연방 비밀조사국은 지난 5월 중순까지 9개주에서 신분도용 사기 실업수당 신청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9개주는 플로리다, 매사추세츠, 노스 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오클라호마, 로드 아일랜드, 와이오밍, 워싱턴주 등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3월 실업수당을 받기위해 줄을 서있는 미국인들.  각 주별로 실업수당 지급율이 높아지자, 5월들어 실업수당을 부정 수급받는 개인은 물론 국제범죄집단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3월 실업수당을 받기위해 줄을 서있는 미국인들. 각 주별로 실업수당 지급율이 높아지자, 5월들어 실업수당을 부정 수급받는 개인은 물론 국제범죄집단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월 마지막 주에도 사기 실업수당 신청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범죄 타깃이 되어 있는 주는 10여개로 더 늘어났다. 실업수당을 많이 제공하는 주들이 우선 범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법죄집단도 여기에 가세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례로 서부 워싱턴 주는 나이지리아 등 국제 사기범죄 조직들의 첫 타깃이 됐다. 실업수당 신청인에게 상당액을 사기당 한 것이다. 이 주는 코로나 사태가 초반에 가장 기승을 부렸고, 미 전역에서 가장 빨리 실업수당 시스템을 가동해 많은 액수를 제공하고 있다.

오하이오와 펜실베니아 주에서도 신분도용을 통한 실업수당 신청에 상당액을 사기당 한 것으로 보인다. 범죄조직들은 훔친 신분, 신용정보를 도용해 해당 주당국에 실업수당을 신청해 '프리페이드 데비 카드(pre-paid debit card)'로 1주에 1000달러 안팎을 받는다.

이들은 실업수당을 받자 마자 다른 계좌로 이체하거나 심지어 다른 나라로 국제 송금하고 있다. 일부는 비트 코인으로 바꿔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미국 실업수당 청구, 미국 노동인구 4분의 1 해당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국의 ‘실업 쓰나미’는 10주 연속 계속되고 있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셋째 주(17일~23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모두 212만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주 동안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은 4000만명을 넘어섰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줄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코로나19 경기부양 법안에 따라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와 계약직 근로자들도 신청이 가능해 모든 신청자를 실직자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청구 건수 규모는 8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300만건 밑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큰 규모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폭증은 3월 셋째 주(330만건)부터 본격화했다. 이후 같은 달 넷째 주에는 687만건까지 치솟은 뒤 이후 661만건(3월 29일~4월 4일), 524만건(4월 5~11일), 444만건(4월 12~18일), 384만건(4월 19~25일), 316만9000건(4월 26일~5월 2일), 269만건(5월 3~9일), 244만건(5월 10~16일) 등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미 노동부가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6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 권영일 객원기자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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