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스포츠 브랜드] ⑥ 언더아머, 반격을 준비하는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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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스포츠 브랜드] ⑥ 언더아머, 반격을 준비하는 '언더독'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20.05.30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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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의류로 독자적 영역 구축하며 이름 알려
스티븐 커리 앞세운 마케팅으로 나이키 위협
주춤해진 성장세, 그러나 제품 혁신으로 정면 돌파
언더아머 2020년 광고 캠페인
언더아머 2020년 광고 캠페인

[오피니언뉴스=김서나 패션에디터] 세계 스포츠웨어 시장의 선두그룹을 형성하는 브랜드들이 대부분 운동화로 출발한 것과 달리, ‘언더아머(Under Armour)’는 의류로 시작했다.

좋은 품질을 인정받으며 인지도를 높여간 언더아머는 NBA 스타 스티븐 커리(Stephen Curry)와 함께 대중적 인기까지 끌어 모으면서 ‘나이키(Nike)’의 독주를 막아낼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초고속 성장으로 인한 어지럼증일까. 이후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던 언더아머는 이제 개선된 무기들을 가지고 다시 공격 태세로 들어가려 한다.

 

◆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위한 언더아머의 밀착 마크

미국 매릴랜드 대학교 미식축구선수였던 케빈 플랭크(Kevin Plank)는 유니폼 안에 받쳐입은 면 티셔츠가 경기 중 흘린 땀에 바로 젖어버려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반면 ‘컴프레션 쇼츠(compression shorts, 일명 쫄쫄이 반바지)’는 땀에 젖어있지 않고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주목한 그는 같은 소재의 상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천연섬유인 면이 아닌, 땀의 흡수와 건조가 빠른 합성 섬유로 운동용 상의, ‘베이스레이어(Baselayer)’를 제작한 플랭크는 이를 동료 선수들에게 제공하고 반응을 살피면서 퀄리티와 디자인을 다듬어갔고, 대학 졸업 후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워싱턴 D.C.의 할머니 댁 지하실에 공간을 마련한 그는 ‘유니폼 안(under)의 갑옷(armour)’이라는 의미로 브랜드네임을 정했다. 치열한 게임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유용한 장비가 되어주려는 뜻이 담긴 이름.

브랜드로고는 언더아머의 이니셜 ‘U’와 ‘A’가 위 아래로 겹쳐 놓인 형태인데, 간결하면서도 강직한 느낌의 이 로고는 기능에 충실한 대신 디자인은 단순했던 초기의 언더아머 아이템들 위에 장식되어 브랜드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품들이 적당히 준비되는 대로 자신의 차에 싣고 영업에 나선 플랭크는 우선 동부 해안 지역 중심으로 조금씩 판매에 성공했는데, 그러던 중 NFL(프로미식축구리그)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주전 쿼터백 제프 조지(Jeff George)가 언더아머의 베이스레이어를 입은 모습이 ‘USA 투데이’ 신문의 기사 사진에 등장하는 행운을 만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지아 공대 미식축구팀으로부터 10장의 주문을 받으며 운 좋게 광고 효과를 얻은 플랭크는 이후 언더아머의 제품을 입어본 선수들의 입소문 덕분에 여러 대학 팀, NFL 팀들을 고객 리스트에 올리면서 미식축구계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할머니 댁 지하실을 벗어나 매릴랜드 볼티모어에 터를 잡고, 오하이오 주에 공장도 세운 플랭크는 베이스레이어의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신체 온도를 조절해주는 ‘히트기어(HeatGear)’, ‘콜드기어(ColdGear)’ 등 새로운 아이템들도 추가하며 언더아머의 규모를 빠르게 키워갔는데, 이때 또 한번 광고 효과를 거둘 기회가 그를 찾아왔다.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의 제작사 측이 협찬 의사를 물어온 것.

주연배우 제이미 폭스(Jamie Foxx)를 비롯한 영화 속 미식축구 선수들이 언더아머를 착용하고 스크린에 등장하면서 브랜드로고가 관객들의 시야에 잡혔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플랭크는 스포츠 채널 ESPN이 발행하는 잡지에 과감하게 광고를 단행하며 수많은 독자들에게도 언더아머의 존재감을 알렸다.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에서 언더아머 베이스레이어를 입고 등장한 제이미 폭스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에서 언더아머 베이스레이어를 입고 등장한 제이미 폭스.

◆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한 커리, 확장성 가져와

2003년 ‘Protect This House(홈 그라운드를 지키자)’라는 슬로건으로 TV 광고를 선보이며 파워 넘치는 스포츠 브랜드의 이미지를 어필한 언더아머.

이후 여성용 제품들과 속옷 라인, 슈즈 라인을 잇달아 출시하며 토털 브랜드의 위용을 갖추고, 2007년 애나폴리스에 직영 매장도 오픈한 언더아머는 대중 속으로 더 파고들기 위해 미식축구 종목을 시작으로 스타 마케팅에 나섰다.

2010년 NFL 최고의 쿼터백으로 손꼽히는 톰 브래디(Tom Brady)를 모셔오는데 성공한 언더아머는 브래디의 부인인 수퍼모델 지젤 번천(Gisele Bündchen)을 광고 모델로도 등장시키며 이들 부부가 가진 인지도를 한껏 활용했다. 캠 뉴튼(Cam Newton), 훌리오 존스(Julio Jones) 등 여러 미식축구선수들과의 계약도 이어나갔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볼티모어 오리올스 출신의 레전드, 칼 립켄 주니어(Cal Ripken Jr)의 은퇴 후 야구 아카데미 활동을 뒷받침하고, 2011년부터 ‘최연소 만장일치 MVP’에 빛나는 브라이스 하퍼(Bryce Harper)와도 함께 하며 언더아머는 후원 선수들을 계속해서 늘려갔다.

2013년엔 골프계의 신성, 조던 스피스(Jordan Spieth)의 스폰서로서 필드에까지 영역을 확장한 언더아머는 농구계에서는 케빈 듀란트(Kevin Durant)를 타겟으로 정하고 구애작전을 펼쳤는데, 아쉽게도 그를 잡는 데엔 실패했다. 하지만 이때 제 발로 언더아머에 다가온 귀인이 있었으니, 바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간판 스타, 스티븐 커리였다.

원래 나이키를 신어왔던 커리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2013년 오프시즌에도 재계약을 고려 중이었으나 이미 다수의 거물급 선수들을 울타리 안에 확보한 나이키에게 커리는 그저 그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었다. 형식적인 대우에 실망한 커리는 당시 같은 팀 동료인 켄트 베이즈모어(Kent Bazemore)가 언더아머로부터 정성스러운 지원을 받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기울었다.

커리의 스폰서가 된 언더아머는 2014-15 시즌에 커리의 첫 시그니처 농구화 ‘커리1’을 내놓았는데, 마침 커리가 뛰어난 활약으로 MVP 트로피와 챔피언 링까지 거머쥐면서 언더아머는 그 수혜를 고스란히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커리가 워리어스와 함께 4시즌 연속 파이널 진출과 2번의 우승을 더 이뤄내며 나이키의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의 인기를 뛰어넘자 언더아머도 농구화 시장에서의 전망을 밝힐 수 있었다.

이러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기까지 베이즈모어의 공이 컸음을 잊지 않은 언더아머는 그와의 계약 기간을 연장하며 고마움에 보답했다.

스티븐 커리가 등장한 언더아머의 2015년 광고 캠페인
스티븐 커리가 등장한 언더아머의 2015년 광고 캠페인

◆ 숨 고르기 후 혁신 재가동하며 추격 돌입

농구계에서의 도약으로 상승기류를 탄 언더아머는 축구계로도 눈을 돌렸다.

대학 축구팀부터 공략하기 시작해 2012년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핫스퍼 FC와의 스폰서쉽을 체결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던 언더아머는 그러나 아쉽게도 재계약으로 계속 이어가지는 못했다. 대신 2017년 사우스햄튼 FC와의 계약을 따냈지만 공고한 축구 시장의 벽을  더 이상 뚫지 못하고 점점 무력해지는 모습이다.

커리의 인기를 발판 삼아 한때 ‘아디다스(Adidas)’를 제치고 미국 내 스포츠 브랜드 2위 자리에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사업 확장을 서두르다 보니 힘에 부치면서 기세가 꺾인 언더아머.

메이저리그 유니폼의 공식 공급업체로도 선정됐으나 재정 문제로 결국 나이키에 내줘버린 언더아머는 믿고 있었던 커리의 시그니처 시리즈마저 후속 모델들이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정체기에 빠지게 되었다.

그 사이 경쟁 브랜드들은 거꾸로 언더아머의 대표 아이템, 베이스레이어의 대체 상품들을 내놓으며 공격을 해오는 상황에서, 언더아머는 일단 달리는 속도를 늦추고 전열을 가다듬기로 했다.

다행히 여러 대학 팀들, 그리고 각 분야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과의 계약이 유지되고 있고, WWE 프로레슬러 출신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과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인 ‘프로젝트 락(Project Rock)’도 순항 중인 가운데 언더아머는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 즉 제품 개발에 다시 몰두하며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천연 미네랄 성분으로 체내에서 발산된 에너지를 돌려주는 ‘러쉬(Rush)’ 라인, 바이오 세라믹 성분으로 신체의 회복을 돕는 ‘리커버(Recover)’ 라인을 정착시켰다. 또한 슈즈 라인으로는 부드러운 쿠션폼을 에너지 웹으로 감싸 충격은 흡수하고 반발력을 높이는 ‘HOVR(호버)’ 시리즈를 발표했다.

특히 호버 러닝화 안에 센서를 내장시켜 앱과 연동되도록 했는데, 이는 언더아머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

2015년부터 피트니스 관련 앱들을 인수하며, 트레이닝에서 식단관리까지 건강정보들을 통합하는 디지털 혁신을 추진해온 언더아머는 이를 통해 피트니스 인구를 가깝게 연결하며 탄탄한 플랫폼을 구축해가고 있다.

지난 해 ‘갤럭시 워치 액티브2’와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했던 언더아머는 신형 무선 이어폰도 함께 개발 중이다.

언더아머의 러닝화 ‘호버 팬텀’의 2018년 광고 캠페인
언더아머의 러닝화 ‘호버 팬텀’의 2018년 광고 캠페인

2020년부터 창립자 케빈 플랭크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스포츠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 경영인 패트릭 프리스크(Patrick Frisk)가 CEO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새 시대를 열게 된 언더아머.

올해 초부터 전개된 광고 캠페인의 메시지 ‘The Only Way is THROUGH(오직 돌파)’처럼 언더아머는 굳건한 제품라인과 확실한 고정 팬들을 믿고 코로나 이후의 반등을 준비한다.

곧 시그니처 농구화를 선보일 필라델피아 식서스의 센터 조엘 엠비드(Joel Embiid)가 과연 커리와 같은 역할을 해주며 언더아머의 재도약을 이끌어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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