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치닫는 '美·中 갈등'...홍콩 이어 위구르·화웨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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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으로 치닫는 '美·中 갈등'...홍콩 이어 위구르·화웨이까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5.2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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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양회 폐막시 '홍콩 국가보안법' 표결
미국,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 착수
미 의회, 위구르 인권법도 통과시켜
중국 위안화는 사상 최저치로 급락
캐나다 법원, 화웨이 런정페이 딸 멍완저우 부회장, 미 송환가능성 높아져
멍 부회장, 미국 송환시 상당한 형량 선고받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홍콩 보안법 및 특별지위 박탈을 두고 양국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의회는 신장 위구르 인권법을 통과시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또다른 핵심 카드인 '화웨이 제재'와 관련해서도, 캐나다 법원이 미국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서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이 각 분야에서 격렬하게 부딪히며 양국간 갈등이 나날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 가치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中 "홍콩보안법 제정" vs 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 

미국과 중국간 갈등의 새로운 타깃은 바로 홍콩이었다.

지난 21일부터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은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지난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보안법의 일부 문구를 수정한 개정안이 주석단의 승인을 받았는데, 이는 22일 소개된 홍콩보안법 초안보다 더욱 엄격하게 보강됐다.

당초 홍콩보안법 초안에서는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를 예방하고 제지하고,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초안에서 '행위'라는 문구가 수정안에서는 '행위와 활동'으로 더 넓어진 것이다.

초안에서는 시위에서 과격한 폭력 행위나, 혹은 반(反)중국 행위 등을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작성됐던 반면, 단순 시위 참가자들까지 처벌 대상이 되게끔 수정된 것이다. 이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마지막 날인 이날(28일) 오후 3시(현지시간)에 표결이 예정돼있으며,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미국은 이에 '홍콩 특별지위 박탈' 카드를 내밀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오후 성명을 통해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홍콩이 미국법에 따른 대우를 계속 받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제정한 '홍콩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홍콩의 자치권 평가 보고서의 의회 제출을 연기했으나, 더 이상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자치를 보장받지 못하므로, 미국이 제공하는 특별 지위 역시 유지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이는 미국이 사실상 홍콩의 특별 대우 박탈 수순에 돌입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를 철회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행정 명령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홍콩이 이제껏 누려온 경제적 혜택이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 손에 달린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관리들이 어떤 조치를 내리는 것이 좋을지 저울질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美 하원, 위구르 인권법 통과

미국 의회는 이날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학대와 관련,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측은 그간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놓고 미국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해왔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서 중국과 미국간 갈등이 또다시 예고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위구르 인권법안을 413대1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 법은 지난 14일 상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 

이 법안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과, 다른 이슬람 소수 집단에 대한 억류를 규탄하며, 억류 수용소를 폐쇄하고, 미국 대통령이 탄압 책임이 있는 중국 당국자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거나 비자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행정부가 신장에서의 인권 위반은 물론 대규모 억류와 감시에 사용되는 기술 획득에 관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중국 국가주석에게 '당신은 이들이 잊혀졌다고 말할 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시진핑 주석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캐나다 법원 "화웨이 부회장, 미국 송환요건 충족"..中 "정치적 사건" 반발

미국과 중국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한 것은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이다. 캐나다 법원은 멍 부회장의 미국 인도 여부를 가르는 재판에서 미국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주요 외신은 "미 당국의 승리'라고 표현했고, 중국 측은 판결에 대해 '심각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인 멍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1일 캐나다 벤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멍 부회장에 대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 및 금융사기 혐의로 캐나다에 체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미국의 대 이란 제재를 어기고, 이란과 장비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멍 부회장 측은 캐나다에서는 이란 제재 관련법이 없다며, 캐나다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7일(현지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의 헤더 홈즈 부대법관은 멍 부회장 사건에 대해 미국 송환요건인 '이중범죄규정'을 충족한다고 판결했다.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멍 부회장 체포가 범죄인 인도 요건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당초 미국법을 위반한 것이 캐나다에서도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한 '이중범죄규정 충족 여부'는 멍 부회장에 대한 신병 인도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다만 CNN은 "캐나다 법원이 멍 부회장의 혐의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미국이 멍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가 캐나다에서도 범죄라는 것을 입증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판결로 멍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2단계 심리로 넘어가며, 2단계 심리에서는 캐나다 당국이 멍 부회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이 있었는지에 대한 심리가 이어진다. 멍 부회장의 최종 변론은 이르면 올해 9월말~10월 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인도 여부에 대한 최종 결과는 연말 경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금융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만큼, 멍 부회장이 미국으로 인도될 시 상당한 형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중국에 이어 캐나다와의 관계 악화도 우려 

중국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캐나다 법원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갖고 단호히 반대하며,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C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목적은 화웨이 등 중국 첨단기업을 끌어내리는 것"이라며 "캐나다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공범으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전적으로 중대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강경하게 비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는 정치인이 간섭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독립적 사법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중국은 사법부 독립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판결은 미국 당국의 초기 승리를 의미한다"면서도 "캐나다와 중국 간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 중 하나였던 화웨이 제재에 있어서 미국 측이 일단 유리한 위치에 놓인 반면 미국과 중국, 그리고 캐나다와 중국의 관계 악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멍 부회장 체포 소식 이후 캐나다 전직 외교관과 사업가 등 2명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고, 캐나다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한 바 있다. 

데이비드 멀로니 전 중국 주재 캐나다 대사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중국의 책임론, 홍콩 보안법, 소수민족 탄압 등 각종 이슈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며 "전 세계적으로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中 위안화 사상 최저..약세 지속될 듯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27일 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0.7% 급등한 7.1964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0년 홍콩 역외시장 개장 이래 최고 수준이다. 중국 역내시장에서도 28일 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7.1777위안까지 올랐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위안화 급락의 방어선으로 여겨왔으나, 이제는 7.2위안 돌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 기준 환율을 달러당 7.1277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일대비 0.26% 상승한 것이며, 반대로 위안화 가치가 0.26% 떨어진 것이다.  

싱가포르 엑스포차이나믹뱅킹의 토미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 중심에 위안화가 위치해 있다"면서 "양국 간 갈등이 복잡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위안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는 가까운 시일 내에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달러당 7.2위안 돌파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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