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미스터트롯, 물들어온다고 노만 젓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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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미스터트롯, 물들어온다고 노만 젓다가는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27 10: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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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만 돌리면 ‘미스터트롯’...트로트 음악 관련 프로그램도 봇물 터지듯
갑자기 인기가 솟았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연예인들이 생각나
지금 받는 관심과 인기는 유한한 자원...대중들 호기심의 유효기간도 짧음을 깨달아야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불후의 명곡’, ‘아는 형님’, ‘전지적 참견 시점’, ‘선을 넘는 녀석들’, ‘미운 우리 새끼’. 제목만 들어도 주말이 떠오르는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그리고 공통점이 또 있다. 지난 주말 이 프로그램들에 출연한 게스트들은 모두 ‘미스터트롯’ 출신들이었다.

지난 주말뿐 아니라 그 전 몇 주를 포함한다면 ‘미스터트롯’ 출신들이 출연한 프로그램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출연한 방송국도 종편이나 케이블은 물론 모든 공중파를 평정했다. 출연진도 ‘미스터트롯’ 우승자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결승전 진출자들은 물론 결승에 가지는 못했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은 참가자들도 출연하는 등 그 구성이 다양했다.

한때 ‘케이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이 공중파에 나오기 힘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방송가 분위기가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방송의 중심이 한때 플랫폼 중심으로 흘렀다면 지금은 콘텐츠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대중의 관심을 핑계로 일부 콘텐츠가 과도하게 공급되는 경향도 볼 수 있다.

JTBC ‘아는형님’에 나온 ‘미스터트롯’ top7. 사진= JTBC 홈페이지
JTBC ‘아는형님’에 나온 ‘미스터트롯’ top7. 사진= JTBC 홈페이지

콘텐츠 과잉 공급은 방송가의 이익이 맞아떨어지는 지점

토크쇼에 나온 연예인들, 특히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연예인에게 인기는 유한한 자원이니까, 다른 말로 고정된 수입이 없는 직업이니까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야 한다는 비유이다. 맞는 말이다. 바로 이 지점이 돈을 벌고 싶은 연예인들과 그들과 수입을 나누는 기획사, 그리고 대중이 궁금해하는 연예인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방송사의 이익이 딱 맞아 떨어지는 바로 그 지점이다.

이는 오랜 무명 시절을 지나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연예인들이라면 겪는 과정이기도 하다. 대중의 관심이 고팠던 연예인들은 순식간에 달라진 신분의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 급격한 신분 상승에 동반하는 인기 연예인의 삶은 잡지를 사면 따라오는 특별부록처럼 또 다른 기쁨을 준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정확히 돈으로 환전되고 계산 빠른 관계자들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많은 스케줄을 잡는다.

하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라는 말은 그 물이 언젠가는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중의 관심이 무쇠솥처럼 열기가 오래도록 간직되면 좋겠지만 양은 냄비일 경우가 많다. 연예인을, 그 사람 자체를 향한 팬심이라면 조금은 오래가겠지만 그 관심이 연예인이 아닌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식어버릴 수밖에 없다.

갑자기 확 떴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사람들

돌이켜 보면 과거에도 갑자기 등장해서 방송계에 어떤 ‘현상’을 불러일으켰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연예인들이 많다. ‘백세인생’을 부른 ‘이애란’도 그런 사례 중 하나이다. “육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라는 노랫말로 한때 우리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이애란은 원래 이 노래를 1995년에 처음 불렀다고 하는 데 오랜 무명 가수 생활을 하다가 2013년에 노랫말을 다듬고 편곡도 새로 해서 내놓았다고 한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애란. 사진= 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애란. 사진= 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하지만 처음에는 반응이 없다가 2015년에야 ‘백세인생’은 인터넷에서 뜨기 시작한다. 이 노래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 못 간다고 전해라”라는 가사를 다양하게 바꿔서 부르는 SNS 영상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런 ‘현상’이 공중파를 움직였다. 당시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에 나오더니 ‘스타킹’에도 나오게 되었다. 그에 힘입어 이애란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음악 순위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게 된다. 물론 가수로서 행사 섭외 1순위로 등극했고 그에 걸맞게 출연료도 몇 배나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가수 이애란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물론 ‘백세인생’ 히트 후 무명 가수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간혹 ‘성인가요’를 다루는 케이블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중들이 많이 보는 종편이나 공중파에서는 보기 힘들다.

요즘 방송은 연예인뿐 아니라 셀럽, 즉 일반인 중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사람들도 주요 콘텐츠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가 대표적이다.
 

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 사진 출처= KBS
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 사진 출처= KBS

평범한 할아버지였던 그는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했던 장면이 SNS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 노래를 잘 부르거나 춤을 잘 추지는 않지만 즐겁게 열심히 즐기는 모습이 대중들의 눈길을 얻은 것이다. 그렇게 입소문을 얻게 되니 방송 관계자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지병수 할아버지는 뉴스는 물론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에는 다 출연했다.

미디어 또한 그의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유명 연예인들이 그를 SNS에 태그하며 관심을 보인 것까지 기사가 되었다.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 오는 당연한 순서였을까. 매니저가 붙었다는, 자서전이 나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유튜브도 개설했다는 소식도. 한동안 그렇게 할아버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개설했다는 유튜브 채널에 가 보았다.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 채널의 가입자는 1만 5천 명 정도였다. 물론 그 정도 숫자도 일반인 유튜버들은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이다. 하지만 방송과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던 셀럽의 숫자치곤 저조한 숫자다. 세부 영상 조회 수는 더 적었다. 물론 몇만을 웃도는 영상도 있었지만 그건 채널 개설 초기였다. 영상 대부분이 몇백에서 몇천을 오갔다. 지금 대중들이 ‘할담비’에게 쏟는 관심의 척도를 알 수 있었다.

현재의 인기는 물 빠지면 사라질 모래성과도 같다

‘트로트’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졌다고, ‘미스터트롯’출신들이 너무 자주 나온다고 우려를 보내는 뉴스가 얼마 전부터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 글들의 취지들은 오랜만의 호황을 누리는 트로트를 너무 우려먹는 건 아니냐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대중의 관심에, 가수들의 인기에 힘입어서 비슷한 콘셉트의 방송이 많아지고, 심지어 같은 시간대에 편성되는 건 심히 우려할 만하다. 이러다가 변덕이 심한 소비자들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과식하면 먹기 싫어지듯이.

요즘의 트로트 과잉 공급 현상을 우려하는 글들에서 현재의 수혜자이면서 어쩌면 미래의 피해자일 수도 있는 가수들에게 보내는 조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라도 조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 대중의 환호에 붕 떴다가 홀연히 사라진 사람들에게서 교훈을 얻으라고. 지금의 인기에 취해 있지 말고 항상 새로운 걸 보여주라고. 대중의 호기심은 그 유효기간이 매우 짧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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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간다 2020-12-17 22:51:04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너무 트로트 하나로 우려 먹는 듯 하다. 다른 장르나 다양한 장르가 아닌 너무 하나에만 치우쳐 있는 듯.. 대부분 갑자기 부웅~ 떴다가 몇년 후 가라 앉는 현실인데... 과연 몇년을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