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업! 게임산업]③ 'e스포츠 종주국' 한국, 풀어야 할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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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업! 게임산업]③ 'e스포츠 종주국' 한국, 풀어야 할 숙제는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2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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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세계 5억명 시청, 시장규모 1조3000억원
BMW·나이키 등 처음으로 e스포츠와 스폰서 계약
롤·카스·오버워치 등 인기 종목, 국산은 배틀그라운드 뿐
MMORPG 탈피한 국산IP 확보 필요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최근 게임산업은 '레벨 업(level up)' 중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집콕족'이 된 가운데 게임이 주요 여가 활동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덕분에 엔씨소프트는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넥슨은 시가총액 20조원을 돌파하며 현대자동차를 넘어섰다. 또 게임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과 연계한 기술로 무장하는 등 최첨단 ICT 기술 발전을 이끄는 분야다. 이에 게임 산업이 어떻게 진화 중인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 매년 커져가는 e스포츠 규모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거의 모든 프로스포츠가 중단됐지만 '비대면 종목'인 e스포츠만큼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미국의 e스포츠 관련 조사업체 뉴주의 '2019 글로벌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억3500만명이었던 e스포츠 시청자는 올해 4억9500만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2022년에는 6억4500만명 규모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의 경우 한 달에 1회 이상 e스포츠를 시청하는 팬이 2억2200만명에 달하며, 라틴아메리카·중동·아프리카·동남아 등 전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시청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청 시간도 기록적이다. 지난해 트위치,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시청시간을 기록한 게임은 총 3억 4880만 시간의 라이엇 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LOL)'였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프'가 2억1500시간, '도타2'가 1억9890만 시간을 기록했다. 7위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은 2790만 시간으로 PC버전보다 더 많았다.

따라서 시장 규모도 매년 성장 중이다. 2017년 7억7640만 달러(약 9700억원)였던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수익은 올해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고 2023년에는 15억5670만 달러(약 1조93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서 뉴주는 스폰서십과 중계권료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텔레콤 T1의 '페이커' 이상혁.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T1의 '페이커' 이상혁. 사진=SK텔레콤 제공

◆ BMW·나이키 사로잡은 '페이커' 이상혁

과거 e스포츠에 투자하던 기업들 대부분은 IT 기반 회사들이었다. 하지만 달라진 e스포츠의 위상을 증명하듯 자동차, 패션 등 e스포츠와 별다른 연관이 없던 글로벌 기업들이 저마다 돈다발을 싸들고 노크하고 있다.

'롤'은 전 세계 1억명 이상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으로, e스포츠 대회중 가장 규모가 커서 '롤드컵'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롤' 프로게이머인 '페이커' 이상혁은 '롤'의 레전드로 불리는 선수다. 해외에선 축구스타 메시와 비견될 정도로 유명하다.

글로벌 자동차회사 BMW그룹은 지난 4월 '페이커'의 소속팀인 SK T1과 스폰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BMW그룹이 국내 스포츠구단과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1 선수들은 최신형 차량과 선수 전용 의자를 지원받는다. 이와 함께 동체시력, 반사신경 등 행동 데이터 분석도 함께 진행한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나이키도 T1에 러브콜을 보냈다. 나이키는 광고를 통해 "페이커는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위대한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다. T1 선수들은 대회 참가시 나이키 유니폼과 운동화를 착용한다. 또 나이키 코리아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별도 훈련공간을 제공한다. 최근 페이커는 나이키의 요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롤'에는 BMW 뿐 아니라 기아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혼다자동차 등 세계 각국의 완성차 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기아차는 2년 연속 '롤' 유럽리그 자동차 부문 메인 파트너 타이틀을 획득했다. 동시에 참가팀 로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3년째 중국 '롤' 프로리그 메인 스폰서다. 또 국내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는 글로벌 e스포츠기업인 '젠지 e스포츠'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혼다잗오차는 북미 '롤' 자동차부문 메인 스폰서이자 최다 우승팀인 '팀 리퀴드'를 후원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지난해 '롤드컵' 우승 트로피 케이스를 제작했다. 여성복 디렉터는 게임 내 콘텐츠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레드불, 몬스터, 코카콜라 같은 식음료 기업도 e스포츠 경기장 곳곳에 자사의 광고간판을 걸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는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 내에서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동물의 숲'은 e스포츠 게임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어 전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일으킨 인기 게임이다. '동물에 숲'에 뛰어든 브랜드는 발렌티노 말고도 마크제이콥스, 안나수이, GCDS 등도 있다.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저마다 e스포츠 스폰서에 뛰어드는 이유는 "e스포츠는 '대박' 가능성이 큰 차기 먹거리 산업"이라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

국내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의 주 소비층은 '밀레니얼 세대'인 10대~30대"라며 "스폰서 경쟁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e스포츠 문화를 만들어내고 구매력까지 갖춘 이들의 마음을 두드려 미래의 고객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펍지의 '배틀 그라운드'. 세계 e스포츠 인기종목 중 유일한 국산 IP 게임이다. 사진=펍지 제공
펍지의 '배틀 그라운드'. 세계 e스포츠 인기종목 중 유일한 국산 IP 게임이다. 사진=펍지 제공

◆ 한국 e스포츠의 미래, 밝은 편은 아니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e스포츠의 종주국이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세계적 인기를 끈 게임의 국내 프로게이머들이 최고의 실력을 바탕으로 e스포츠의 문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슬레이어즈_복서(SlayerS_‘BoxeR’)' 임요환이 완성시켰으며,  '워크래프트3'에서는 '문' 장재호가 20년 가까이 최정상을 지키고 있다. '페이커' 이상혁은 '롤'을 넘어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 e스포츠를 선도하고 있지만 미래에도 꼭 그럴거라는 보장은 없다. 전세계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 됐으며, 무엇보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게임이 세계 e스포츠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전략시뮬레이션이나 AOS 등 '대결'이 주요 콘텐츠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이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는 MMORPG다.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레이드를 하거나 공성전을 하는 등의 '역할 수행' 게임이다. MMORPG는 본인이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보는 콘텐츠'로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 세계 스포츠팬들이 각종 스포츠 대회의 빈자리를 e스포츠로 채우려고 한다"며 "사람들은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대결'을 주요 콘텐츠로 하는 국산IP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e스포츠 주요 종목으로는 '롤', '오버워치', '카운터 스트라이크', '도타2', '배틀 그라운드'가 있다. 이 중 '배틀 그라운드'만 국산 게임이다. 이보다 다소 인기가 적은 종목을 보면 '포트나이트', '하스스톤' 등이 있지만 컴투스의 '서머너즈워'를 제외하면 한국IP를 찾긴 어렵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MMORPG는 캐릭터 성능과 직결되는 콘텐츠 들의 유료화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반면 '롤' 같은 AOS 장르의 경우 유료 아이템은 캐릭터의 성능과는 관계 없다. 때문에 결제 유인 요소가 비교적 약한 편이라 개발도, 성과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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