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위안화 전쟁?...한국 원화 약세도 이어진다
상태바
미-중 위안화 전쟁?...한국 원화 약세도 이어진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5.26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中, 25일 달러대비 위안화 12년래 최저치로 고시
美·中 1단계 무역합의 물거품될 가능성도
전문가들 "위안화 약세 추세 당분간 이어질 듯"
원화 비롯한 신흥국 통화 흐름도 주목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 책임론부터 무역관세, 화웨이 제재, 홍콩보안법 등 다양한 문제에서 연일 갈등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에는 다시 환율 전쟁을 벌일 태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5일 위안화 가치를 1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고시했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 속에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반대로 미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이다.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던 두 나라가 이제는 환율을 두고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中 위안화 가치 전격 절하...무역합의 없던일로?

지난 25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 기준환율을 전날(7.0939위안)보다 0.0270위안(0.38%) 오른 7.1209위안으로 고시했다(통화가치 절하).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28일 이후 약 12년3개월만에 최고치다. 위안화 가치가 12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인민은행은 이어 26일에도 달러 대비 위안화를 7.1293위안으로 고시, 전일대비 위안화 가치를 0.12% 다시 낮췄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대로 떨어지는, 즉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는 위안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중국과 미국이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던 지난해 8월에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포치가 이뤄진 바 있는데, 당시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지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다시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졌으나 미국과의 갈등이 재발하자 다시 포치가 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위안화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중국과 미국이 간신히 이뤄낸 1단계 무역합의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경우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미 수출에 유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피해온 불공정 무역이 더욱 심화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는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며 "중국이 수출이나 경제 전반을 부양하는 위안화의 약세를 방치함으로써 미국과의 장기적 분쟁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위안화 약세가 재정적자 확대 및 통화공급의 영향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2일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정부가 제시한 업무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은 기존 2.8%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3.6%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차단을 위해 대대적인 통화공급에 나선 것 역시 위안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중국의 올해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규모는 3조7500억위안으로, 이는 전년대비 1조6000억위안 늘어난 것이다. 

아이퉁증권의 장차오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통화공급이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원화 비롯해 신흥국 통화 약세 이끌 가능성 높아

문제는 이같은 위안화 약세 흐름이 한국의 원화를 비롯해 신흥국 통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흥국가의 경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큰 상태에서 통화 가치마저 떨어질 경우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위안화 절하 고시 당일인 25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7.2원 오른 1244.2원에 마감한 바 있다. 124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3월24일 이후 두 달 만이다.

원화의 경우 위안화에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 하락과 함께 원화 역시 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신흥국가들의 경우 더욱 힘든 상황이다. 관광객이나 원자재 수출에 의존해온 신흥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끊기고 수출길도 막히면서 경제적 타격이 극심하다. 여기에 부채가 많은 신흥국가들의 경우 달러가 더욱 절실하지만,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달러 조달은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호주 일간지인 캔버라타임즈는 이를 언급하며 "코로나19는 미국 달러가 절실한 신흥국가들에게 전례없는 도전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싱가포르 코메르츠뱅크AG의 저우하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2위안을 테스트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따라 위안화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위안화 약세 추세가 이어지면서 2022년 말에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8.0위안 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홍콩 언론인 아시아타임즈는 "수많은 투자은행의 전문가들이 위안화 약세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연말에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19위안, 2021년 말에는 7.36위안, 2022년 12월에는 8.00위안으로 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미국·중국 갈등 더욱 심화될 듯

주요 외신들은 중국 위안화 가치의 급락이 미국과 중국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FX스트리트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의 급락은 양대 경제대국의 분쟁이 극에 달했음을 반영한다"며 "위안화 고시는 중국 정치인들의 분위기와 관련한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또 "환율 하락은 항상 미국의 분노의 이유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가이타메닷컴 연구소의 칸다 타쿠야 리서치 담당자 역시 "현재 세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라며 "이미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홍콩보안법과 환율 등이 더해지면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