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난지원금 또 지급한다면...그땐 '사용처 보완'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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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난지원금 또 지급한다면...그땐 '사용처 보완' 고민해보자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5.25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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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하는 게 조건
재난지원금의 일정비율 대형마트서 사용하게 해야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 없어"
변동진 산업부 기자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구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소비에 활기를 불어넣자는게 이 재난지원금의 목적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SNS에는 재난지원금 사용을 인증한 후기들이 올라왔고, 전통시장이나 동네상권은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사용처 기준 때문에 적지 않은 잡음이 있다. 얼핏 들으면 이번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기업들이 엄살을 피우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한다. 손님의 발이 끊긴 재래시장이나 지역주변 영세 상공인에게 산소호흡기를 대주려는데 그것을 돈많은 대기업이 뺏으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사용처 기준에 대한 문제지적 사항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귓등으로 듣고 흘릴 문제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구공룡 ‘이케아’나 애플 제품을 판매대행하는 ‘프리스비’ 매장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그런데 가전제품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나 ‘면세점’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 백화점과 대형마트, 쇼핑몰 사용을 일괄적으로 막는 바람에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소외된 매장들도 다수다.

국산 브랜드 의류를 사는 건 대부분 불가능하지만, 일부 유니클로·자라·H&M 등에서 수입 의류를 구매하는 건 가능하다. 여기에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은 샤넬 플래그십스토어, 성형외과 등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재난지원금 사용처 기준이 모호한 이유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임대료를 내는 입점업체들은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월 매출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매장’은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입점한 매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매달 일정 금액의 임차료를 내고 마트 안의 공간만 빌려 장사를 하는 ‘월세형 매장’과 월 매출에서 일정 비율(통상 약 30%)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수수료형 매장’이다.

정부도 사용처 형평성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일주일 지난 18일 “사용처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있는 부분은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과 관련해 개별 가맹점을 (사용 가능업종에) 넣고 빼는 문제는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차관은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고, 소비를 촉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라며 ”이 두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용가능 업종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방문해 월 평균 수백만원에서 수십만원을 사용하던 소비자층은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동네마트·전통시장·해외명품 플래그십스토어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는 어떤 측면에선 재난지원금의 긍정적 효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형마트는 대기업들의 자회사이기도 하지만, 적지않은 중산층 이하 직원들에겐 생계 수단의 직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대형마트의 숨통이 막히거나 문을 닫는 일이 생기는 것이 결코 국가 경제에  이로운 일 만은 아니다. 

소비자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소비자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실제 고용노동부의 ‘4월 고용행정통계’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도소매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올해 1월 3만5000명에서 4월 1만4000명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1% 급감했고,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65.3% 하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영업이익도 226억원으로 57.7% 감소했다.

이마트 할인점(대형마트) 부문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5% 감소했고,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10.6% 증가했다. 그러나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이미 200여개 점포 폐점에 돌입한 상황이다.

결국 영세상인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형마트 직원들의 고용안정까지 아우르는 정부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 제기의 본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식품과 이커머스 부문 성장으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진짜 문제는 2분기”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면 무급휴가를 비롯한 인력감축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회적합의만 선행된다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 만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세 자영업자들과 상생을 목표로한 재난지원금의 취지를 살리면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매장에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핀테크시대에 상품권이나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의 30%내지 일정 비율을 대형마트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는 간단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소비심리를 살리고,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과감하고 빠른 재난지원금 실행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2차·3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사회적합의를 거쳐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세심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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