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드라이브 인'으로…포스트 코로나 대처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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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드라이브 인'으로…포스트 코로나 대처法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5.25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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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극장 방식 '드라이브 인' 시대 열려...영화 공연 즐겨
칸 영화제, '드라이브 인' 상영회로 아쉬움 달래
사천인권영화제, '자동차 극장’ 운영...삼천포유람선 선착장서 상영
이제는 '드라이브 인'이 대세...포스트코로나 대처하는 문화예술계
칸 드라이브 인 상영회.사진=연합뉴스
칸 영화제조직위원회가 개최한 드라이브 인 상영회.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우리 의료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 전세계에 보급된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빠르고 안전하게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에 가장 환영받는 방식인 '드라이브 스루'는 최근에는 농산물 구매, 장난감 대여 등으로 진화했다.

이제는 '드라이브 스루'에서 '드라이브 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며' 검사 혹은 구매, 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 경험하는 방식이 뜨고 있는 것이다.

'드라이브 인'은 자동차 극장의 운영 방식이다. 1910년대 자동차 강국 미국에서 처음 등장해 1940~60년대에는 수천 개의 자동차 극장이 성업했다. 주차장이나 공터에 만들어진 야외극장에서 전면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뜨면서 자동차 라디오의 FM주파수로 소리를 듣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초반 도입되어 전국적으로 60개가 운영됐다. 하지만 그후 복합상영관이 등장하고 가정 내 DVD 보급이 늘어나자 자동차극장의 수도 감소했다. 더 나아가 지금은 아예 가정에 홈 시어터를 장만하거나 모바일로 영화를 감상하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그동안 폐허로 변해버린 국내외 자동차극장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영화 상영 외에도 다채로운 공연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인' 극장이 '슬기로운 문화생활'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칸 해변을 배경으로 한 황금종려상. 사진=연합뉴스
칸 해변을 배경으로 한 황금종려상 트로피. 사진=연합뉴스

 

◆ 칸 영화제 사실상 취소, 칸 해변 '드라이브 인' 상영회로 아쉬움 달래
그동안 초미의 관심사였던 올해 칸 국제영화제가 코로나 19 여파로 사실상 취소됐다. 칸 영화제는 당초 5월 12~2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예전과 같은 대규모 축제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고 대신 다른 영화제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우선 올해의 초청작은 다음달 초 발표하며 '칸 2020'이라 이름 붙여진 작품들은 토론토 영화제,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뉴욕 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 등 가을에 열릴 다른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칸 해변에서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무료 상영회가 열렸다. 칸 시 당국과 칸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칸의 중심해변인 팜비치의 주차장에서 5편의 야외 상영회를 열었다.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진행된 상영회는 상영시간 동안 관람객이 승용차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하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예방한 것. 칸 뿐만 아니라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여러 도시에서 비슷한 야외 영화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주로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 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하는데, 모두 차 안에서 관람하는 '드라이브 인' 방식이다.

반면 정작 프랑스영화연합회는 봉쇄 해제 이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영화관의 문을 다시 여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드라이브 인' 방식의 영화상영에는 난색을 표하기도. 

 

사천YWCA가정폭력상담소가 11월에 열리는 사천인권영화제 본 행사에 앞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5일 동안 자동차 극장을 운영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천YWCA가정폭력상담소가 11월에 열리는 사천인권영화제 본 행사에 앞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5일 동안 자동차 극장을 운영한다. 사진=연합뉴스

 


◆ 사천인권영화제, '자동차 극장’ 운영...삼천포유람선 선착장 주차장서 상영

사천 YWCA가정폭력상담소가 11월에 열리는 사천인권영화제 본 행사에 앞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5일 동안 '자동차 극장'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기존에 계획했던 상영관 상영 대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고자 기획한 새로운 방식의 행사다.

영화는 사천시 대방동에 위치한 삼천포유람선 선착장 주차장에서 저녁 8시에 상영된다. 매일 1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5편의 영화는 ‘인권’이라는 큰 주제로 가족, 장애인, 아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천YWCA는 자동차 극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사천인권영화제 로고인 ‘사람을 품다 마음을 잇다’가 손글씨로 쓰인 컵과 마스크, 손소독제 등의 방역 물품을 증정할 계획이다. 관람을 희망하는 사람은 사천인권영화제 공식 블로그 및 SNS 등에서 네이버폼 링크로 신청하면 된다.     

서은경 사천YWCA가정폭력상담소장은 “안전을 위해 자동차 극장으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이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담긴 영화를 관람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서 최초로 열린 '드라이브 인 콘서트'. 관람객들은 차에 앉아 가수들의 공연을 즐겼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서 최초로 열린 '드라이브 인 콘서트'. 관람객들은 차에 앉아 가수들의 공연을 즐겼다. 사진=연합뉴스

 

◆ 이제는 '드라이브 인'이 대세...'포스트코로나' 대처하는 문화예술계

자동차 안에서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드라이브 인' 방식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처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에 탄 채 관람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기다. 지난 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금지됐던 자동차극장이 문을 열었으며 독일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3개월 만에 30개의 자동차극장이 새로 만들어졌다. 현재 50개 정도인 자동차극장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수도권의 자동차극장들이 코로나19 로 인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클래식, 오페라, 무용에 이르는 공연예술까지 ‘드라이브 인' 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장의 현장감을 온전히 느끼기엔 다소 부족하지만 감염 우려가 큰 실내 공연장을 대신해 안전하게 공연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크리첼은 지난 9일 독일 서부 소도시 이절론에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인 리사이틀을 열어 베토벤과 리스트를 연주했다. 영국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는 오는 9월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인 오페라를 공연한다고 발표했다.  9월 중순부터 3주간 런던 북부에 있는 알렉산더 팰리스 공원에서 푸치니의 ‘라 보엠’과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앞으로 드라이브 인 공연 방식이 꾸준히 사랑받을지는 두고봐야한다. 아직은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고 연주자나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낯설기 때문. 자동차 창으로 바라보는 무대는 멀기만 하고, 라디오를 통해 들리는 음향이 생생하게 구현될 지, 그리고 관객의 박수와 환호를 대체한 비상등과 클랙슨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제대로 전달할 지 궁금하다.

하지만 현재 다시 문을 연 실내 공연장들은 생활 속 거리두기에 따라 기존 좌석의 20~25%만 판매할수 있는 상황이어서 자동차극장이 포스트 코로나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공연계에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고 예상되기도 한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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