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선의 집짓고홈] 퓨전 한옥, 번거로운 삶을 택한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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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선의 집짓고홈] 퓨전 한옥, 번거로운 삶을 택한 사람들에게
  • 노진선 더코지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승인 2020.05.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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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아파트 생활에 '반기'...번거로운 삶을 택한다
1930년대 '현대식 한옥' 탄생...이후 개량과 변화 거쳐
대청마루가 '거실'로 바뀌고, 마당은 '전원 생활' 공간으로
한옥 아름다움의 '백미'는 천장...멋스러운 인테리어의 완성
건축비는 최대 2배...'모듈러 공법' 또는 보조금 받는 '대수선' 고려할 만
노진선 더코지홈 이사
노진선 더코지홈 이사

[노진선 더코지홈 코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에 의해 한때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던 우리나라. 1970년대 중산층을 겨냥해 지어진 아파트는 부의 상징, 재산 축적의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까지도 아파트는 가장 보편화 된 주거 형태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주택유형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두명 중 한명은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2014년 기준) 그런데, 아파트에서의 편리한 생활에 반기를 들고, ‘번거로운 삶’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한옥에서 자연을 벗 삼아 느리게 사는 방법을 배운다는 사람들. 집이 재산증식의 수단에서 정서적 안정을 취하고, 개인 정체성을 투영한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한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충남 공주시의 한옥마을. 사진= 연합뉴스
충남 공주시의 한옥마을. 사진= 연합뉴스

1930년대 일제 강점기 '현대식 한옥'의 시작
 
서울에는 대표적으로 북촌과 서촌, 은평한옥마을이 있다. 2012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은평한옥마을을 제외하고, 북촌과 서촌에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한옥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곳의 한옥들은 조선 시대 전통한옥은 아니다. 1930~40년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다.
 
개항 이후 서울로 이주해 온 일본인들은 현재의 청계천 남쪽에 거주지를 마련했다. 일제 강점기 청계천을 경계로 남촌에는 일본인이 북촌에는 조선인이 거주했다. 1920년대 후반에 이르자 신축 가옥중 일본인 주택 비중이 약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남촌에 살던 일본인들은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청계천을 넘어 북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조선인의 주거지가 줄어들자, 부동산 개발회사 건양사를 설립한 '정세권'은 도시형 개량 한옥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한옥을 분양했다. 정세권(鄭世權)은 일제 강점기시절의 부동산 개발업자로당시 '건축왕'이라 불리며 경성의 부동사 지도를 재편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유리문을 달고, 표준화된 목재를 사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전통한옥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식 한옥을 만들었다. 그 당시 만들어진 아담한 형태의 개량 한옥이 현재까지 남아 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6년 서울시는 북촌과 서촌 일대를 포함해 5곳을 한옥보전구역으로 지정하고, 수리 및 신축 지원금 제도를 시행해 한옥 보전에 앞장섰다. 덕분에 양옥과 한옥의 장점을 모아 조형미뿐만 아니라 편리함까지 더한 현대식 한옥이 늘었다. 일부 구옥은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고 있다.

한옥주택 내부 공간. 마당이 전원으로 꾸며졌다. 사진= 연합뉴스
한옥주택 내부 공간. 마당이 전원으로 꾸며졌다. 사진= 연합뉴스

한옥 인테리어의 현대화, 마루와 천장의 변신
 
시간이 흐르면서 한옥의 내부도 차츰 변화했다. 가장 뚜렷하게 변화된 부분을 꼽자면 '마루'다. 마루는 한옥에서 온돌과 더불어 가장 큰 특징으로 집안과 밖의 구별이 모호한 개방적 구조의 한옥 특성을 보여준다.

과거 대청마루는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땐 손님 접대 공간으로 다양하게 쓰이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겨울철 난방까지 가능한 거실의 형태로 변화했다. 마루뿐 아니라 마당도 내향적 구조로 바뀌었다. 개인의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현대 건축의 특징을 더한 것인데, 담을 높여 외부 시선은 막으면서, 마당을 넓혀 전원에서의 삶을 사는 듯한 자유로움을 느끼도록 디자인하는 추세다.

이처럼 기존의 한옥 공간에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한 공간이 있는가 하면, 현대식 생활 패턴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공간도 있다. 개인 주차장이 딸린 한옥은 물론, 조선 중기 이후 온돌이 보편화되며 사라졌던 2층 한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면, 내부 인테리어는 기존에 한옥이 가진 유려한 선의 아름다움은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 특히 서까래를 노출하고, 간접 조명을 다는 방식으로 천장에 포인트를 둔다. 현대 건축에서는 인테리어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천장이지만, 한옥에서는 충분히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목재가 주는 자연스러움과 따스함이 가미되어 멋스러운 인테리어가 완성된다.

번거롭고 '값비싼' 한옥살이를 꿈꾼다면?
 
현대식 건축 공법을 적용해 전통한옥의 단점이었던 단열, 차음 등을 개선했기 때문에 한옥의 인기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옥의 건축 비용은 3.3㎡당 700만~2000만원 선으로 일반 주택 대비 약 1.5~2배가 든다. 일반 건물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고, 주요 건축 자재의 기성품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높은 건축비가 부담스럽다면, 조립식 한옥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3.3㎡당 700만~800만원 선이다. 건축 자재 대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는 조립하는 '모듈러 건축 공법'으로 건축 기간이 짧아 비교적 저렴하다.
 
한옥의 멋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고 싶다면 오래된 한옥을 매매해 대수선(리모델링)하는 방법도 있다. 신축 대신 대수선을 하더라도 드는 가격은 재료와 구조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대수선이 무조건 저렴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수선이나 신축은 지자체의 지원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 인테리어 전문가 노진선은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명품관 디자인을 비롯 하얏트호텔, 대림아크로비스타 디자인을 진행한 인테리어 전문가다. KBS '리빙쇼 당신의 6시', KBS 7 무한리필샐러드 '노진선의 집으로', 스토리온 'THE HOUSE', SBS '좋은 아침' 목요일 하우스 등 공중파, 케이블방송의 홈인테리어 프로그램 진행도 다수 맡았다. 배우 한채아 주거공간 인테리어 등 유명 인사들의 홈 인테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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