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매뉴얼만 65페이지..훨씬 까다로워진 美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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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매뉴얼만 65페이지..훨씬 까다로워진 美 쇼핑몰"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5.2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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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접는 방법까지 모두 달라져..코로나19 이후 보건 강조하는 쇼핑몰
고객과 직원간 거리 6피트 유지하기도
탈의실 없애고 테스트 제품도 비치 안해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이 아닌 "빠르고 안전하게 쇼핑" 초점
미국 텍사스의 한 식당 앞에 영업을 재개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의 한 식당 앞에 영업을 재개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50개주가 모두 부분적으로나마 경제 재개에 나선 가운데, 그간 영업을 중단해온 쇼핑몰에도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50개주 중 마지막으로 자택 대피령을 해제한 코네티컷주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기본 지침을 준수할 것을 강조하며 쇼핑몰의 운영을 정상화했다. 

21일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 고객들의 쇼핑 방식이 변화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다양한 것들을 직접 착용해보거나, 손으로 만져보는 등 '고객이 오랜 시간 머물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둔 반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더 빠르고 안전한 쇼핑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이글 등 일부 의류업체는 영업 재개에 앞서 직원들에게 65페이지에 달하는 안내 지침서를 배포했다. 여기에는 고객 응대 방법부터 매장관리, 소독 방식 등이 자세히 적혀있다.

직원들은 매뉴얼에 따라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서기 전 일회용 마스크를 제공하고,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들에게 매장 입장 순번표를 제공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의류들이 가득 채워져있었으나, 지금은 손 세정제와 일회용 마스크, 신발의 밑창을 청소하는 매트가 의류보다 먼저 눈에 띌 정도다.

계산대 앞에는 투명 가림막이 설치돼있으며, 고객들은 직접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꽂고, 영수증도 직접 뜯어가는 방식이다. 한 고객이 계산을 마치면, 직원은 가림막과 카드 리더기 등을 모두 소독한다. 

직원들에게 배포된 안내 지침서에는 티셔츠나 청바지를 접는 방법도 포함돼있다.

고객들이 청바지와 티셔츠를 펴보지 않아도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접는 방법이다. 탈의실은 모두 폐쇄됐다. 고객들이 만져본 이후 구매하지 않는 물품들은 따로 분류한 후 소독 과정을 거친다. 

워싱턴에 위치한 장난감 가게인 차일드스 플레이는 아이들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놀이 테이블을 없앴다. 장난감 구성 역시 부모들이 빨리 집어들 수 있도록 퍼즐 등으로 교체했다. 매장 영업을 중지했던 기간 동안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배달 서비스를 추가하기도 했다.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티븐 에이론씨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느낌"이라며 "아이들의 놀이 테이블을 치우고, 아이들이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이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석업체인 판도라는 고객과 직원이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이 보석 착용을 원할 경우 고객은 카운터에서 3피트(91.44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있고, 직원은 케이스에서 보석을 꺼내 카운터의 쟁반에 올려놓는다. 이후 직원이 3피트 뒤로 물러나면 고객이 카운터 앞으로 와 보석을 착용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북미 사업부 사장인 시드 케스와니는 "고객과 직원은 항상 6피트(182㎝) 정도의 거리를 두게 된다"며 "현재 한번에 5명까지만 매장에 입장할 수 있고, 휴가철을 위한 새로운 안전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애플은 매장 밖에서 고객들의 체온을 측정한 후 입장을 시키고 있다. 화장품 업체 세포라는 테스트 제품을 모두 없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영업점들의 고객 대응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쇼핑몰이 영업을 재개한 가운데, 일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쇼핑몰이 영업을 재개한 가운데, 일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컨설팅업체인 WSL스트레트직리테일의 웬디리브만 사장은 "소매업자들은 매장의 청결 이상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쉽고 안전하게 쇼핑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객들 역시 쇼핑을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지침을 준수해야 하지만,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라호마와 테네시, 조지아 등 5월1일 영업을 재개한 8곳의 쇼핑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업 재개 초기에는 1년전 쇼핑객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년 전 평균 일일 이용률을 넘어서는 등 빠른 속도로 방문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메이시의 경우 1년전에 비해 오히려 방문객이 9% 늘었다. 

제이 쇼텐슈타인 아메리칸 이글 최고경영자(CEO)는 "처음에는 고객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다가, 이전보다 더욱 열광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다시 영업을 재개한 많은 상점들은 1년 전 수준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봉쇄조치가 내려지면서 유통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제이크루와 니먼 마커스, 스테이지 스토어스, JC페니 등 4개의 대형 체인점은 이미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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