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갈등'...미국 증시 떠날 채비 바쁜 중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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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갈등'...미국 증시 떠날 채비 바쁜 중국 기업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5.22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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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 회계기준 불복 중국기업 증시퇴출 법안 통과
바이두 등 中 기업, "미국 외 다른 선택지 많다"...
홍콩·런던 거래소로 옮겨갈 조짐 보여
사진=연합뉴스
뉴욕의 나스닥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이 금융시장에서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미국의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에 대해 퇴출을 가능케하는 법안이 미 상원을 통과했다. 미국 금융당국의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가 더욱 강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도 미국을 떠나 홍콩이나 런던 등 다른 증권거래소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상원, 회계기준 어긴 中 기업 퇴출 가능 법안 통과

20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은 '외국기업 책임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이 외국 정부 소유이거나, 외국 정부에 통제되지 않음을 증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중국'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이것이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만든 법안이라고 주요 외신은 입을 모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알리바바와 페트로차이나, 바이두 등 총 196개사다. 미국 등 중국 본토 이외에서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중국증권규제위원회의 감독을 받으며, 다른 외국 감독 기관의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미국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사도 받지 않았다. 

만일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외국기업 책임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까지 마무리되면,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미국의 회계기준을 따라야한다. 만일 중국 정부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이 불가능하고, 3년 연속 위반시 미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 

美, 루이싱커피 회계조작 사건 이후 中에 더욱 강경

미국의 중국기업 압박을 불러온 것은 나스닥 상장 기업인 루이싱 커피였다. 

중국판 스타벅스로도 유명한 루이싱 커피는 이미 지난 19일(현지시각) 나스닥으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 루이싱 커피는 지난 2017년 설립 이후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웠고, 설립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원)를 넘어서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 최단 기간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린 사례이자, 커피 분야에서는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었다.

지난 해 5월 나스닥 시장에 공모가 17달러로 상장한 루이싱 커피는 지난 1월 한 때 51달러선까지 치솟으며 주목을 받았으나, 회계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1월 미국 머디워터스 리서치가 루이싱 커피의 회계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달 2일에는 지난해 매출의 40%에 달하는 22억 위안이 부풀려진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루이싱 커피는 나스닥 청문회를 통해 이를 소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청문회는 상장기업의 요청 후 30일~45일 사이에 이뤄지며, 이 기간동안 상장은 유지된다. 21일 종가 기준 루이싱 커피 주가는 2.01달러다. 

루이싱 커피의 사례는 미국 금융당국이 중국기업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나스닥은 중국 기업의 상장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지난18일 나스닥은 '미국 금융감독당국을 상대로 한 기밀유지 관련 법령이 있는 국가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2500만달러(약 310억원) 또는 시가총액 대비 4분의 1이 넘는 자금을 공모해야 한다'는 새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밝혔다. 중국 기업 역시 이 규정에 해당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루이싱커피의 회계 스캔들에 따른 변화"라고 보도했다. 

회계조사기관 GMT리서치의 나이젤 스티븐슨 애널리스트는 "분명히 그들은 '규정 변경'에 대해 명시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진 않지만, (중국이) 명백히 그들이 다루려고 하는 주요 국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이싱 커피. 사진=연합뉴스
루이싱 커피. 사진=연합뉴스

中, 美 떠나 홍콩 등으로 이탈 조짐

깊어지는 미국과 중국간 갈등에 금융시장마저 영향을 받으면서 미국 증시를 이탈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4년 9월 나스닥에 이어 지난해 11월 홍콩에 2차 상장한 알리바바를 비롯해, 징둥닷컴 역시 이르면 내달 홍콩 증시 상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0년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의 대형 포털 및 게임 업체인 넷이즈 역시 이르면 다음달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의 포털 사이트로 유명한 바이두(百度)는 나스닥에서 상장폐지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바이두는 나스닥에서 주가가 저평가돼있다고 판단,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홍콩 등 중국과 가까운 거래소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조짐을 보인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바이두 주가는 지난 2018년 최고치보다 6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현재 해당 논의는 초기 단계일 뿐, 변경 가능성 역시 높다"고 덧붙였다.

바이두의 리옌훙(로빈 리) 회장은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감시가 강화되고 있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홍콩을 포함해 다른 선택지는 많다"고 언급했다.

中 당국, 런던 상장 적극 권해 

미 증시 이탈을 검토중인 중국 기업들에게 영국의 런던 거래소 역시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자국 기업들에게 영국 증시 상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외신보도도 나오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런던 증권거래소의 교차 상장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자국 기업들의 투자 기반을 확대하고, 중국인들이 영국 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상하이-런던 교차 거래제도인 '후룬퉁' 제도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영국의 반응 때문에 이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현재 화타이증권 1곳 만이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런던 투자자들에게는 화타이증권이 유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중국 주식이었던 반면 중국 투자자들이 런던 상장 주식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는 상태였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는 지난해 화타이증권에 이어 교차 상장을 추진하다 중단한 중국 태평양보험과, 국투전력(SDIC)에 대해 해당 사업 추진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싼샤댐을 보유한 양쯔전력이 런던 증시에 2차 상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승인하기도 했다. 

우칸 동오증권 투자담당자는 "중국 기업들의 런던 상장은 중국 자본시장을 더욱 개방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 전략이 성공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런던 증권거래소의 경우 규모나 유동성,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뉴욕증시나 나스닥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런던 증시에 상장해있는 화타이증권의 달러표시 해외주식예탁증서(GDR) 역시 영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관심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런던증권거래소는 지난해 9월 홍콩증권거래소의 366억 달러 인수합병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당시 런던거래소는 "우리는 중국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창구로 홍콩보다 상하이가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며 "상하이 증권거래소와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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