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짜인 듯 '공짜 아닌' 최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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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짜인 듯 '공짜 아닌' 최신폰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22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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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최신폰 공짜'
소비자가 알아듣기 어려운 각종 조건
자세히 따져보면 결국 할부금 내야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S20, 노트10. 29명 가능. 무료. 성함 남겨주세요."

얼마 전 갑자기 기자의 휴대폰으로 날아든 문자다. 기자는 현재 3년째 사용중인 스마트폰이 있고, 심지어 지난주 선택 약정을 1년 연장한 상황이라 최신폰 교체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문자 속 '29'라는 숫자는 눈에 들어왔다. 그냥 선착순도 아니고 '29명'이라니. 구체적인 숫자는 뭔가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분위기를 풍겼고, 결정적으로 소수(기자는 수학강사를 오래했다)라는 것에 꽂혀 호기심에 전화해봤다.

그동안 온라인 커뮤니티나 기사를 통해 가끔씩 보던 '스팟', '대란', '0원', '공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증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글은 은어가 많아 이해하기 힘들고, 기사 내용은 자세하지 않아서 불충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문자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경기도 성남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별로 연관 없는 장소다. 어떻게 문자를 보냈는지 물어봤더니 3년 전 개통했던 대리점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한다. 참고로 기자가 개통했던 대리점은 오래 전 반찬가게로 바뀐 상황이다.

문의한 모델은 '갤럭시 S20 5G' 128GB 모델로 출고가는 124만 8500원이다. 어떻게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이  공짜폰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휴대폰을 살때 주어지는 할인혜택은 두 가지다. 10만원~20만원 정도의 공시지원금으로 할인 받거나, 요금제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 약정이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2년 약정을 가정하면 선택 약정의 할인 폭이 더 큰 편이다.

상담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출고값에서 '지원금'을 뺀 가격이 기본이다. 그 금액을 48개월 할부로 나눈다. 그런데 약정은 24개월로 한다. 그럼 나머지 금액은 어떻게 되느냐 물었더니, 24개월 후 지금 전화 연결된 대리점에 기기를 반납하고 새로운 폰으로 교체하면 남은 24개월 분은 자기네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24개월 할부금은 내야하는데 그럼 공짜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선택 약정'으로 25%가 할인되니까 그게 할부금과 같다고 한다. 결국 처음에 말했던 '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이 아닌 '불법보조금'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널리 알려진 'XX요금제 X개월 유지', 'XX부가서비스 X개월 유지' 같은 조건은 없다고 한다.

기자 휴대폰으로 온 문자. 콕 집어 '29명'이라니, 왠지 모르게 신뢰감이 솟는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폰은 없다.
기자 휴대폰으로 온 문자. 콕 집어 '29명'이라니, 왠지 모르게 신뢰감이 솟는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폰은 없다.

전부 듣고나니 '잘 모르면 진짜 공짜폰 같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소비자라면 혜택을 두 개나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자기네 부담'이라는 말도 솔깃하다. 고가 요금제를 강제로 유지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스팟'에 따라서는 다양한 사은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우선 남은 24개월 치 할부금을 대리점이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본인이 2년 마다 꼬박꼬박 휴대폰을 바꿀 생각이 아니면 결국 남은 할부금도 자기가 내는 것이다. 2년 후 바꾼다 해도 반드시 그 대리점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 대리점이 2년 후에도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기자가 3년전 개통했던 대리점은 현재 반찬가게로 바뀌었다.

또 본인이 낼 첫 24개월치 할부금이 '선택 약정'으로 상쇄된다고 하지만 이것도 억지다. 공시지원금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선택약정은 할부금이나 대리점에 상관없이 구매자가 반드시 받아야 할 혜택이다. 때문에 상담 내용은 마치 대리점이 생색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호도하는 셈이다.

이번 통화에선 언급이 없었지만 대리점에 따라 '카드 결합 할인'도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특정 카드를 신청한 후 전월 실적에 따라 통신요금을 할인 받는 것이다. 엄연히 내 돈으로 통신요금을 절감하는 것이지만 마치 휴대폰 값을 깎아주는 것처럼 교묘하게 말하는 것이다.

상담원이 빠른 속도로 정신 없이 쏟아내는 각종 조건을 들어보면 '공짜인 듯, 공짜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모저모 따져보면 '공짜 아닌' 최신폰이다.

그리고 상담을 받는 내내 궁금했던 '29명 가능'의 비밀은 풀리지 않았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29명이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명심해야한다. 비싸고 나쁜 건 있지만 싸고 좋은 건 없다. 세상에 공짜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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