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1분기 선방에도 위기감 '여전'...보험금 부지급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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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1분기 선방에도 위기감 '여전'...보험금 부지급도 늘어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5.21 17: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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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들이 1분기 예상외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추후 업황악화로 인한 경영부진의 우려는 여전하다. 사진제공=istock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이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개선된 모습을 보이며 선방했지만 실손보험 손실액 증가 등 뇌관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추후 실적 향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저금리, 저성장, 저출산의 3중고에 최근 코로나사태의 장기화 영향까지 겹치며 국내 보험업계 위기감은 고조됐다. 

그러나 코로나사태로 지난 2~4월 재택근무가 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리잡히면서 보험 청구가 감소했고 장기 및 자동차 손해율 또한 전분기대비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판매 경쟁 완화로 사업비율까지 진정되면서 이번 1분기 실적은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 손해율 개선·사업비 감소로 1분기 예상 외 호실적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손보사의 3월 누적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9%로 지난해 말 91% 대비 6.1% 포인트 감소했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이 특히 호조세를 보였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올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감소한데 대한 반사이익과 사업비 지출 감소, 운영자산을 통한 투자영업이익 실현으로 각각 전년대비 38.7%, 15.9% 오른 1376억원, 89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 모두 추정치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였는데, 손해율도 양호했지만 사업비율이 전분기, 전년동기 대비 개선되었기 때문"이라며 "비경상적 투자손익이 여전히 발생 중이지만 보험영업이익 개선에 따라 그 규모가 전분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부터 손해율이 높았던 자동차보험의 판매를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 판매에 집중하며 올해 1분기 10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63.5% 급등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채권 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이 호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KB손해보험은 전년대비 2.4% 증가한 77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5개 손해보험사 중 삼성화재는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올해 1분기 삼성화재의 순이익은 1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9%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발생한 화학공장 화재 등 일회성 요인에 인한 감소폭이 컸으며 이를 제외하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을 보였다는 평가다. 

정 연구원은 "삼성화재는 장기손해율이 전년동기대비 개선되었지만, 일반 보험에서 폭발사고로 인한 일회성 손실이 발생하며 순이익이 감소했다"며 "다만, 투자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성장했고 비경상적 투자손익도 없는 만큼 추후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선방,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 등 실적악화 우려 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보험료 청구 감소 등으로 국내 손보사들이 1분기 깜짝 실적을 내긴 했지만 보험업계 업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자동차 손해율 개선과는 반대로 손보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2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들의 1분기 합산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37.2%로 전년 동기 대비 5.9% 포인트 상승했다. 실손보험의 적정 손해율이 100% 정도인 것을 감안할때 보험사 입장에선 손실율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보험사 손실액도 급증하고 있다. 손보사 합산 올해 1분기 실손보험 손실액은 693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5206억원 대비 33.13% 늘어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현재 10곳이 넘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험료 조정에 대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다보니 보험업계가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분기 손보사들이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보이긴 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있는 와중에 보험사의 자산, 지급여력에 위험성이 여전한 만큼 올해 영업 위축과 투자수익률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당장 올해 2분기부터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신계약 위축 등의 영향이 가시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악화에 보험금 부지급↑... 고객 피해로 이어지나

문제는 이러한 손보사들의 실적 악화가 고객 피해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손보협회는 같은 날 지난해 하반기 국내 15개 손보사들이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에 대한 지급을 거부한 건수가 4만9369건으로 전년 동기 3만9640건 대비 2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손보사들이 사유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일정보다 미룬 사례 또한 같은 기간 6만 1033건에서 7만 6579건으로 25.5% 늘었다.  

이번에 집계된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반기 기준으로 통계가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에서 급증하는 대규모 손실과 영업 확대에 한계를 느끼다 보니 고객의 보험금 요청에 있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해석이다. 

보험업 업황 악화에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자 결국 보험금 지출을 줄이고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보험금을 청구한 후 가입자가 불만을 느끼거나 민원을 제기해 계약 자체가 파기된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 3956건으로 전년 동기 2657건 대비 48.9% 증가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고객들의 보험금 불만족도가 높아져 계약파기율이 높아지다보면 손보사들의 영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실적 악화 우려가 고객 피해로 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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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선인 2020-05-22 09:04:02
현재 손보사의 이익증가는 코로나 영향으로 사람들의 이동감소 ㆍ병원 방문의 일시적 감소로 기인합니다. 하지만 과거 영업형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서 경영합리화가 지속되어야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