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산업지형] ② '제조업' 미래, '바이오 기술'과 융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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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산업지형] ② '제조업' 미래, '바이오 기술'과 융합에 있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5.1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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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공급망 붕괴 직면...
새 과제는 공급망 다변화 및 디지털 기술 도입 등
코로나19, 바이오 산업 중요성 더욱 커져
뉴 오픈이노베이션...'제조업-바이오기술 융합'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포드 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포드 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는 전세계 제조업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전세계적인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됐다. 한 때 세계 성장을 주도했던 제조업은 공급망 붕괴를 경험하며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반면 연구개발(R&D)투자대비 뚜렷한 성과가 없어 미래산업의 계륵같은 존재였던 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공급망 무너진 제조업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공급망 붕괴에 직면하면서 그동안 감춰왔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지난 2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르노, 폴크스바겐, BMW,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의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부품 공장이 가동을 멈춘 탓에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생산체인 한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제조업은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는 비단 자동차 업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화장지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화장지를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외신 보도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화장지 부족 사태는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휴지의 원자재인 펄프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점이 수요 촉발의 계기가 됐다. 공급망에 대한 신뢰 부족이 '화장지 사재기'로 이어졌던 셈이다. 

예상치 못했던 세계적인 전염병은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기업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제조업이 맞닥뜨린 과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등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탄력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 역시 이에 해당된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최근 미 정부와 중국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탈중국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애플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있었던 지난해 6월부터 중국의 생산량을 다른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애플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의 생산을 일부 베트남으로 이전해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300만개~400만개에 달하며, 중국 생산량의 30%에 이른다. 

기업 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책을 검토 중이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 정부가 중국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돌아가는 자국 기업들의 국내 복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역시 중국에서 벗어나 일본으로 이전하는 기업에는 총 2200억엔을,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기업에는 235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필 호건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 역시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급망 다변화를 하루 아침에 이뤄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책 결정권자들이 주장하는 공급망 다변화 구축에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겠지만, 문제는 다변화된 공급망 구축은 막대한 비용을 부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새로운 공급 업체를 발굴하고, 품질을 확인하는 데 까지 길면 몇 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야"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또 한가지 거론되는 점이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방안이다. 

최근 북미 제조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곳 중 1곳은 코로나19 이후 산업 자동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곳 중 1곳은 이미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답했다. 

포브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조업이 향후 18개월 동안 5년간의 혁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원격 작업의 필요성을 더욱 높였고, 지금까지 비교적 클라우드 기술 채택에서 뒤처져온 제조업에서도 이 기술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것.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기업들은 원격 제어를 위한 실시간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음은 물론, 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함이 있을 때 생산 품질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AI 등 기술 활용도가 상당히 넓어질 수 있게됐다.   

포브스는 "클라우드 데이터 구현은 제조업체들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완성업계 모두에게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며 "향후 18개월 안에 수년 간의 혁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의 변화는 제조업체들에게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있던 자동화,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며 "배달 소프트웨어부터, 전자상거래 주문 이행을 위한 모바일 로봇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각광받는 바이오 산업"

코로나19는 제조업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동시에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도 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희비를 반복하는 등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만 보더라도 시가총액 상위 4위권에 속한 기업들이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 씨젠, 셀트리온제약 등 모두 바이오 관련 업체다. 알테오젠 역시 시총 7위로 올라섰다. 

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는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4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컴퍼니의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발간한 '바이오 혁명'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기술을 통해 향후 20년간 연간 최소 2조 달러, 최대 4조 달러(약 4900조원) 규모의 직접적인 경제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각종 전염병 치료는 물론 유전자 치료, 항노화 치료 등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를 비롯한 전세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조업의 미래가 바이오 기술과 결합하는 데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포브스는 칼럼을 통해 "제조업의 미래는 바이오 기술과 함께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과 나일론, 고무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을 파괴하거나 복잡한 공정을 필요로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와 유기체를 통해서도 다양한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바이오 기술을 결합한 제조업 공정이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소규모 생산만 가능한 수준이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설명이다. 

포브스는 플라스틱부터 벌크 화학물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에 있어서 바이오 기술을 활용할 경우 설비제조 및 유지 비용을 40% 줄일 수 있고, 에너지를 7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우리는 현재 여러가지 플라스틱 분자를 가지고 있지만, 미래에는 폐기물로부터 그것들을 생산하거나, 생분해가 가능하도록 만들면서 보다 친환경적인 대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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