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 화웨이 '진퇴양난'…골치 아파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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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에 화웨이 '진퇴양난'…골치 아파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18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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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반도체 공급 원천 차단 시도
中, 자국 파운드리 키워 화웨이와 '반도체 굴기' 행보
두 고래 싸움에 한국 반도체 업계 전망 엇갈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미국이 본격적인 '화웨이 옥죄기'에 나섰다.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을 차단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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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가 없으면 미국 기술 들어간 반도체 화웨이에 못 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중국 화웨이에 제공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거래제한 명단에 올렸다. 그러면서 미국에 생산시설이 있는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 승인을 받게한 바 있다. 하지만 상무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반도체 설계 때 계속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조치는 1년 전의 제재안보다 한층 더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도 "미국 기술이 미국 국가 안보와 외교적 이익에 반대되는 곳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의 허가가 있으면 화웨이와 반도체 제품을 거래할 수 있지만 미국 정부가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은 "TSMC는 (화웨이와)거래가 제한될 것이며 (거래 허가) 보장은 없으며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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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의 아킬레스컨 TSMC

화웨이를 옥죄기 위한 미국의 조치는 또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애리조나에 초미세 공정 공장을 신설토록 한 것이다.

지난 15일 TSMC는 120억 달러(약 14조8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에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직접적인 제재안보다 TSMC의 미국 공장 신설이 화웨이에게는 더 치명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웨이의 아킬레스 건이 바로 TSMC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반도체 팹리스(설계) 업체인 하이실리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반도체 생산 설비가 없는 하이실리콘은 TSMC에 생산을 위탁해오고 있다. TSMC의 연간 매출의 10%~14%를 하이실리콘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있었던 1차 제재로 퀄컴, 마이크론 등 미국 업체가 화웨이와 연결고리를 제거했지만 TSMC로 인해 화웨이는 자체AP '기린'을 생산해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향후 화웨이와 하이실리콘은 TSMC와의 관계가 불투명해졌다. TSMC 역시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화웨이와의 거래가 막힐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도 SMIC라는 파운드리 업체가 있다. 문제는 SMIC는 현재 14나노 공정이 주력으로 TSMC에 비해 기술력이 크게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7나노 이상의 미세공정은 현재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하다.

스마트폰 사업 외에도 화웨이의 이동통신 중계기 등 통신장비 사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통신장비에도 미세공정 반도체가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 전망은 대단히 어둡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IT 애널리스트 왕단은 "화웨이 수익의 90%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따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16일 총탄에 뒤덮인 전투기가 귀환한 사진을 웨이보에 올렸다.

중국 상하이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 사진=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 사진=연합뉴스

◆ '반도체 굴기' 위한 중국의 반발

1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의 이같은 제재에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위한 행보로 대항 중이다.

지난해 중국은 자국 제조업체 지원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삭감했다. 동시에 '국가 반도체 기금'을 287억 달러(약 35조8000억원) 규모로 조성, 현재 40% 정도인 자국 반도체 자급률을 향후 5년 내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SMIC는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다. 지난 1분기 실적 공개 당시 올해 CAPEX(설비투자액)로 43억 달러(약 5조3000억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밝혔던 11억 달러(약 1조3500억원)를 크게 뛰어넘는 액수다.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화웨이와 SMIC의 동반 상생을 노려 '반도체 굴기'를 실현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MIC의 연 매출이 31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CAPEX가 43억 달러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16일 중국의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편집인인 후시진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기술 공급을 추가로 막을 경우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블랙리스트'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애플, 퀄컴, 시스코시스템스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 착수와 제재 조치, 보잉 항공기 구매 중단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다만 애플 제품의 대부분이 중국내에서 생산되는 등 자국 일자리 문제와 크게 얽혀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고는 크게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화성 EUV 반도체 공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화성 EUV 반도체 공장. 사진=연합뉴스

◆ 전망 엇갈리는 국내 반도체 업계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망이 엇갈린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미디어텍 등을 언급하며 "많은 반도체 칩 공급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환추시보도 사설에서 “한국, 일본과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가 화웨이의 새로운 수요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별다른 언급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에 화웨이 제재 동참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의회는 대만의 WHO 총회 참가를 지지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한국을 포함한 50여 개국에 발송하며 중국과 여러 방면으로 대립중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충격은 대단히 클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26조9900억원 중 절반 정도가 중국에서 나왔으며, 마찬가지로 화웨이가 주요 매출처 중 하나로 알려졌다.

반면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중국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34%로 화웨이(23%)를 크게 따돌리고 선두를 지키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반도체 제재로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삼성전자의 유럽시장 반사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영건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수혜도 시사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더 큰 관계로 보수적인 D램 투자 기조는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올해보다 더욱 확대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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