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지적 맞겠다는 생각... 독자들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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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지적 맞겠다는 생각... 독자들께 사과"
  • 김성혜 기자
  • 승인 2015.06.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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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제기 1주일 만에 언론과 인터뷰

표절 의혹을 받은 소설가 신경숙(52)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소설가 이응준(45)씨가 지난 16일 표절 의혹을 제기한 지 1주일 만이다.

신씨는 23일 공개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1996년 작)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경기도의 한 수도원에서 진행됐다.

 

▲ 지난해 2월 인도 뉴델리에서 자신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낭독회를 하고 있는 소설가 신경숙씨. /연합뉴스

신씨는 15년 전인 지난 2000년 문학평론가 정문순씨가 이미 '전설'과 '우국'이 비슷하다는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2000년에 그런 글이 실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가 읽지도 않은 작품('우국')을 갖고 그럴(표절할) 리가 있나, 생각했기 때문에 (정문순씨의 글을) 읽지 않았다"며 "그때 읽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이씨가 지난 16일 다시 표절 의혹을 제기했을 때 출판사 창비를 통해 "'우국'을 읽어본 적도 없다"며 "대응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서는 "오래전에 한 번 겪은 일이어서 15년 전과 같은 생각으로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며 "나에 대한 비판의 글은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많이 읽지 않았고 못읽는다"고 덧붙였다.

또 신씨는 '전설' 외에도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작별인사', '엄마를 부탁해' 등 자신의 작품 전반에 쏟아지는 표절 의혹과 관련해 "어떤 소설을 읽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나랑 생각이 똑같을까 싶은 대목이 나오고 심지어 에피소드도 똑같을 때가 있다"면서 일부 대목을 의도적으로 따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무거운 새의 발자국', '멀리, 끝없는 길 위에' 등 기존 시인의 시 제목을 자신의 소설 제목으로 무단으로 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신씨는 "시에서 제목을 따오는 일은 당시 문단에서 종종 있던 일이며 시인이 제 친구였던 경우도 있다"면서 "만약 그게 잘못된 일이었다면, 혹시 섭섭한 마음을 가졌다면 제가 잘못 살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이 문제를 제기한 문학인을 비롯해 제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제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게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제 탓"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출판사와 상의해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며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는 작품 활동은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라며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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