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스포츠 브랜드] ④ 뉴발란스, 전진을 위한 최적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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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스포츠 브랜드] ④ 뉴발란스, 전진을 위한 최적의 균형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20.05.16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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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에서 유래된 뉴발란스의 안정적인 착화감
고집스럽게 품질에 집중하면서 전세계 매니아 양산
카와이 레너드의 NBA 우승 순간을 함께 하며 주목 받아
뉴발란스 러닝화 ‘프레시폼x템포’ 광고 캠페인
뉴발란스 러닝화 ‘프레시폼x템포’ 광고 캠페인

[오피니언뉴스=김서나 패션에디터] 이름에서 보듯 ‘뉴발란스(New Balance)’는 불균형한 발에 새로운 균형을 맞춰줄 목적으로 출발한 브랜드.

제품을 착용했을 때의 편안함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경영 철학이 경쟁 브랜드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뉴발란스는 충성스러운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꾸준히 성장해온 만큼 스타 마케팅의 아쉬움을 그다지 못 느껴왔던 뉴발란스지만, NBA 파이널 MVP에 빛나는 카와이 레너드(Kawhi Leonard)와 손을 잡고 이제 오랜 패러다임을 바꿔가려 하고 있다.

 

◆ 발바닥의 굴곡과 발볼까지 고려한 뉴발란스 슈즈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로 이주해온 영국 출신의 발명가 윌리엄 J. 라일리(William J. Riley)는 한가로이 마당을 거니는 닭들을 관찰하던 중 아이디어를 얻어 지지대를 넣은 깔창, ‘아치 서포트(Arch Support)’를 만들었다.

세 개의 발가락으로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는 닭의 모습에서 착안해, 삼각의 지지대를 구성하고 발바닥의 들어간 부분인 아치를 받쳐주는 특수 깔창을 완성한 라일리는 1906년 ‘뉴발란스 아치 서포트 컴퍼니(New Balance Arch Support Company)’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경찰, 소방관, 집배원 등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발의 교정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치 서포트 깔창과 신발 등을 제작, 판매하던 라일리는 영업을 도와줄 직원 아서 홀(Arthur Hall)을 고용했고, 그가 뛰어난 역량을 보임에 따라 1934년 그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선임했다.

그리고 1938년 첫 러닝 스파이크화를 내놓으며 성장의 고삐를 당긴 라일리와 홀.

가벼운 캥거루 가죽 소재의 이 러닝화가 뛰어난 착화감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뉴발란스에는 러닝화 외에 야구화, 테니스화, 복싱화 등 다양한 스포츠화의 주문이 줄을 이었다.

뉴발란스의 고객 리스트가 계속 추가되던 가운데 1956년 창립자 라일리가 84세를 일기로 눈을 감으면서 동업자 아서 홀의 딸과 사위인 엘리노어(Eleanor)와 폴 키드(Paul Kidd)가 경영을 맡았다.

브랜드의 전통을 지켜가면서 새로운 제품 개발도 추진한 키드 부부는 1961년 ‘트랙스터(Trackster)’를 선보였다.

물결 모양의 밑창이 덧대어져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충격도 흡수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능이 접목된 트랙스터는 여기에 더해, 신발 폭의 사이즈도 다양하게 제시된 최초의 운동화였다.

대부분 발 길이로만 사이즈를 구분했던 것과 달리 발볼까지 감안해 꼭 맞는 사이즈를 만날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선택의 범위를 넓혀준 것.

이에 보스턴 지역의 대학 육상팀들이 먼저 앞다퉈 트랙스터를 찾았고, YMCA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 커뮤니티에도 트랙스터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뉴발란스는 미국 내 다른 지역에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트랙스터’, ‘320’ 제품의 광고 캠페인
왼쪽부터 ‘트랙스터’, ‘320’ 제품의 광고 캠페인

◆ 시그니처 모델들 자리잡으며 대중 속으로

앞선 퀄리티로 승부하며 스포츠 시장에서 더 앞서 달릴 수 있었음에도 뉴발란스는 미국 각지에서 오는 주문에 따라 꼼꼼하게 제작을 해낼 뿐이었다. 그러던 중 1972년 현 회장 짐 데이비스(Jim S. Davis)에 인수되면서 뉴발란스는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마침 그날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렸던 날. 이후 러너 인구가 대폭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자 그 기회를 잡기로 한 데이비스는 우선 트랙스터를 내세워 광고 캠페인을 전개했고, 뉴발란스의 이름을 각인시키기 위해 브랜드로고도 만들었다. 이니셜 ‘N’과 ‘B’에 빠른 속도감이 느껴지도록 빗살 무늬를 넣은, 현재의 로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1975년 무게를 덜고 쿠셔닝을 더한 새로운 러닝화 ‘320’을 발표하면서, 트레이드마크 ‘N’도 선보였다.

같은 해 뉴욕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톰 플레밍(Tom Fleming) 선수가 이 ‘N’이 선명하게 장식된 320 러닝화를 신고 우승하면서 미국 전 지역은 물론 해외에까지 명성을 떨치게 된 뉴발란스는 1978년부터 탑과 쇼츠, 윈드브레이커 등 의류 아이템도 추가하며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신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올린 끝에 1980년 최초의 경량성 러닝화 ‘620’에 이어 1982년 브랜드의 대표적인 시그니처, ‘990’을 완성했다.

안정성과 유연성을 모두 갖춘, 최초의 '모션컨트롤' 러닝화로 일컬어지는 990은 스포츠업계의 찬사가 이어지면서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매니아들을 매료시켰다. 뉴발란스의 클래식, '99X' 시리즈의 역사가 시작된 것.

99X 시리즈는 990 이후 조금씩 다른 모습의 '995', '996' 등이 뒤를 이어 탄생되고, 2000년대 들어서 다시 오리지널리티가 강화된 '991', '992', '993'이 출시되면서 뉴발란스의 역사를 관통하는 뼈대를 이루었고, 기존 모델도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재 출시되면서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99X가 대중적 인기를 모으게 된 데엔 전 애플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역할도 컸다. 블랙 니트, 청바지와 함께 뉴발란스 992 슈즈가 전형적인 잡스 룩의 한 부분을 차지했었기 때문.

심플함에 있어서 애플 폰과 공통점을 갖는 뉴발란스의 99X는 안 꾸민 듯 꾸민 매력을 어필하면서 패션 스니커즈로도 인식될 수 있었고, 이에 뉴발란스는 2013년 스케이트 보드 라인 ‘뉴메릭(Numeric)'을 런칭하며 스트리트 패션 분야를 보충했다.

이와 동시에 전문 분야인 러닝화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뉴발란스는 2011년에 초경량 중창의 ‘레브라이트(REVlite)’, 2014년엔 부드러운 쿠셔닝의 ‘프레시폼(Fresh Foam)’ 시리즈로 이름값을 하면서, 2015년부터 뉴욕 마라톤 대회의 스폰서를 맡게 되었다.

뉴발란스 ‘996’ 제품의 광고 캠페인
뉴발란스 ‘996’ 제품의 광고 캠페인

◆ 영역 확장에 나선 뉴발란스, 농구 코트로도 복귀

육상 외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필요를 느낀 뉴발란스는 특정 팀과 선수를 후원하지 않았던 전통을 깨고 2000년대 중반부터 스폰서쉽 전략을 다시 재개했다.

야구 종목에서는 미구엘 카브레라(Miguel Cabrera), 커티스 그랜더슨(Curtis Granderson)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 그리고 뉴발란스의 본사가 위치한 보스턴의 구단, 레드 삭스의 파트너로서 야구 구장에 발을 들였다. 2013년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뉴발란스의 스파이크화를 선택하기도.

2018년 뉴욕 메츠와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하며 뉴발란스는 야구 분야에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라크로스와 아이스하키가 주력 분야였던 브랜드 ‘워리어 스포츠(Warriors Sports)’를 인수하며 함께 축구 구장의 문도 두드렸던 뉴발란스.

하지만 축구계는 녹록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루앙 펠라이니(Marouane Fellaini) 선수가 뉴발란스 축구화 때문에 부상을 당했다고 소송을 걸면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지에 흠집이 나버린 뉴발란스는 후원하고 있던 축구 선수들과의 재계약도 이끌어내지 못했고, 현재 그나마 리버풀FC의 사디오 마네(Sadio Mane) 선수가 뉴발란스의 파트너로 남아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NBA 농구코트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당시 LA 레이커스의 선수 제임스 워디(James Worthy)의 스폰서가 되어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뉴발란스는 2010년이 되어서야 또 다른 선수,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맷 보너(Matt Bonner)의 스폰서로 나섰는데, 이 역시 뉴발란스가 마케팅 효과를 계산해 손을 잡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뉴발란스를 향한 보너의 애정이 남달랐는데, 그러나 새로 받은 샘플(경기용이 아닌)을 보너가 그대로 신고 경기에 나섰다가 밑창이 떨어져버리는 난감한 장면이 연출되었고, 이후 결국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너는 새 스폰서가 정해지기 전까지 한동안 뉴발란스 제품을 직접 구입해 신었다고.

이렇듯 오래 전 시작된 인연에 비해 농구 코트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던 뉴발란스는 2018년 11월 카와이 레너드(Kawhi Leonard)와 깜짝 계약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농구계에 컴백했다.

뛰어난 공수 능력을 인정받는 레너드가 스퍼스에서 토론토 랩터스로 전격 트레이드된 사실만으로 이미 NBA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그가 랩터스를 우승으로까지 이끌면서 뉴발란스의 농구화 ‘옴니스(OMN1S)’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

이번 시즌 LA 클리퍼스로 이적한 레너드에게 새로운 시그니처 농구화 ‘카와이(KAWHI)’를 선사한 뉴발란스는 그와 함께 농구팬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옴니스’와 함께 포즈를 취한 카와이 레너드 (사진=광고 영상 캡쳐)
‘옴니스’와 함께 포즈를 취한 카와이 레너드. 사진=광고 영상 캡쳐

많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을 대폭 늘리는 동안, 창립자의 고향인 영국과 브랜드의 출생지인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상당 부분을 유지하는 뉴발란스.

특히 시그니처 99X 시리즈의 미국 내 생산을 고집하는 뉴발란스는 이와 함께 재고 관리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발볼을 감안한 사이즈 제작도 고수하고 있다.

뉴발란스가 맞춰가는 새로운 균형은 브랜드 철학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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