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미스터트롯’이 보수혁신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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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미스터트롯’이 보수혁신에 주는 교훈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5.15 11: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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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미스터 트롯의 성공 비결 5가지 제시 눈길
①숨은 인재의 재발견 ②관성에서 벗어난 변화 추구 ③창조적 복제
④기본과 본질 ⑤실패의 경험과 실패 후의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
미래통합당도 미스트 트롯처럼 실력있는 후보로 국민에 감동줘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 지난 4.15 총선에 180석을 차지한 집권당인 민주당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참패한 103석의 미래통합당의 혁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왜 일까? 그것은 두 가지 이유가 크다.

첫째는 민주주의가 정당들의 경쟁을 통해 민의를 반영하고 공공선을 추구하는 경쟁체제이기에 유능한 야당의 견제 없이는 유능한 여당의 역할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유권자인 국민들은 실력이 좋은 선수(정당)들 사이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볼 권리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국민이 내는 경기료(세금)가 아깝지 않고, 경기(정치의 공공성)에 더 많은 관심과 효능감을 갖는다.

만약 여야간에 정치에 대한 혁신경쟁과 품질경쟁이 없이, 서로 간에 반대를 위한 반대와 반사이득에 기대는 진영논리의 정치를 추구한다면 국민들은 그런 경쟁을 재미없어 할 것이고, 계속해서 수준 낮은 선수들의 경쟁이 이어진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그런 품격없는 경기를 외면하면서 분노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이 정치발전과 정당발전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무능한 야당에 대해 관심을 갖고 쓴 소리와 함께 합리적인 보수로의 보수혁신과 야당다운 야당혁신을 주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직 미래 못찾는 '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궤멸적인 참패를 기록한 후에도 별다른 반성과 반전을 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책임있는 총선패배에 대한 진단과 대책마련 그리고 보수혁신에 대한 비전과 전략에 관한 사항을 공론에 붙이지 못하는 등 당의 진로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에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통합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가파른 내림세가 완연하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5월 1주차 통합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1.7%p 하락한 26.3%로 집계됐다. 이는 창당 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전통 지지층인 보수층에서 8.0%p나 하락했고,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14.7%p나 하락해 TK 민심마저 통합당을 떠나고 있다.

가까스로 미래통합당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끄는 원내지도부 체제를 구축하였지만 당내 최대 현안인 ‘김종인 비대위’의 출범 여부를 놓고 당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홍준표 당선자를 비롯한 미래통합당 내 자강 세력은 전당대회 직전까지만 하는 2020년 8월 기한론을 내세웠다. 미래통합당 당헌·당규대로 8월까지만 비대위를 운영한 뒤 전당대회를 치러 차기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갈등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2020년 연말 기한론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대위’가 차선(次善)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5월 8일 당선 직후 기자들에게 “당선인 총회를 조속히 열어 현재 4개월에 불과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의 임기를 어떻게 바꿀지 의견을 모으겠다”며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총의를 모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5월 13일 조해진 미래통합당 당선인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임기와 관련해 “당 회생을 위해 확실하게 할 역할, 대안과 복안이 있다면 연말까지라도 수용해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홍준표 당선자는 누구보다 강하게 ‘김종인 비대위’를 반대하고 있다. 홍 당선자는 5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호영 직무대행이 중심이 돼 혁신 비대위를 꾸려 새로운 길을 찾으시라”며 “그 정도 역량이 안된다면 당을 해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미 정치 설계사로서 수명이 다한 김종인 노정객에게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생각과 입장이 제각각인 만큼 상당한 당내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당 혁신을 목표로 내건 소장개혁 그룹이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당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문제를 놓고 초선 당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장파 그룹이 미래통합당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소장파 그룹에는 ‘삼정개혁’(김성원 의원 주도) 모임, 정책정당 스터디 모임(유의동 의원 주도), ‘전국 초선’(서범수 당선자 주도) 모임, 부산 초선 모임, ‘3040그룹’(오신환 의원 주도) 등이 있다.

미래통합당이 혁신하려면 '미스터 트롯'의 성공비결을 따라 다양성과 공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혁신하려면 '미스터 트롯'의 성공비결을 따라 다양성과 공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미스터 트롯' 성공비결 살펴보면

야당혁신과 보수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래통합당 소장파들의 소신있고 창의적인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소장파들이 기성의 트로트 시장을 재편하고 리브랜딩에 성공한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의 경연프로그램인 ‘미스터 트롯’이 시도한 혁신의 교훈을 적용하여 혁신적인 공천개혁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스터트롯’은 트로트 가수 송가인 홍자 등을 배출한 ‘미스트롯’의 남성 버전 프로그램으로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를 TOP7에 올리며 ‘대국민 예능’으로 우뚝섰다.

4월 26일 삼성SDI는 사내 소통채널 ‘SDI Talk’을 통해 미스터트롯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업종은 다르지만, 프로그램 성공 요인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성공 DNA’를 심어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스터트롯의 성공 비결로 5가지(숨은 인재의 재발견, 관성에서 벗어난 변화 추구,  창조적 복제, 기본과 본질, 실패의 경험과 실패 후의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를 꼽았다. 예리한 분석이다. 하지만 미스터트롯이 시청자를 끌어당긴 것은 무엇보다 ‘흥미와 감동’이다.

흥미와 감동은 경연방식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통한 신인발굴에서 나왔다. 출연자들은 지역, 연령, 분야 모든 면에서 다양했다. 태권도, 성악, 판소리 자질 등 저마다 뚜렷한 개성으로 재미를 더했다. 이들이 팀을 꾸려 만들어낸 퍼포먼스나 일대일 미션 등은 눈길을 모았다.

공정한 평가 방식도 흥미를 유발했다. 몇몇 전문가(?)의 독단적인 평가나, 관객의 인기투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기성 가수, 관객, 시청자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하였다. 이로써 기존 경연의 한계와 허점을 보완했다. 공정한 기회와 과정은 누구나 수긍하는 상식적인 결과를 낳았다.

다양성의 경연방식과 공정한 평가방식은 역량있는 숨은 인재가 발견되고, 발탁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했다. 다른 오디션에서의 실패, 무명의 설움을 딛고 일어 선 패자들의 부활은 코로나 19에 치친 보통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진선미(眞善美)에 오른 임영웅, 영탁, 이찬원은 물론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결선에 오른 7명은 대부분 무명 가수였다. ‘숨은 인재의 재발견’이었다. 특히, ‘관성에서 벗어난 변화 추구’는 격정적인 군무와 봉춤, 2007년생 최연소 정동원 출연자와 1977년생 최연장 장민호 출연자의 1:1 대결 등 다채로운 볼거리 제공으로 장르의 한계를 극복했다.

경연에 참가한 가수들은 기본과 본질에 충실했다. 매회 선보인 다양한 퍼포먼스와 출연진들의 탄탄한 기본기는 트로트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 팬덤을 형성했고, 뉴미디어와 음원시장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장년 세대까지 끌어들였다. 즉, 프로그램은 ‘쇼’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출연진은 노래 실력과 무대 매너 등의 ‘기본’을 강화하며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끌었다.

경연에서 7위를 한 장민호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입상했고, 진(眞) 자리에 오른 임영웅은 과거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겪은 실패의 아픔을 딛고 우승했다. 다른 무명 출연진들도 지방 공연을 하며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아온 인물들이다.

‘미스터트롯’의 성공 뒤에는 서혜진 PD가 있다. 서혜진 PD는 3월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성공비결을 언급했다. “이곳에 와서 느낀 것은, 이 분들이야말로 가장 냉정한 시청자라는 점이죠. 재미없고 퀄리티가 떨어지면 바로 채널을 돌리시거든요. 결국 실력 있는 지원자들이 살아남는 게 핵심이죠. 저희들은 매회 더 완벽하게, 한 컷이라도 눈에 거슬리는 컷 없게 엄청나게 신경 썼죠. 작가들, 피디 모두 다들 너무 고생하고 잠을 못자고 했는데, 그런 점들이 완성도를 높여줬다고 봐요.”

서혜진 PD의 성공비결을 보수진영이 수용한다면 ‘젊은보수’도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스터트롯’의 성공은 정치권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젊은층도 장년층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창조적 파괴’를 통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래된 것일수록 더욱 유연해야 확장성이 생긴다는 새로운 전략의 시사점을 제공했다.

‘미스터트롯’은 트로트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타깃을 최대한 넓히는 중도확장의 전략을 취했다. 유소년부, 신동부, 아이돌부, 직장인부, 현역부, 타 장르부 등으로 나뉜 출연자들을 보면서 미스터트롯이 어느 한 세대나 계층을 타깃으로 하기 보다는 트로트를 최대한 다양한 세대들이 소비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아울러 트로트도 경연장을 통해서 신인발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인가수들의 훌륭한 가창력, 그리고 K-POP에서만 보던 잘 꾸며진 구성과 칼군무, 방청객과 심사위원들의 리액션, 품격 있는 사회자가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보인 당내 공천파행은 미스터트롯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흥미와 감동을 주지 못했다. 황교안 전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는 막장공천으로 내 사람 심기, 내리꽂기, 돌려막기, 유력 인사 경선 배제 등 온갖 불공정을 자행해서 지탄을 받았다.

지난 5월 8일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개최한 당선자총회 합동토론회에서 주호영 후보는 총선 참패의 원인을 묻는 말에 “준비 없는 공천은 엉망이었고, 우리끼리 다투는 등 절박한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천실패를 지적한 것은 정확하다.

미래통합당 혁신하려면 국민경선제도 도입을

그렇다면 미스터트롯이 공천실패로 끝난 미래통합당의 혁신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미스터트롯 방식의 국민경선제도’가 공천개혁으로 안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스터트롯의 폭발적 인기와 성공 비결은 다양성의 경연과 심사방식의 공정성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미래통합당의 공천방식으로 도입한다면 이후 공천실패는 사라질 것이다. 성별·연령별·분야별로 대표성을 갖춘 국민공천배심원단과 선거인단을 구성하고, 후보들을 경제·안보·외교·환경·노동 등 정책 분야별로 나눠 같은 영역에 속한 사람들끼리 경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면 누구나 공감하는 실력 있는 후보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보수를 갈아엎을 새로운 인물이 많을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뽑힌 후보는 국민적 본선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이것은 지난 2002년 국민참여경선제로 돌풍을 일으킨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당내 이인제 후보를 꺾고 본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이긴 것에서 잘 드러난다.

세대와 성별, 진영을 넘어 온 국민을 트로트 열풍으로 몰아넣은 미스터트롯의 인재영입과 인재육성 방식이 정치권에 도입되어 정착된다면, 검증되지 않는 졸속적인 인재영입사고를 막으면서 한국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성공한다면, BTS와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 등으로 출발한 K-드라마, K-POP, K-트로트, K-방역의 높아진 위상처럼, K-정치의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 차제에 여야가 ‘국민경선제 법제화’ 법안을 제도화하기를 기대한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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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선인 2020-05-16 09:00:21
좋은 글 감사합니다. 특히 건강한 야당이 존재해야
여당이 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