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1분기 실적 살펴보니…'모바일·중국·RPG' 변수에 명암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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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1분기 실적 살펴보니…'모바일·중국·RPG' 변수에 명암 갈렸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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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수 누린 게임사, 모바일·非중국 공통점
중국 '던파' 의존도 큰 넥슨은 실적 후퇴
게임 업계 키워드는 '모바일'·'중국'·'RPG'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게임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수혜를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게임사들이 최근 발표한 지난 1분기 실적 결과를 보면 모두가 특수를 누린 건 아니었다. ·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1분기에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올리며 활짝 웃었다. NHN·선데이토즈·펄어비스·위메이드·웹젠 등 중견 게임사들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상승하며 대체로 호실적을 거뒀다.

반면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3N' 중' 넥슨과 넷마블은 실적이 악화돼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결과가 갈린 이유는 '모바일 게임'으로 귀결된다. 현재 각 게임사의 모바일 게임과 해외 시장 상황, 그리고 장르에 따라 실적이 나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생활'과 중국 게임 시장이 일시 부진에 빠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은 엔씨소프트가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내는데 크게 공헌했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지난해 11월 출시된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은 엔씨소프트가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내는데 크게 공헌했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 모바일 비중 크고 중국 비중 낮아 '역대 최고 실적'

엔씨소프트는 연결기준 매출 7311억원, 영업이익 2414억원, 당기순이익 195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204%, 162%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매출 중 모바일 게임이 5532억원으로 75%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11월 출시한 '리니지M2'의 매출이 3411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리니지M'도 2120억원으로 두 모바일 게임이 엔씨소프트의 1분기를 책임진 것이다.

NHN도 모바일이 게임 전체 매출의 66%를 차지했다. 모바일 웹보드 게임의 효과를 봤고,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라인 디즈니 쯔무쯔무', '요괴워치 푸니푸니' 등의 매출이 호조세를 보였다. 선데이토즈 역시 지난 4분기 출시한 모바일 게임 '디즈니 팝 타운'의 실적이 반영돼 매출이 41%, 영업이익이 49%, 당기순이익이 176% 증가했다. 펄어비스는 대표작 '검은 사막'이 PC, 모바일, 콘솔 등 전 영역에서 골고루 효과를 봤다.

이런 결과를 살펴보면 공통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실적 개선을 이끈 부문들이 모두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과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하면서 중국 시장 비중은 없거나 낮다는 것이다.

NHN 관계자는 "중국에 자회사가 있긴 하지만 주로 모바일 게임을 다룬다. PC게임은 거의 (서비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데이토즈 관계자 역시 "'디즈니 팝 타운'은 중국에서 서비스하지 않고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등 아시아 지역에 출시됐고, 태국에서도 론칭된다"며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중국의 PC방 임시 폐쇄로 인해 간판작 '던전앤파이터'가 부진해 1분기 실적이 악화됐다. 사진=연합뉴스
넥슨은 중국의 PC방 임시 폐쇄로 인해 간판작 '던전앤파이터'가 부진해 1분기 실적이 악화됐다. 사진=연합뉴스

◆ 중국 '던전앤파이터' 의존도 컸던 넥슨의 부진

반면 넥슨의 1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코로나19로 중국 정부가 이동을 통제하면서 PC방들이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넥슨 일본법인 공시에 따르면 매출 9045억원(828억엔), 영업이익 4540억원(415억엔), 순이익 5455억 원(499억엔)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21%, 7% 감소한 수치다. 특히 매출을 세부적으로 나누면 PC가 7180억원(657억엔)으로 15% 줄었다. 반면 모바일은 1858억원(170억엔)으로 10% 늘었다.

이는 중국 PC방에서 인기 게임이자 넥슨에 연 1조원 이상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안겨다주던 '던전앤파이터'의 매출 감소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PC방을 일시 폐쇄했기 때문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42%나 줄었고, 동시에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1.7%에서 40.5%로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크로스파이어'는 '던전앤파이터'와 함께 중국 시장의 투톱 게임으로 꼽힌다. 스마일게이트엔터의 경우 1분기 실적을 아직 발표하진 않았지만 넥슨과 마찬가지로 전망이 밝지 않다.

스마일게이트엔터는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매출 하나만으로도 연매출 5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던 게임사다. 하지만 중국 게임 시장은 모바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고, 스마일게이트엔터의 실적은 2017년 이후로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실적도 전년 대비 매출은 3.19%, 영업이익은 5.47% 줄었다.

중국 게임 시장은 모바일과 RPG장르로 설명된다. 표=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중국 게임 시장은 모바일과 RPG장르로 설명된다. 표=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키워드는 '모바일'·'중국'·'RPG'

이미 중국 게임 시장은 모바일이 대세가 된 오래다. 기본적으로 PC 게임 역사가 비교적 짧고, 게임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시작된 시기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0년 즈음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중국 콘텐츠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산업에서 모바일 게임 영업 매출은 1581억 위안(약 27조3000억원)으로 68.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5년에 비하면 3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모바일 게임 유저도 지난해 6억2000만명으로 같은 기준 약 30% 가량 증가했다. 2위부터 5위까지인 미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의 게이머 숫자를 다 합쳐도 중국 게이머 숫자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클라이언트게임(PC) 시장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매출은 615억 위안(약 10조615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가장 실적이 좋았던 2017년보다 5% 가량 후퇴한 수치며 2015년과 비슷하다. 유저 숫자 역시 지난해 1억4200만명으로 2017년 대비 5%, 2015년 대비 1% 감소한 수치다.

한콘진 관계자는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휴대하기 쉬운 편리함 때문에 오락활동의 선택 우선순위에 있고 더욱 안정적인 시장 확대 공간을 맞게 될 것"이라며 "클라이언트 게임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고, 모바일 게임으로부터의 경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특징이 또 하나 있다. RPG와 MOBA(다중접속 온라인 배틀)류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음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공작위원회(GPC)와 국제데이터센터(IDC)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중국 내 게임 상품 유형별 점유율에서 RPG가 28.6%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MOBA가 25.2%, 슈팅장르가 16.8%로 이었다. 

매출 순위 100위 안의 게임들 중 영업 매출 비중으로는 RPG가 45.5%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MOBA가 14.9%, 전략시뮬레이션이 13.6%로 뒤를 따르고 있다.

한콘진 관계자는 "RPG는 게임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스토리를 통해 오래 흥하고,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이로 인해 각 대규모 게임사들이 중점 개발하는 분야가 됐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통해 중국 게임 시장에서 반등을 노린다. 사진=넥슨 제공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통해 중국 게임 시장에서 반등을 노린다. 사진=넥슨 제공

◆ 게임사들의 신작 전략 방향 

이를 살펴보면 각 게임사들의 향후 전략 방향을 알 수 있다. 올해 출시될 게임들이 대부분 모바일과 RPG 위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넥슨은 올 여름 출시 예정인 횡스크롤 MORPG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던전앤파이터'가 워낙 인기가 좋은 만큼 중국 내 사전 등록자만 3400만명을 넘기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개발사인 자회사 네오플은 본사를 제주도에서 서울로 옮기고 개발 인력도 170여 명에서 300명 규모로 대폭 확장한다. 좋은 인재를 모으기 위해 각종 주거비를 지원하고 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했다.

또 넥슨은  모바일 게임 덕분에 국내 한정해서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다양한 신작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모바일 레이싱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출시했고, MMORPG '바람의나라: 연'과 코그가 개발한 온라인 MOBA '커츠펠' 등을 준비 중이다. EA스포츠의 모바일 축구게임 '피파모바일'도 연내 출시된다.

다른 게임 회사들은 현재 중국 내 판호(서비스 허가권) 발급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아시아, 북미, 유럽 등을 노리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리니지2M'의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 기존 인기 IP를 활용한 '블레이드 앤 소울2', '아이온2'도 연내 출시된다. 해외 진출 국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일본과 대만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북미법인 엔씨웨스트가 최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음악 게임 '퓨저'는 올 가을 출시될 예정이다.

넷마블도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하락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다. 다만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A3'와 '일곱개의 대죄' 등 신작들의 분기 말 출시돼 마케팅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2분기부터 해당 게임들의 출시 효과가 온전히 반영될 것으로 넷마블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70%를 넘는데다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은 편이라 안정적인 실적을 바라볼 수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관계자는 "북미, 일본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Kabam)', '쿠키잼(Jam City)" 등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모바일 MMORPG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을 아시아 24개국에 출시한다. 또 자체 IP를 활용한 모바일 턴제 MMORPG '스톤에이지 월드'도 2분기 내 전세계 동시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BTS 유니버스 스토리', '세븐나이츠2', '마블 렐름 오브 챔피언스' 등 총 10개에 달하는 신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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