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당뇨병신약' 기술수출 원점으로..계약금 2천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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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당뇨병신약' 기술수출 원점으로..계약금 2천억은?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5.14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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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계약업체 사노피, 13일 계약해지 일방 통보
법조계 "이미 받은 계약금 한미약품에 돌려줄 의무 없어"
한미약품 "사노피측에 계약위반 문제삼을 것"
국내업계 "사노피, 매우 무책임한 행동 비난"
연구원들이 의약품 연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구원들이 의약품 연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한미약품에 3조9000억원 규모의 당뇨병 신약 기술수출 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사노피 측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한미약품의 계약위반을 지적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사노피가 한미약품의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통보했다. 양사는 계약에 따라 120일간의 협의 후 계약해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5년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한 당뇨 신약 후보물질 3종을 39억유로(5조1845억원)에 기술수출했다. 이후 지난 2016년 수정계약을 통해 사노피는 지속형 인슐린의 권리를 반환하고, 에페글레나타이드 연구비 공동 부담 조건을 추가했다. 기술수출 금액도 29억유로(3조8552억원) 규모로 줄었다.

사노피는 올해 1월 JP모건 컨퍼런스와 약 2주 전인 1분기 실적발표 때도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심지어 (사노피가)지난해 6월 공동연구비를 더 내겠다는 의사도 밝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사노피는 최고경영자(CEO)가 교체 뒤 기존 주력 분야였던 당뇨 질환 연구를 중단하고, 항암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의 ‘연구개발(R&D) 개편안’을 공개하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 중단 이슈가 불거졌다.

다만 지난해 12월10일 신임 CEO의 사업 계획 및 전략 발표를 통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3상 개발을 완료한 후 글로벌 판매를 담당할 파트너를 물색하겠다고 해 관련 논란은 종식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노피 측은 지난 13일 밤(한국시간)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일방적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한미약품과 법조계는 계약금과 개발단계에 따른 한미약품이 이미 수령한 금액을 사노피 측에 돌려줄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정민 법무법인 로베이스 변호사는 “사노피가 ‘권리반환 통보’를 했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해지통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약 당사자간 일방적 해지 통보시 계약금 등은 통보를 받은 쪽으로 귀속되고 반환의무는 없다. 
 
이어 “신약(후보물질)에 관한 기술수출계약의 경우 계약금, 개발단계에 따른 금액, 상용화 후 매출액에 따른 일정금액을 받는 것이 보통”이라며 “이번 경우는 지난 2015년 11월에 계약하고 2016년 12월에 수정계약도 했다. 일부가 임상시험 3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봐서 계약금과 개발단계에 따른 금액은 한미약품에 지급됐고, 이에 대해 법률적으로 (한미약품이 사노피측에)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일련의 계약관계를 해지하는 것은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계약을 무효화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이어온 관계는 그대로 유효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일방이 계약상 위반행위를 해서 ‘해제’를 하는 것과는 다른 법리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제는 계약 전체(과거 포함)를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한 사노피가 지금까지 투자한 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한미약품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이 경우 사노피가 소송을 할 수 있는 명분은 한미약품측에 계약위반 사유를 명시하고 계약금 반환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사노피가 이런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국내 법조계와 한미약품의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한미약품은 사노피 측의 이번 행위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계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사노피가 일방적으로 ‘해지통지’를 한다고 해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약품과 협의를 통해서 ‘합의해지’를 하도록 규정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해지를 위한 협의 과정에서 과거 받은 금액, 손해배상금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된다”고 했다.

덧붙여 “사노피가 한미약품이 계약위반을 했다고 주장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면, 한미약품이 돈을 물어주거나 돌려주거나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여러 차례 해외 업체로부터 기술 수출 반환을 경험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현재 임상 중인 약물의 결과를 확인한 후 개발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보통인데, 사노피 측은 지속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놓고, 무려 당뇨병 환자  5000명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권리반환’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약품은 사노피 측에 임상을 끝까지 완수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며 “이는 사노피 측도 지금까지 약속했던 것이고, 만약 이러한 요구를 거절할 경우 임상 완료에 대한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한미약품은 이미 수령한 계약금 2억유로(약 2643억원)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노피의 이번 권리반한 통보에 대해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속사정이나 내막은 잘 모르지만, 통상적 업계 관례로 비춰볼 때 사노피의 이번 결정은 매우 무책임하고 상도덕에 어긋났다”고 일갈했다.

그는 “임상 중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견돼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계획 변경으로 인해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라는 명성에도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며 “이런 식이면 누가 사노피와 협업을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제약·바이오 시장의 가장 큰 흐름인데, 이번 사태가 나쁜 선례로 남지 않도록 양사가 원만히 합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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