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힘든 결정, 그러나 무한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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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힘든 결정, 그러나 무한의 책임
  • 김이나
  • 승인 2015.11.20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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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덜 울고 행복하도록 서로 협조해야

새로 이사간 아파트 단지 입구에 저녁마다 푸드 트럭 한 대가 정차를 하고 있다. 젊은 남자가 직접 몰고 와서 무언가를 파는 모양이다. 처음엔 와플을 만들어 팔더니 요즘은 크레이프도 만들어 판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버터향과 향긋한 바닐라향이 진동한다. 젊은이가 적은 자금으로 자신의 일터를 직접 꾸며 돈을 버는 걸 보니 한편으로는 기특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취업이 어려워서 택한 궁여지책은 아닌지 좀 걱정되기도 한다.

그래도 트럭 앞에 늘 손님이 늘어서서 와플이 구워지길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 나절 달콤한 디저트가 생각날 때 찾게 되는 그런 곳인가 보다.

그런데 어느 날 인가, 열심히 와플을 만드는 남자 옆에 꼬마 소녀가 보인다. 남자 옆에서 말을 종알종알 하는걸 보니 아마 대략 5~6세 정도 되보이는 아이다. 그 후에 몇 번 그 앞을 지나칠 때 마다 그 단발머리 아이가 보였다. 처음엔 그냥 심심해서 아빠를 (혹은 삼촌을?) 따라 나왔나 보다 생각했다. 아님 아이를 급하게 맡길 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빠가 아이를 일터에까지 데리고 나왔나 생각했다. 그런데 늘 그 남자 옆에 여자아이가 늦은 밤까지 함께 있는 걸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싱글 대디인 것 같았다. 유추하건대 젊은 사장님은 이 꼬마 소녀를 어디 맡길 형편이 안되는 것이다.

젊은 아빠니 아무래도 사별 보다는 헤어졌을 확률이 크고, 아님 미혼부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 후로 와플 트럭 앞을 지날 때마다 자꾸 소녀를 찾게 되고,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재빨리 눈길을 피했다. 돌봐줄 엄마가 없어 불쌍하다는 내 연민이 행여 은연중에 비춰질까봐.

 

▲ 사진 unsplash

 

저녁 내내 트럭에서 아빠 곁을 맴도는 아이를 보니 얼마 전 찾아오신 부부가 떠올랐다. 부부는 이혼에는 합의 하였으나 양육권 문제는 아직 합의가 안된 상태였다. 6살 된 아들을 서로 자기가 키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직업상 남편은 출장이 잦았고 밤낮이 따로 없는 근무 환경 탓에 사실 아이를 자주 보지 못한다고 했다. 새벽에 집에 들어올 때가 많고 주말마다 지방 출장을 가서 3~4일 후에나 집에 돌아오곤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아내는 자그만 가게를 하면서도 야무지게 아이를 잘 키우고 있었다..

남편과 아내는 양육권을 자기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경우 재판상 이혼으로 가면 아내가 유리하다. 양육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남편 대신 아내는 친정부모님의 도움으로 워킹맘이면서도 아이를 잘 돌보고 있었고 또 아이가 아빠보다는 엄마와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자라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남편 생각이 궁금했다. 지금처럼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데, 지방으로 출장을 가거나 하면 어떻게 아이를 키우실거냐고 물으니, 그래서 지방에 계신 큰 형 집에 6개월 정도 맡길 생각이라고 했다. 아내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얼핏 듣기에도 대도시가 아닌 농촌인데 그 낯선 곳에 아이를 맡기겠다 하니 어느 엄마가 양육권을 양보하겠는가. 게다가 아빠도 없는 곳에.

 

내 핏줄 내 새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키우겠다는 생각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계속 날이 선 대화가 오가다 잠시 따로 불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음의 정리를 하고 난 후 남편은 양육권·친권을 다 아내에게 주겠다고 했다. 필자의 설득이 주효했던 모양이었다.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건 마음만으로는 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주변에 싱글 대디로서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들의 사례들을 들려주니 조금 누그러진 듯 했다. 마음만 앞섰지 준비가 안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돌아보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가 많을 것이다. 부부들의 수 만큼이나 그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이유는 어찌됬??이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원만하게 협의이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교적 후폭풍이 크지 않은 협의 이혼을 한다 해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 자녀 양육 문제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을 때는 좀 더 심각하다.

 

성년인 자녀들은 대부분 부모의 황혼 이혼에 대해 어쩔수 없지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억지로 유지해온 부모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독립할 나이가 되었으니 부모가 한 집에 같이 사는 것이 그들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아이들이 어린 경우, 특히 사춘기 자녀들이라면 부모의 문제가 무척 심각하게 다가온다.

‘나는 누구랑 살아야 하지…’, ’엄마랑 살면 아빠는 영영 못 보게 될까…’, ‘아빠랑 살고 싶은데 아빠는 금방 재혼을 할지 몰라…’ 부모의 이혼 후에 아이는 성격도 변할 수 있고 꿈도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의 꿈이 사라져서는 안된다. 아이는 원치도 않았는데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방법은 한 가지. 현명하게 잘 대처해야 한다.

지금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것이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잘 끝맺어야 하고 잘 준비해야 한다. 아이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잘 보살펴야 한다. 그 누가 키우더라도 잘 자랄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부부가 잘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아이를 위해 서로 협조해야 한다.

결정 하기까지가 힘들었다고? 그러나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은 무한하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준비하자. 그래야 우리 아이가 덜 울게 될 것이고 그만큼 더 행복해 질 것이다.

 

김이나 디보싱 상담센터 양재점/ 이혼플래너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jasmin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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