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인터넷 규제법' 철회해야..스타트업 진입장벽 또 만들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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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인터넷 규제법' 철회해야..스타트업 진입장벽 또 만들건가"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12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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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규제법' 과방위 통과, 법사위 남아
인기협 등 4개 단체 "졸속 처리 중단하라" 촉구
"업계에 큰 파장 일으킬 수 있어, 이해관계자 논의 우선"
한국인터넷기업협회·체감규제포럼·코리아스타트업포럼·벤처기업협회 4곳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대 국회의 임기 말 쟁점법안 졸속처리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김상혁 기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체감규제포럼·코리아스타트업포럼·벤처기업협회 4곳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대 국회의 임기 말 쟁점법안 졸속처리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김상혁 기자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오늘 기자회견의 주요 골자는 법안 내용에 대한 옳고 그름이 아니라 졸속 입법 문제입니다. 21대 국회에 넘겨주길 바란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인터넷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한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단체 4곳이 해당 법안 통과가 졸속 처리라고 비판하며 저지에 나섰다.

체감규제포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인터넷 규제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에 대해 20대 국회 임기 말 쟁점법안 졸속 처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대행, 조윤영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n번방'을 방지하는 '정보통신망법', 넷플릭스 등 CP들의 통신망 무임승차를 예방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데이터센터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일명 '인터넷 규제법'이 지난 7일 국회 과방위를 통과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망법'은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 의무 ▲투명성 보고서 제출 의무화 ▲해외사업자 조치 시행 위한 역외적용 규정 도입을 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서비스품질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 의무화 ▲이용자수·트래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서비스안정 수단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필요한 조치가 주요 내용이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국가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에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국내 인터넷 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고, 국민들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으며, 국내 CP에게 족쇄로 작용하지만 해외CP에게는 이행 여부가 미지수로 역차별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무엇보다 '인터넷 규제법'이 20대 국회 임기 말 졸속처리 됐다며 형식상·절차상 요건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철회된 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인터넷규제법', 형식적 절차적 요건 지키지 않은 졸속 입법" 주장

이날 4개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또다시 '임기 말 쟁점법안 졸속 처리의 악습'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과방위는 이미 이번 임시국회에서 70개가 넘는 법안을 졸속 통과시켰으며, 이번 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본 회의에서는 다수의 인터넷관련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어 "n번방 사태가 불거진 후 관련 법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청취나 숙의의 시간과 절차도 없이 'n번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과방위를 통과했다"고 성토했다.

인기협 등은 "지난 4일 발의된 법안은 국회법상 입법예고기간인 10일 이상의 입법 예고도 하지 않았고,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조차 없으며, 발의법안은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해 회부되고 상정되어야 하나, 이 절차 역시 생략되는 등 형식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는 법안의 졸속처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이들 법안은 이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 침해, 국내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여론, 언론, 업계, 학계의 강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졸속 처리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n번방'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면 약간의 산업적 위축이나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수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집행력은 전혀 진보된 바 없이 국내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만 배가시키고 있으며, 실제 다크웹의 패킷 전달 통로인 통신사의 책무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역차별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4개 단체는 "과방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의 졸속처리를 당장 중단해달라"면서 "이해관계자, 전문가, 산업계, 이용자 등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사회적, 경제적 영향평가 등을 충분히 거친 후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쟁점 법안의 처리를 21대 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인터넷 업계 "절차도 문제, 내용도 문제"

업계를 대표하는 관계자들도 '인터넷 규제법'의 문제를 성토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고, '빅브라더 시대'가 올 수 있음을 우려했다.

박성호 인기협 사무총장은 "최근에 발생한 사회문제를 플랫폼 규제를 통해 해결하는건 당장의 편한 것만을 선택하는 고식지계의 우"라며 "정부는 늘 '데이터 경제 활성화', '한국판 디지털 뉴딜 사업' 등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목격하는 규제는 이와 모순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규제법의)구체적 내용은 모두 정부의 시행령에 일임해 '법은 명확해야한다'는 근본적인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제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항을 담고 있지만 공청회 같은 것도 없이 급하게 처리해 국민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법안은 이미 과방위를 통과한 후 법사위에서 대기 중이다. 박성호 사무총장은 "전문가들께서 적절한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재논의를 거쳐 21대 국회에서 다시 이야기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들에 입장에서 이번 법안을 비판했다. 그는 "진입장벽을 조성해서 장기적으로 스타트업 업계를 고사시킬 수 있는 위험성 있는 법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성진 대표는 "기업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인데 정부는 구체적인 사항을 말해주지 않는다"면서 "모든 규제는 비용으로 연결된다. 이는 새롭게 진입하는 스타트업체에겐 진입장벽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중앙대 정치학과 교수는 "해당 법안 자체도 문제지만, 오늘 기자회견의 골자는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과방위의 졸속 처리 비판"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어 "법안에 관한 충분한 토론이 이뤄져야하며, 이와 관련한 세미나를 6월 중 개최하려 준비중이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정확한 날짜를 확정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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