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희 칼럼] 코로나 시대, 동학개미는 새로운 유형의 투자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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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칼럼] 코로나 시대, 동학개미는 새로운 유형의 투자자일까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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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시장, 조금씩 희망의 씨앗 키우기 시작
4월까지 美-韓 개인투자자들 주식에 더 뛰어들고 기관은 주춤 '공통점'
동학개미운동, 정체중 한국 주식시장에 새 방향 제시할까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전세계 금융시장은 역사적인 폭락과 뒤 이은 변동성을 경험 중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방역 모범국가로 불리며 바이러스 확산이 빠른 속도로 진정되고 있고, 중국 역시 발원지인 우한에 대한 지역봉쇄 해제 이후 대외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주요 경제대국인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최근 전세계 신규 감염자와 사망자 숫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의료진과 당국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확실한 출구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 종식시점 예측모델 논의 진행중"  

지난 컬럼에서 코로나-19 위기의 종식은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합리적 예측과 치료제, 백신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아래 표에서 전세계 확진자 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사망자 수 증가추이가 다소 꺾이는 모습을 보이며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종식 시점에 대한 예측모델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렘데시비르와 아비간 등 치료제후보약품에 대한 임상이 빠르게 진행 중이고 우리나라를 비롯 전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면서 조금씩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양적완화의 통화정책과 전시 상황에 맞먹는 수준의 재정정책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화, 사회안전망 확보 및 한계기업 도산 방지에 직접 나섰습니다.

4월에도 같은 정책기조가 유지되었습니다. 미 연준은 금융시장이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사상 최저인 정책금리(0~0.25%)를 계속 유지한다고 발표하며, 필요한 경우 연준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언제든지 동원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포함했습니다.

특히 4월 연준 발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미국채에 대한 적극적 매입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미 정부가 발표한 확대재정정책은 향후 추가적인 국채발행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러한 예상이 반영되며 채권시장에서 금리 상승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면서, 연준의 이번 발표는 금리상승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연준의 시장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유로존과 일본 역시 무제한 장기대출프로그램과 무기한 자산매입정책을 통해 기업 도산을 방지하고 유동성 공급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 투자를 주도하는 개인투자자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극단적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선진국(특히 미국) 국채와 달러화로 전세계 투자금이 몰렸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무제한적 통화공급으로 국채의 실효 수익율은 제로(0)에서 마이너스로 하락했습니다. 채권투자자에게는 수익률과 위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주식시장은 위험자산에 대한 극단적 회피와 기업의 도산위험 및 급격한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전세계가 동시에 폭락하는 상황을 맞이하였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의 전폭적인 금융시장 지원 정책으로 일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위 표를 보면 미국시장은 대폭락이후 4월까지 이번 사태로 인한 하락폭의 60~70%를 만회하였고, 글로벌증시 역시 이번 사태의 최저치에서 50% 이상 회복하였습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확진자 수가 매일 1천 명을 넘었던 3월 초반에는 큰 폭의 주가하락을 경험하였지만, 이후 확진자 숫자의 급격한 감소와 정부와 한은의 재정 및 통화정책 발표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투자심리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2019년 3분기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로 혼란한 이 시기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자는 누구였을까요?

올해 초부터 국내 주식시장에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패닉 매도(Panic Selling)의 모습을 보인 외국인과 자금여력이 없는 기관투자자의 매도 물량을 모두 소화한 개인투자자들을 일컫는 ‘동학개미’ 그룹은 현재 국내주식시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투자자로 떠올랐습니다.

위의 표에서 보듯 연초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만 20조원의 주식을 순매도했고, 국민연금 등 극소수를 제외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주식형펀드에 대한 환매증가와 리스크 관리 차원의 손절매(Stop-loss) 등으로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올해에만 25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코스피시장에 쏟아 부은 개인투자자는 시장의 최대 큰 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한국에서만 주식을 매도했을까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글로벌투자자들은 전세계 이머징마켓에서 주식과 채권을 가리지 않고 투자금회수를 시작했습니다. 왼쪽 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5년 중국 금융위기를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비교한 것입니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인 글로벌 투자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이머징마켓에서 50일 동안 50조원(40bn USD) 이상의 투자금을 회수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때 3개월 동안 28조원(25bn USD)을 회수한 것에 비하면 속도와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미국도 3월 대폭락이후 4월부터 낙폭의 상당부분을 만회하고 있습니다. 봉쇄조치(Lock-down) 여파로 인한 소비와 투자 위축, 기업이익 감소와 경기침체 불안감 등 산적한 이슈들이 남아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초기 전문가들의 예측에 비하면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미국 투자자, 특히 개인투자자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ETF 시장의 자금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두개의 표는 2020년 1월부터 4월말까지 미국 ETF시장에서 최대 유입과 유출을 보인 ETF 10종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왼쪽 표를 보면 투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10개의 ETF 중 S&P500지수(1위), 나스닥지수(6위), 뉴욕증시 및 나스닥을 모두 포함하는 Total Market(3위), 사회책임투자라고 할 수 있는 ESG전략(8위) 그리고 헬스케어섹터에 투자하는 ETF(10위) 등 5개 종목이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비즈니스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치료제와 백신 개발 및 공중보건 관련 기업이 몰려 있는 헬스케어 섹터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책임투자(SRI)로 불리는 ESG(Ethic-Social-Governance, 윤리-사회적책임-기업지배구조) ETF에 헬스케어 ETF보다 더 많은 투자자금이 몰렸다는 점입니다. 이전 컬럼에서도 말씀드렸지만 ESG/SRI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주식 외에는 금(5위)과 원유(7위)가 눈에 뜁니다. 상대적으로 약화되었지만 금은 현금과 함께 여전히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고, 원유 ETF에 대한 투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영역까지 추락한 유가에 대한 베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른편의 자금유출 ETF를 보면, 1위는 자금유입도 1위인 S&P500지수 ETF(SPY)입니다. 자금유입 1위 S&P500지수 ETF(VOO)는 뱅가드가 운용하는 매우 저렴한 수수료의 ETF임에 반해, 자금유출 1위인 SPY ETF는 역사가 오래된 초대형 ETF로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합니다.

즉 같은 S&P500 ETF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VOO ETF는 자금이 급속히 유입된 데 반해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SPY ETF는 큰 폭의 자금유출을 겪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기관투자자는 주식비중을 줄인 반면 개인투자자는 비중을 늘린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 특이점은 자금유출규모 상위 2, 3, 4, 8위를 차지한 ETF가 모두 이머징마켓 관련 ETF라는 점입니다. 위에서 설명했지만 미국투자자들은 연초이후 이머징마켓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회수하여 미국주식과 채권(단기채 및 투자등급채권) 등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기관투자자(한국의 경우 외국인투자자까지)가 주춤거리는 사이 한국과 미국 모두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미국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의 주식계좌 및 퇴직연금계좌를 통한 투자는 이미 시가총액의 4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간접투자상품인 뮤추얼펀드의 30%를 개인투자로 본다면 개인투자자가 이미 주식시장의 55~60%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개인투자자인 동학개미는 과연 위험한 베팅(?)으로만 봐야 할까요? 아니면 주식시장의 새로운 투자자그룹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동학개미는 새로운 유형의 개인투자자?

그동안 기관투자자는 시장정보와 데이터에 대한 제한적 접속권한, 리서치팀의 깊이 있는 분석 리포트, 도제식으로 이루어지는 운용역량 등을 거의 독점적으로 활용하면서, 개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월한 위치에서 투자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계속된 금융위기와 금융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기관투자자에게 강력한 위험관리기준과 투자제한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여기에 더해 인덱스펀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퀀트 기법이 투자의사결정 과정에 도입되면서 종목선정 위주의 전통적 투자방식에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반면 최근 주식시장에 새로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되었던 산업, 시장 및 기업관련 데이터베이스가 오픈 소스로 전환되면서 손쉽게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리서치 리포트와 애널리스트 미팅도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별도의 비용없이도 웹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올해 3월 교보문고 경영경제 베스트셀러 20위 목록에 주식투자 관련 서적 7권 포함되었는데 작년 3월에는 단 한 권도 포함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라고 합니다. 올해 5월 팟캐스트 비지니스분야 인기 순위 10위까지를 살펴보면 한 증권사의 온라인 리서치센터와 또 다른 증권사의 글로벌 시황전략이 8위와 10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1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순위권 밖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각 증권사를 대표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관련 유명 유튜버의 방송에 출연하여 리포트에는 쓰지 못했던 내용까지 공유하고 있는데, 입소문을 탄 클립들의 조회수는 수 만명을 넘는 수준입니다.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와 분석자료 역시 현지와 거의 동시에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사이의 정보 갭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모바일에 최적화된 20~40대가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하면서 과거 ‘묻지마투자’로 대표되던 전통적 개인투자자와는 주어진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숙련된 전문투자인력과 축적된 분석자료, 최신 테크놀로지가 종합된 운용시스템 등은 여전히 개인투자자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는 외부의 법과 규정은 물론 내부의 위험관리, 컴플라이언스 및 운용 시스템 상 제약조건, 그리고 투자자 요구에 따른 엄격한 투자 제한사항을 모두 준수해야 합니다. 여기에 ETF를 시작으로 수학적 알고리즘을 시스템으로 구현한 퀀트 투자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전통적인 종목발굴보다는 시스템 시그널에 따라 매매를 반복하는 트레이딩 베이스의 투자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주가가 일반적인 변동성 수준을 넘어서 급격히 하락하게 되면 시스템의 매도 시그널에 따라 자동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됩니다. 또한 분산투자 규정이나 손실제한규정 등에 따른 손절매(stop-loss)까지 포함하면 폭락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출처=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올해 1분기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은 삼성전자(보통주 및 우선주), SK하이닉스, 현대차 그리고 코스피지수 레버리지 ETF입니다. 앞서 살펴본 미국의 경우 S&P500 ETF와 나스닥 ETF가 상위권을 차지했다면, 한국 개인투자자들도 코스피지수를 선택했지만 좀 더 공격적인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몰렸습니다.

1위는 코스피지수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적 국내대형주들입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이코노미의 수혜를 받을 것이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이는 현대자동차를 선택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이전의 시장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이번 동학개미운동의 원인을 역대 최고수준인 시중 부동자금과 사상 최저금리,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IMF를 통한 학습효과 등 단기적 이벤트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급증하는 신용잔고와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의 경우의 단기 급등락과 자금의 쏠림은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 같습니다. 

‘동학개미’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인지 아니면 시장의 판을 뒤흔들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그동안 기존 금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방어적, 소극적으로 투자자들과 소통했다면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상호간 적극적인 정보 공유는 물론, 분야별 전문가들의 다양하고 새로운 분석들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기도 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IMF이후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이 오랫동안 정체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국내 주식시장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여러분도 흥미롭게 지켜 보시기 바랍니다.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최근까지 외국계 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아 해외 투자상품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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