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코로나 신속대응 지자체장, '포스트 아베' 후보군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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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코로나 신속대응 지자체장, '포스트 아베' 후보군 형성
  • 김명윤 도쿄통신원
  • 승인 2020.05.10 16:0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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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무라 오사카 지사, 스즈키 홋카이도 지사 인기몰이
코로나 이후로 젊은 리더를 바라는 일본
무능한 중앙정부에 지방 지자체들에 반란
신종 코로나로 일본은 '전국 시대'에 돌입    
김명윤 도쿄통신원.
김명윤 도쿄통신원.

[오피니언뉴스=김명윤 도쿄통신원] 코로나19가 "포스트 아베" 차기 총리 경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특히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시바 시게루, 고이즈미 신지로 등이 아닌 각 지역 도지사들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중앙 정부인 아베 내각이 무능함을 드러내자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각자도생'하며 지역 방역에 나서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本洋文)오사카 도지사가 있다. 현지언론인 ‘JB 프레스’는 최근 미국 정치 컨설팅사에 의뢰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월 초부터 5월 4일까지 주요 정치인들의 발언, SNS 미디어에서 다루어진 횟수, 실적 등 사용자의 반응을 빅 데이터로 분석해 유력 차기 총리 후보로 4명의 정치인을 소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아베 신조 현 총리,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 부지사), 고이케 유리코(도쿄 도지사), 스즈키 나오미치(홋카이도 도지사) 등이 차기 후보에 올랐다.

요시무라 오사카 지사와 스즈키 홋카이도 도지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전국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이번에 4명의 후보에 올라 눈에 띄었다. 이 두명의 정치인이 급부상한 것은  코로나19 특별 조치 법에 의해 지방 자치 단체장의 권한이 커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 중에 하나지만 아베 총리와의 극명하게 대비되는 '리더십' 때문이기도 하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지사. 사진=요시무라 지사 트위터 캡쳐.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지사. 사진=요시무라 지사 트위터 캡쳐.

코로나19 신속대응...요시무라 오사카지사, 스즈키 홋카이도지사 급부상 

먼저 스즈키 도지사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한 홋카이도에서 2월 말 자체적으로 긴급사태를 발령하고 휴교령 등 가장 빠른 대처를 하며 감염 확산을 비교적 잘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즈키 지사는 집안 사정으로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도쿄도청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19년 최연소로 도지사에 오른 ‘고졸 흙수저’ 신화로도 유명하다.      

본격적으로 아베 중앙 정부와 다른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공표한 것은 오사카 요시무라 지사였다. 요시무라 지사는 아베 총리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현 긴급사태 선언을 오는 31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왜 5월31일까지인지, 향후 어떤 목표가 달성되면 해제될 수 있는지 그 어떤 과학적 수치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라는 점을 지적하며,   위와 같은 주먹구구식 결정과는 대조적으로 어떤 기준에 도달하면 휴업 요청과 외출 자제가 해제될 수 있는지 '오카사 모델'을 제시하겠다" 고 밝혔다.      

그는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선 중증자들을 위한 병상 확보가 중요하다"며 "병상 사용률이 안전한 녹색 상태인지, 황색 신호가 켜졌는지, 적색인지를 알기 쉽게 수치화 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오사카성 밤 조명의 색깔을 (병상 확보율에 따라 녹색, 황색, 적색으로) 바꾸겠다“며 ”모든 주민들이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 사진=트위터 캡쳐.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 사진=트위터 캡쳐.

인터뷰 다음날인 5일 오후 요시무라 지사는 ‘중증자용 병상 사용률 60% 미만’, ‘바이러스 검사 양성률 7% 미만’,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수가 하루 10명 미만으로, 그 전 주와 비교해 늘지 않을 것’ 등의 조건이 7일 연속 충족될 경우 휴업과 외출 자제 요청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법률상 전국 긴급 선언은 중앙 정부에서 가능하지만 단계적인 긴급 선언의 해체에 권한은 각 지방 정부만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러한 기준을 독자적으로 발표한 광역단체장은 전국에서 요시무라 오사카 지사뿐이다. 

세습 정치 그리고 지나친 관료 정치로 '젊은 리더'를 원하고 있는 일본에서 요시무라 지사는 44세의 젊은 나이와 깨끗한 외모, 변호사 출신으로 거침없는 언변과 자신 있는 리더십을 보이며 현재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개헌 및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찬성하는 등 우익 성향 역시 갖고 있어, 차기 총리에 오를 경우 향후 한일 관계에 어떤 입장을 나타낼 것인지에대해 한국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현지언론에선 보도하고 있다.       

여론 뭇매 맞은 아베...코로나 확산 속 개헌론 또 꺼내                

반면 요시무라 오사카 지사와 비교해 아베 총리의 행보는 대조적이었다. 코로나19로 대혼란을 겪고 있던 3일, 일본 전역은 아베 총리가 전국 긴급사태 선언을 연장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초미에 관심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 선언 연장 발표가 아닌 '코로나 같은 긴급 사태 대응을 위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은 일본 평화헌법 시행을 기념하는 헌법기념일로 아베 총리가 코로나 19 감염 확산 사태를 ‘헌법 개정’ 동력 살리기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3일 우익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인 ‘헌법 포럼’에 보낸 비디오 메시지에서 “긴급사태에서 국가와 국민이 어떤 역할로 국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헌법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다시 인식했다”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필요성을 또 언급하고 있다. 사진=NHK TV캡쳐.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 필요성을 또 언급하고 있다. 사진=NHK TV캡쳐.

아베 총리는 지난 2017년 “(도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었던) 2020년을 새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듬해인 2018년 자민당이 현행 헌법에 자위대 존재 규정, 긴급사태 시 내각에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정령(시행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 부여 등을 추가하는 4개 주요 개헌안 항목을 제시했다. 아베 정부 개헌의 최대 목표는 헌법에 자위대의 존재 근거 규정을 추가하는 것이다.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현행 헌법의 핵심 가운데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9조의 의미를 희석하려는 목적이다. 이는 일본을 다시 한번 '전쟁 가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비디오 메시지에서 헌법 개정을 “반드시 달성하겠다. 결의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라고 강조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의 이같은 발언이 있은 후, “지난 3월 4일부터 4월 13일까지 전국 유권자 2053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우편 여론조사를 해보니, ‘국회에서 헌법 개정 논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72%에 이르렀다”면서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22%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 선언 연장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어떠한 수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당초 예정한 1개월로 긴급사태 선언을 끝내지 못해 국민께 사과한다"며 긴급사태를 연장해야 하는 것은 단장(斷腸·애끊는)의 심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정권 2인자로서 위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주변 측근의 존재감은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청한 전 자민당 간부의 비서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아베 총리의 구심점이 약해지는 사이 지방 스타가 나오고 있다”며 “요시무라 지사, 고이케 지사, 스즈키 지사가 정치 지형에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명윤 통신원은 일본 영화 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전공, 다수의 한일 영화 현장에서 통역 및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 리니아 신칸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부는 마을, 오시카무라(가제)>를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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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존 2020-05-15 00:17:40
일본이 코로나를 어떻게 이겨내냐에 따라 정치 판도가 달라지겠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호주유랑자 2020-05-11 10:56:58
스즈키 훗카이도 지사가 이번 에 총리는 못되도 중앙 정치로 이동이 유력 하다는 설이 많더군요.
이번 기회로 일본이 정치 후진국에서 탈출하기를 빌어봅니다 잘읽었습니다

bearbear 2020-05-11 01:16:28
아베도 답 없지만 기회를 틈타 갑자기 툭 튀어 나온 저 사람들도 신뢰가 안 가기는 마찬가지인거 같은데.. 일본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김두한 2020-05-10 18:29:12
안녕하세요 김두한입니다 오늘도 좋은 뉴스 올려주셧네요
아베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빨리 일본을 선진국으로 바꿧으면 좋겠네요 기자님도 항상조심하시고 하루빨리 일본이 코로나에 벗어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