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크레딧 위험(Credit Risk)과 시장 위험(Market R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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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크레딧 위험(Credit Risk)과 시장 위험(Market Risk)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20.05.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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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크렌치 상황에 등장한 중앙은행 역할론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 겸 이코노미스트] 코로나19는 그간 예상하기조차 힘들었던 경제 지표나 금융시장에서의 가격 동향들을 만들었다. 우선 최근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수치로 집계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간 지표인 신규 실업수당신청건수가 그랬고, 단순히 코로나의 여파 만이라고 단정할 순 없으나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유가가 그랬다.

코로나 위기에 크레딧 시장도 충격

여기도 채권시장 관련 지표들의 당혹스러운 동향도 빠질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크레딧 시장의 동향 때문이다. 코로나 충격이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준 지 2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에서야 크레딧 경색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사태 초기 크레딧 시장은 그리 주목하거나 우려할 영역이 아니었다. 오히려 크레딧 시장이 큰 동요를 보인 것은 미국 연준(Fed)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긴급으로 금리를 2차례 인하한 이후부터였다.

이와 같은 크레딧 시장의 동향을 통해 필자는 다시 한번 크레딧 위기는 아무리 사전에 예측하려고 해도 예측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결국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 환경에서 크레딧 위험은 사전에 예측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문제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 외에는 딱히 대비책이 없다는 생각이다.

여기까지 칼럼을 읽은 독자들은 필자가 언급하는 크레딧이 특정 기업이나 채권 발행자의 재무 상황을 언급하는 범주를 넘어서고 있음을 직감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이처럼 채권 투자 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리스크 요인들 가운데 크레딧 위험이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위험 요인으로 간주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언급하려고 한다.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직면하는 위험은 크게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체계적 위험이란 채권을 매수해서 보유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위험을 의미하는 반면 비체계적 위험은 매수한 채권에 따라 어떤 투자자들은 겪을 수 있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겪지 않는 위험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체계적 위험은 채권을 매수하는 즉시 경기나 물가 상황의 변화로 채권시장 전체의 가격 체계가 달라지는 시장 위험(Market Risk)을, 비체계적 위험은 발행자 별로 서로 상이한 상환 능력 등으로 위험의 정도가 달라지는 크레딧 위험(Credit Risk)을 일컫는다.

크레딧 채권은 무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 이외 채권들을 통칭한다. 또한 크레딧 채권은 거시 환경이나 통화정책을 바탕으로 형성된 국채 금리를 토대로 개별 발행자의 신용, 업황 등이 더해진 금리 체계를 지닌다(보통 크레딧 스프레드라고 언급되는 것이다).

그러나 발행자의 상태 만을 예의주시하면 큰 문제가 없었던 즉, 비교적 평온한 상황에서의 크레딧 위험이 수년 마다 한번씩 홍역을 치를 때가 있다. 바로 최근과 같이 크레딧 시장이 단순히 한정된 발행자의 위기 만을 반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장 전체로 위험이 확대되는 경우다.

심지어 그 확대된 위험은 크레딧 시장에 머물지 않고 평소 안전하다고 평가를 받는 국채시장까지도 확산되기도 했다. 실제 3월 중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모든 가격 변수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불리던 미국 국채 역시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며 심상치 않았던 금융시장의 분위기를 나타낼 정도였다. 보통 이러한 위기는 단순한 크레딧 위기를 넘어 크레딧 크런치(Credit Crunch)로 일컬어지는데, 일각에서는 크레딧 크런치 자체를 금융위기와 동급으로 간주하곤 한다.

한국은행은 2020년 봄 코로나19 경제위기로 크레딧 시장이 경색되자 시장안정에 적극 나섰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2020년 봄 코로나19 경제위기로 크레딧 시장이 경색되자 시장안정에 적극 나섰다. 사진= 연합뉴스

'크레딧 크런치' 잠재우려는 큰 형님

그렇다면 금융위기 그 자체로 일컬어지는 크레딧 위기는 과연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발생했을 경우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크레딧의 사전적인 의미는 신용 혹은 믿음이다. 따라서 크레딧 위기란 신용이나 믿음의 위기다. 그런데 금융위기와 같은 중차대한 국면에서의 믿음은 단순히 특정 발행자의 재무 상황에 대한 범주를 넘어선다. 바로 거래에 나선 시장 참가자들이 얼마나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지체를 신뢰하느냐, 신뢰하지 못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만일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 대한 참가자들의 신뢰가 없다면 이후 시장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믿지를 못하니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고, 거래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으니 평소 문제가 없다고 생각됐던 건실한 기업이나 발행자에 대한 의심도 커진다.

크레딧 위기 국면에서 회사채 거래나 발행 자체가 극도로 어려워지는 것이나 재무적 상황이 매우 우수해 디폴트 위험이 지극히 낮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스프레드도 동시에 크게 확대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보통 개별 기업들의 재무적 위험으로 한정해서 평가했던 상황들이 크레딧 크런치에서는 단순한 크레딧 위험(Credit Risk)을 넘어 전반적인 시장 위험(Market Risk)으로 확대, 재편되는 것이다.

개별적이거나 일부에게만 국한된 위험에서 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문제가 달라진다면 해법 역시 달라지기 마련이다. 특정 발행자나 투자자로 문제를 한정할 수 없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모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큰 형님’의 등장이 필요한 데, 주지하다시피 그 역할은 이번에도 역시 ‘중앙은행’을 통해 이뤄졌다.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크레딧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중앙은행들이 발권력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사실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크레딧 위기가 일단 발생하면 그 충격과 파장은 이미 일부가 아닌 시장 전체의 문제로 단위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의 개입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크레딧 위기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을 통해 중앙은행의 새롭지는 않지만 새삼스러운 역할론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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