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IT는?] ② 사무실? 내 방? 이제 어디로 출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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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IT는?] ② 사무실? 내 방? 이제 어디로 출근하나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0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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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DT 가속화 예측
재택 근무 정착, 변화가 가져온 관성
흩어지고·뭉치고, 근무 형태의 또다른 변형
방구석 1열로 옮겨온 대중문화·예술계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코로나19 팬더믹은 전세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순식간에 탈바꿈시켰다. 비대면 방식의, 콘텐츠 중심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들이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필요성은 있지만 국내에서 코로나19 여파는 조금씩 가라앉는 추세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떤 변화가 이뤄질지 궁금증을 가진다.

특히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의 핵심 산업인 IT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비대면 생활을 가능하게 한 최첨단 기술들이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전문가들이 내다본 DT의 가속화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트렌드 예측·분석가이자 '인터넷 여왕'으로 불리는 메리 미커 본드캐피털 파트너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DT(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재택근무,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부산광역시 주관의 부산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부산 시민 행복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날 큰 여러 변화 중 비대면 접촉 증대, 빅데이터 활용 등이 선정됐다.

그러면서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일상화 되면서 공간 재설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말했다. 개인 이동성의 확산, 재택근무와 스마트 워크 증가, 접촉 완충 공간 요구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집콕족'의 증가로 온라인 문화관광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메리 미커의 예측대로, 보고서의 주장대로 많은 IT·통신기업들이 코로나19 발발 이후 본격적으로 재택근무 체제로 돌입했다. 최근 상황이 다소 누그러지자 이 회사들은 재택 근무의 부분적 정착을 비롯해 업무 공간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콘서트, 방송 이벤트, 공연 등이 전격적으로 취소된 가운데 문화계 콘텐츠들이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고, 심지어 성공적인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재택 근무 중인 뉴욕의 증권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재택 근무 중인 뉴욕의 증시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 재택·원격 근무의 정착, 변화가 만든 관성

3월과 4월은 코로나19의 확산을 피하기 위한 '자가 격리의 달'이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서 재택 근무와 원격 화상 회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됐다. 급작스럽게 도입된 방식이었지만 IT업계는 관련 인프라가 잘 되어 있기에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상황이 정돈된 후 바뀐 근무 방식이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원래대로 회귀할 것인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엔 다양한 대답이 제시되고 있다.

런던의 카스 경영대학원의 크리스 로우리 HR 명예교수는 이미 도입된 원격 업무 제도는 되돌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화가 스스로 관성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만들어진 비상 대책들 중 많은 것들이 미래에 조직에 고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인 자피어의 웨이드 포스터 CEO는 '절약'이라는 장점 때문에 재택 근무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 근무를 공간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사무실 경비도 줄일 수 있다"면서 "전면적인 원격 근무 덕분에 전세계의 인재들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의 많은 업체들도 원격 근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 일환으로 '언택트 교육'을 통해 구성원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사내 교육 플랫폼 '마이 써니'를 통해 직원들의 개인 역량 강화 뿐 아니라 효율적 재택 근무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김상호 SK이노베이션 인재개발실장은 "교육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언택트 방식 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며 "SK이노베이션은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언택트 교육을 통해 구성원 역량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 흩어지고 or 뭉치고…직무별 달라진다

그런가하면 재택 근무를 끝냈지만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근무 형태에 변화를 주는 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흩어지거나 뭉치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SK텔레콤은 최근 수도권 주요 지역에 '거점 오피스'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서울 을지로 T타워 본사 직원들의 거주지를 분석해 서대문, 종로, 판교, 분당 등 4곳에 따로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리고 향후 마포, 영등포, 관악, 서초, 강남, 송파, 강북 등 7곳을 검토해 연내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회사의 목표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 직원이 20분 내 각 거점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한다.

경기도 수원에서 서울 종로로 출퇴근하는 한 IT업계 종사자는 "업무 미팅이 판교나 강남에서 많이 이뤄지는데 본사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이동하려면 하루 최소 4시간~5시간은 길에서 보내게 된다"며 "만약 이런 시스템이 우리회사에도 도입된다면 근무와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와 정 반대로 한 곳에 뭉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게임업체들 중심으로 '헤쳐모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카카오 등은 흩어져 일하는 직원들을 한 군데로 모을 건물을 알아보거나 이사를 알아보고 있다. 신작 개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확실한 소통이 필요한데 그러면 모여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은 차기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내 성공을 위해 제주도 본사의 170여 명 직원을 모두 서울로 올려보냈다. 그리고 회사차원에서 거주비 마련 비용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거나 이사 비용을 내주고 어린이집 100% 수용 등의 복지지원을 준비했다.

넷마블은 구로에 있는 '지스퀘어'에 올 연말 이사를 할 계획이고 카카오는 판교의 한 건물을 10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엔씨는 8000억대 성남 판교구청 예정 부지의 매각 관련 사업의향서를 제출했다. 약 4000명의 직원을 모으기 위해서다.

판교에서 근무하는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바로 부서 대부분이 재택 근무를 했지만 개발팀의 경우는 장비 때문에라도 그러지 못했다. 또 개발팀과 협업하는 부서는 로테이션 출근을 하기도 했다"며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개발팀을 중심으로 한 이런 시스템은 유지할 듯 하다"고 설명했다.

증강현실(AR)이 적용된 SM엔터테인먼트의 '비욘드 라이브' 온라인 공연.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증강현실(AR)이 적용된 SM엔터테인먼트의 '비욘드 라이브' 온라인 공연.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방구석 1열, 성공적

코로나19가 바꾼 건 근무 환경 뿐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대중문화계의 지형도 완전히 뒤바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악동뮤지션, 트와이스 등 정상급 가수들의 월드 투어가 잇달아 취소됐다. 각종 연극·클래식·오페라 등의 매출은 절반으로 급감했다. 방송계는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영화들은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같은 OTT 개봉으로 옮기는 추세다.

결국 대중문화가 옮긴 무대는 '방구석'이다. 온라인을 통해 안방에서 즐기는 '언택트 공연'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년여 간 진행한 월드 투어 관람객은 206만여 명이었다. 그런데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해당 콘서트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나 다큐멘트리 등 파생 콘텐츠 관람객은 두 배가 넘는 460만명이었다.

이에 빅히트는 지난달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를 개최했다. 응원봉을 영상과 연동시켜 컴퓨터 앞에서도 공연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시켰다. 거의 하루 종일 진행된 영상의 조사회는 5060만건,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24만명이었다.

또다른 대형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플랫폼 협약을 맺고 지난달 온라윤 유료 콘서트 '슈퍼엠·비욘드 더 퓨처'를 개최했다. 이 공연은 109개국에서 오프라인 공연의 몇 배에 달하는 7만5000여 명이 즐겼다. 관람료 3만3000원으로 입장 수입만 간단히 계산해도 24억7500만원이다.

대중 문화 뿐 아니라 순수 예술 장르도 온라인 진출을 모색 중이다. 서울시립 교향악단은 SNS 생중계를 통해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을 공연했고, 세종문화회관도 '오페라 톡톡 로시니', '놋' 등의 공연을 열었다. 예술의 전당의 스트리밍 공연 'SAC On Screen'은 2주간 6만3654명이 관람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언택트 공연'이란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이 방향이 기존의 오프라인 공연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 어렵다는 평가다.

한 대중문화 관계자는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의 수익성을 대체한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다. 많은 기획사들이 월드투어에 수익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온라인은 접근성이 훨씬 좋고 인원도 비교가 어려울 정도기 때문에 기회인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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