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무역적자 어떻게 볼까...'희망'마저 꺼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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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무역적자 어떻게 볼까...'희망'마저 꺼지진 않았다
  • 문주용 기자
  • 승인 2020.05.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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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수출 24% 급감…99개월만에 무역흑자 행진 멈춰
물량보다는 단가 하락 주된 영향…K-방역 제품 수출 호조 지속
중국 수출 회복세 유지...중간재·자본재 수입도 덜 줄어
수출 화물이 대기하고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사진= 연합뉴스
수출 화물이 대기하고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사진=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4월 수출이 급감, 무역수지가 99개월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수출이 회복세를 보인데다, 내수를 위한 중간재 수입이 꺾이지 않아 '불황형 적자'는 아니라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4월 수출입동향을 발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 조업일수 감소, 역기저효과 등의 요인으로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2천만달러에 그쳤다고 1일 밝혔다.

이는 2016년 2월 359억3천만달러 이후 4년 3개월만에 최소치다.

수입은 15.9% 하락한 378억7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제조업 공장 가동이 중단된 미국, 유럽 등과 달리 국내 제조업은 셧다운 없이 정상 가동하면서 중간재와 자본재가 꾸준히 수입돼 수출 대비 하락 폭이 덜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9억5천만달러 적자를 내면서 99개월 만에 흑자 행진을 멈췄다.

무역 적자이지만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볼수는 없다는 평가다.

수출면에서는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주요 시장이 모두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전 지역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EU 수출은 유럽 각국의 제한 조치에 따른 수요 위축과 생산 감소로 4월 일평균 수출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2억달러에 머물렀다.

그러나 대중 수출은 회복세를 지켰다. 대중 수출은 중국 내 조업 중단으로 2월 일평균 수출이 10년 만에 처음 4억달러(3.93억달러)를 밑돌았으나 3∼4월 들어 확산세가 둔화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일 4.64억 달러 수준을 보였다. 중국의 제조업 공장가동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우리 대중수출도 점차 늘어나는 반가운 모양새다.

미국이 일평균 수출이 3월 3.1억달러에서 2.4억달러, EU 2.1억달러에서 2.0억달러, 아세안 3.2억달러에서 2.6억달러로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수출 감소가 물량 감소보다는 수출단가 하락에 더 많은 영향 받은 점도 분별해야 할 부분이다. 국제유가 급락 등의 원인으로 수출단가는 15.0% 하락했는데, 수출물량은 11.0% 줄었고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2.9%에 그쳤다.

예컨대 석유제품은 수출물량이 늘었지만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출액이 56.8% 급감했고, 석유화학 역시 33.5% 감소하기도 했다. 

품목별로는 공급과 수요 충격으로 자동차와 차부품이 -36.3%, -49.6%로 감소폭이 컸고 반도체-14.9%, 철강 -24.1%, 스마트폰 -43.6% 감소했다.

반면 한국산 방역제품 수요 확대로 바이오·헬스 수출은 29.0% 늘었고 재택근무 확산 등에 따라 컴퓨터 수출은 99.3% 급증했다.

산업부는 "한국 수출은 2월에 14개월 연속 수출 부진의 고리를 끊었고 3월에는 코로나19 영향에도 비교적 선방했지만, 3월 중순 이후 발생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강력한 록다운(봉쇄령)과 공장 셧다운(일시적 가동정지)으로 4월 수출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입면에서는 민간소비와 국내생산에 기여하는 자본재·중간재 수입이 계속 유지돼 불황형 무역구조는 아니라는 평가다. 

산업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국 제조업은 주요국에 비해 정상 가동하는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 감소율이 낮아지면서 적자가 발생했다"면서 "국내 제조업이 정상 가동 중이고 주요국 대비 내수 여건도 나쁘지 않아 '불황형' 적자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불황형 적자일 경우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크게 부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요 품목중에 원유(-47.3%), 가스(-11.5%), 석탄(-26.7%) 등 에너지의 수입감소는 높게 나타난 반면, 자동차(12.1%), 컴퓨터(12.8%), 휴대폰(9.6%) 수입은 오히려 증가했다.

또 중간재중에서 차부품(-8.8%)은 국내공장 정상가동, 내수판매 호조, 부품수급 안정을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확보 등으로 수입 감소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반도체(-13.5%) 역시 대부분 국내 기업이 후공정(패키징, 테스트)을 위해 수입하는 물량으로 국내 공장 정상가동에 따라 수입 감소폭이 적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복합 위기에 따른 글로벌 생산 차질, 이동제한 및 국제유가 급락 등에 따라 4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면서도 "한국은 성공적인 방역국이자 안전한 생산·공급기지로 주목받고 있어 코로나19 글로벌 진정세가 확산하면 수출이 다시 반등·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4월 무역수지 적자는 수입보다 수출 감소 폭이 더 커서 나타난 현상이며 국내 제조업이 정상 가동되는 데 필요한 자본재·중간재 수입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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