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포르메] 5월 '봉쇄 완화'로 중대고비 맞은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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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포르메] 5월 '봉쇄 완화'로 중대고비 맞은 스페인
  • 최지윤 스페인 마드리드 통신원
  • 승인 2020.05.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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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경제침체...12년전 경제위기 회복도 안된 스페인
봉쇄완화 등 '뉴노멀' 성공을 위해 나섰지만 불안감 여전
5월 봉쇄완화 시작...스페인 포함 유럽 '뉴노멀' 전환 변환기 맞아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세계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두번째로 많은 스페인은 지난 3월 14일부터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돼 전 국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4월 28일 ‘뉴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일상’을 언급하며 봉쇄 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총 4단계로 구성된 이 계획을 통해 스페인 정부는 새로운 일상에 한 걸음 다가가고자 노력있는 중이다.

스페인 보건 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주 목요일(4월30일) 사망자 수는 268명으로, 지난 3월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평균 300명의 사망자 수를 기록하던 지난 주에 비해서도 감소한 수치다. 또한, 총 11만 2050명의 환자가 완치돼 퇴원했다.

그러나 산체스 총리는 “지난 몇 주간 우리 모두의 노력 끝에 성취한 바는 크지만, 바이러스는 여전히 잠복하고 있으며, 서로를 살피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대국민 담화를 통해 봉쇄 완화 계획을 발표하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 사진=elpais.com
대국민 담화를 통해 봉쇄 완화 계획을 발표하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 사진=elpais.com

불가피한 '봉쇄 완화' 조치...그러나 불안감

현재 스페인의 코로나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확진자가 2천명 이상 발생하는 이 시점에 봉쇄를 완화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결정이라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약 6주간 스페인의 모든 경제가 완전히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상으로의 복귀가 불가피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2008년 극심한 경제 위기로 추락한 지 12년 만에 스페인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새롭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아직 스페인은 이전의 경제 위기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는데 또 다른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스페인 일간지(La Vanguaria)는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약 28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14.4%까지 치솟아 실업수당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덧붙여, 올해는 실업률이 21% 가까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스페인 통계청(INE)이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에 5.2%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스페인 경기 침체가 심각했던 지난 2009년 1분기에 GDP가 2.6% 감소했는데,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분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학자 및 역사학자들은 이를 스페인 내전 이후 약 1세기 만의 가장 큰 폭락이라고 일컫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은 지난해에 하반기의 경제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2%의 성장을 보이며 마감했고, IMF(국제통화기금) 역시 2020년에 1.6%의 긍정적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IMF의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 GDP는 8% 감소하고, 실업률은 20.8%로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은행 BBVA는 국가비상사태 이후 소비는 절반으로 줄었고 운송, 숙박, 무역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 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 역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4세 미만 어린이들의 외출이 허용된 지난달 26일, 한 어린이가 힘차게 뛰어놀고 있다. 사진=elpais.com
14세 미만 어린이들의 외출이 허용된 지난달 26일, 한 어린이가 힘차게 뛰어놀고 있다. 사진=elpais.com

'뉴노멀' 성공에 총력 다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경제 회복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뉴노멀’을 위해서도 어려운 걸음을 시작했다. 봉쇄 완화 조치의 1단계를 5월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지만, 산체스 총리는 지난달 26일부터 14세 미만 어린이들의 외출을 제한적으로 허용, 봉쇄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발표 첫날, 정부는 완화 계획에 대한 세부 사항을 발표하지 않아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어린이 외출이 허용된 지난 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은 가족들이 여럿 발견되자, 이에 뒤늦게 스페인 보건 당국이 야외 활동에 대한 규칙과 연령별 외출 가능한 시간대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마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자유’를 중시하는 스페인 국민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으로, 발표된 시간대마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스페인 정부가 발표한 ‘외출 가능 시간’ 그래프. 사진=elpais.com
스페인 정부가 발표한 ‘외출 가능 시간’ 그래프. 사진=elpais.com

예를 들어, 14세 미만 어린이들은 동반자와 함께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외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때는 많은 부모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70세 이상 노인들과 장애인들의 외출 가능 시간을 하루 3시간으로 제한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봉쇄 완화를 강행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결과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페르난도 시몬 질병통제국장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지역의 완화 계획은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복잡하며, 계획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지역별로 완화 시기와 방법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흔들리는 산체스 총리 리더십

산체스 총리는 또 ‘소통 부재’로 국민과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재 스페인의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인정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구제금융의 필요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의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의원들은 산체스 총리가 제시한 완화 대책에 대해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대표들은 정부가 계획을 세우기 전에 야당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의회에서 발표하는 국민당(PP) 대표 파블로 카사도. 사진=economiadigital.es
의회에서 발표하는 국민당(PP) 대표 파블로 카사도. 사진=economiadigital.es

제1 야당인 국민당(PP) 대표 파블로 카사도는 산체스 총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거짓된 내용을 발표한 데에 책임이 있으며, 다음 투표에서는 국민당 모두가 기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국민당과 극우 정당 VOX소속 의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발생한 사망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에 산체스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단계적인 봉쇄 완화 계획을 통해 6월 말에는 경제 정상화 및 봉쇄령을 완전히 해제하겠다고 선언한 산체스 총리. 5월은 유럽내 코로나 사태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뉴노멀’로의 성공적인 변환점을 맞이할 지가 최대 관심이다.

● 최지윤 통신원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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