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잃은 유가 시대]①작은 뉴스에도 폭락하는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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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잃은 유가 시대]①작은 뉴스에도 폭락하는 국제유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5.0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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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변동성 지수 사상 최고 수준..2월 대비 4배 치솟아
저장시설 부족에 마진요건 강화 등 악재 '산재'
수급 불안정한 탓에 작은 뉴스에도 일희일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무서울 정도다. 작은 이슈에도 하락폭을 키우거나, 혹은 서둘러 낙폭을 거둬들인다. 20%대 출렁임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로 큰 부침을 보이고 있다.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것은 그만큼 기초체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국제유가에서 기초체력이란 균형을 이루는 수급 상황을 의미할 것이다. 코로나19와 유가 전쟁이 겹치면서 수급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국제유가 시장은 이제 작은 이슈에도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유가. 국제유가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당장은 저장시설 부족...길게는 경제 활력 부족 

지난 20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무려 300% 폭락하면서 사상 첫 마이너스권에 접어들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43%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고, 이후 20%대 등락을 거듭했다. 28일 장 중에도 20%대 하락세를 보이다가 막판 3%대로 낙폭을 줄이며 거래를 마쳤다. 20%대 등락은 거의 매일 접할 수 있는 뉴스가 됐을 정도다.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OVX 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OVX(Crude Oil ETF Volatility Index)는 198.77까지 치솟으며 2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OVX 지수는 2월28일 51선에 머물렀지만 불과 두달만에 4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유가의 변동성이 이토록 커진 배경에는 저장시설의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남아도는 원유를 저장하는 시설이 대부분 꽉 차버린 상황. 육상 저장시설은 물론 바다 위를 떠도는 유조선, 심지어 지하 소금동굴까지 개조해 원유를 비축하고 있지만, 남아도는 원유를 보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저장시설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은 WTI와 브렌트유의 흐름에서도 알 수 있다. 해상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는 유조선을 통한 접근이 가능해 그나마 저장시설이 유연한 편이지만, 내륙 깊숙한 곳에서 뽑아내는 WTI는 육지 저장시설을 이용해야만 한다. WTI의 인도지점이자, 파이프라인의 교차로로 알려진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저장 시설은 이미 거의 찬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 저장시설 능력은 3주 안에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3주가 지나 더 이상 저장할 곳이 없다면 생산량을 급격히 줄이거나, 최후의 단계인 유정을 폐쇄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산유량의 20%에 달하는 유정 폐쇄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바로 경제 재개다. 경제가 다시 움직이면서 원유
수요가 만들어진다면 꽉 차 있는 저장시설의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그래서 유가가 경제 재개 소식에 웃고 울며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OVX(Crude Oil ETF Volatility Index).
시카고 상품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OVX(Crude Oil ETF Volatility Index).

석유 선물시장내 변화도 변동폭 키워  

일부 언론은 단순히 저장시설의 부족이 악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변동성이 극대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기초체력이 약하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한데, 이는 공급과 수요의 밸런스가 깨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수급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인 만큼 저장시설은 하나의 악재일 뿐, 시장 방향성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저장시설의 부족과 함께 또 하나의 악재로 거론되는 것은 바로 석유거래에 대한 마진요건이 인상된 점이다.  

미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은 지난 23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WTI 선물 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24일 마감 이후부터 17.6%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WTI 6월물 증거금은 8500달러에서 1만달러로 올라가게 됐다. 

원유 선물 1계약은 원유 1000배럴을 의미한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마진 요건인 1만달러를 맞추기 위해서는 WTI 가격이 배럴당 10달러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CNBC는 "만일 WTI 가격이 배럴당 10달러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이는 마진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진콜이란 손실이 발생해 증거금이 부족할 경우 증거금을 채워넣도록 고객에게 요구하는 일이다. 만일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해당 포지션은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된다. 

CNBC는 "마진콜이 발생하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매도가 불가피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매물로 가격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 28일에는 'S&P 다우존스 인디시즈(S&P Dow Jones Indices)'가 지수구성 종목인 WTI 원유 선물 6월물을 7월물로 조기 교체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즈는 'S&P GSCI 크루드 오일 인덱스 엑세스 리턴 지수(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 지수)'를 산출하는데, 이는 한국 KODEX WTI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이기도 하다. S&P 등 지수 사업자의 지수 변경은 이를 추종하는 ETF의 '6월물 매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KODEX WTI 원유선물(H)의 보유 종목 중 WTI 원유 선물 6월물을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 ETF이자 자산이 40억달러가 넘는 USO 역시 최근 포트폴리오를 개편했다. USO의 경우 근월물에 100% 투자한 후 만기 이전에 이를 차근원물로 갈아타는 '롤오버' 방식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원월물이 근월물보다 훨씬 비싸지는 극단적인 콘탱고 상황이 벌어지자, 보유계약의 20%를 근월물이 아닌 차근원물에 투자하는 것으로 운용방식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USO는 지난 20일 기준 NYMEX에서 거래되는 6월 인도분 WTI의 24%에 해당하는 1억3700만배럴을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펀드다.

초대형 펀드가 6월분의 20%를 매각하겠다고 밝힌데다, S&P 역시 6월물을 7월물로 교체하겠다고 나선 것 역시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즈호증권의 폴 샌키는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석유의 선물 시장에서 근월물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추가적인 변동성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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