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밥캣을 포기할 수 있을까?...가능성도, 효과도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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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밥캣을 포기할 수 있을까?...가능성도, 효과도 크지 않아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4.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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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캣 매각 가능성 높지 않아... 그룹이 포기하기 어려울 것
밥캣 지분중 47%가 담보로 잡혀 있어...매각 이익 크지 않아
두산, 어렵게 인수후 정상화시켜 애정 남달라...다른 자구안부터
사진제공=두산그룹
사진제공=두산그룹

[오피니언뉴스=유호영·손희문 기자] 두산그룹이 지난 27일 경영정상화를 위한 내용을 담은 최종 자구안을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은 두산이 제출한 최종 자구안 내용을 검토한 결과 그간 제시해온 구조조정 원칙에 부합하며, 자구안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수용했다. 

두산그룹은 이번 자구안에 자산매각, 제반 비용 축소 등 자구노력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두산중공업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자구안에 매각 예정 계열사가 명시된 사실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계열사 등 자산매각에 대한 추측이 확산되는데 있다.

두산그룹, 매각 예정 계열사 특정 짓지 않아

채권단은 사전에 정보가 흘러나갈 경우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자구안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슈에 따라 주가가 변동하게 될 경우 향후 매각안 등 구조조정 계획이 틀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매각 대상으로 솔루스, 퓨어셀, 인프라코어, 밥캣 등이 거론되는 것은 현재까지 세부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의 추측으로 보고 있다. 두산이 입장자료를 통해 밝혔듯이 그룹 차원에서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한 만큼 우선 추이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 또한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는 매각대상들에 대해선 두산의 요청도 있었고 내부 협의를 통해 자구안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만큼 확실히 확인해주긴 힘들다"면서 "자구안의 경우는 절차가 어느정도 진행된 후 명확한 부분이 결정되면 순차적으로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제일 시급한 부분은 재무구조 및 실적 개선이다. 이를 위해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이 당장 자본유출을 방지하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이란 예상이다.

두산그룹, 비핵심자산 매각 가능성은 어느정도

당초 업계에선 두산중공업이 두산그룹이 보유한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유상증자를 거쳐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따라 두산솔루스, 두산건설, 두산퓨얼셀, 두산메카텍, 두산산업차량 등이 잠재매물로 언급됐다. 

두산솔루스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소재·기술을 개발하고 대기업 위주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판매하고, 전기차배터리 동박·전지박을 LG화학 등 대기업에 공급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프라이빗 딜 형태로 두산솔루스 인수 협상을 진행했지만 서로간의 매각가격 이견이 줄어들지 않아 무산됐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의 기업가치를 최소 1조원 이상으로 봤고 스카이레이크측은 2000억원 가량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의 경우 시장의 평가가치가 높지 않다보니 매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두산건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생긴 손실과 1600억원에 달하는 미분양 손실을 복구하지 못해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두산그룹이 유상증자, 주식 교환 등으로 수혈한 자금이 10년간 1조원이 넘는다.  

대규모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데다 주택건설 경기에 대한 어두운 전망 또한 두산건설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이유로 꼽힌다.

또다른 주요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수주 1조원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보였고 업계에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수주를 예상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건물 및 주택 발전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친환경 에너지 설비 제조 기업으로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아 비교적 매력적인 매물로 꼽히지만 기업가치가 1조원 이하로 아직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이라며 "아직 매물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판단하긴 이르지만 두산이 유동성 확보에 서둘러야 하는 만큼 제 가격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이유로 두산그룹 주요 매물의 매각 절차가 쉽게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다보니 일각에선 현재 두산그룹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내는 두산밥캣까지 매물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두산밥캣, 두산그룹 '캐시카우' 내놓긴 힘들 듯

당초 두산그룹은 자구안 논의 과정에서 두산밥캣을 매물로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두산밥캣은 ▲건설 ▲임대 ▲산업 ▲농업 ▲토목 공사 ▲공공사업용 소형장비의 설계·제조· ·마케팅·판매 분야에서 미국시장 선두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두산밥캣이 구축하고 있는 딜러 네트워크는 북미 755개, EMEA(유럽·중동·아프리카)에 217개, 중남미 68개, 중국 15개, 동남아시아 12개 등이다. 특히, EMEA 딜러 중 두산밥캣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은 176개나 된다.

두산밥캣은 지난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잉거솔랜드 건설기계 사업부를 5조7000억원에 인수한 회사다.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실적이 급락했고 인수자금도 차입으로 조달한 터라 인수 초기엔 유동성 위기가 지적됐다. 

그러나 2011년 흑자 전환 후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왔고 2018년 중국 건설시장 호재와 미국 건설경기 회복으로 호황을 누리며 이후 두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했다. 

두산밥캣은 작년 4조5096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전년대비 13.6%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4770억원으로 전년대비 3.5%, 당기순이익은 2721억원으로 2.9% 상승했다. 지난해 두산그룹의 영업이익 1조2619억원 중 3분의 1이상을 두산밥캣이 책임진 셈이다. 

29일 발표된 두산밥캣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7.6% 감소한 868억원을 기록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잠시 주춤했을 뿐 2분기 'V자 반등'을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018년을 기점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는 유로존의 건설경기와 중국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증가가 향후 두산밥캣의 실적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두산밥캣은 신제품 판매 본격화와 지속적인 신모델 출시 및 세계시장 경쟁력 강화를 경영전략으로 세워 매출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건설업계에서 이미 주요하게 사용하고 있는 스테디셀러인 코어(core)제품과 신제품간의 시너지 확대를 통해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그룹의 '캐시카우'이자 미래 성장성이 주목되는 기업을 두산 입장에선 매물로 내놓기 아까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산밥캣의 주요제품 컴팩트 트랙 로더 (Compact Track Loaders). 사진제공=두산밥캣

만약 두산밥캣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만족할 만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도 두산그룹이 매각을 꺼리는 이유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미 두산밥캣 주식 중 상당부분은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다. 현재 두산밥캣 주식 약 8.2%는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 관련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소송 보증금 성격으로 질권 설정돼 있다.

또 22.8%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해외 사채 6억달러 담보로 잡혀있다. 나머지 지분 중 16.3%는 산업은행 등 8개 금융사로부터 빌린 3500억원 규모의 원화대출 담보로 제공됐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가지고 있는 밥캣 지분 51.05%중 최소 47%가 담보로 들어가 이미 1조원 이상 빌려 쓰고 있는 만큼, 매각이 본격 시행되더라도 자금확보가 쉽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두산그룹이 두산밥켓을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은 추측일 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이 전체 그룹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자산을 매물로 내놓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모두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대책이 필요하면 마지막 카드로 쓸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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