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고 쫓기는' 삼성전자-TSMC...비메모리 반도체 '나노 전쟁',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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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삼성전자-TSMC...비메모리 반도체 '나노 전쟁', 승자는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4.28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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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7nm 이하 미세공정 가능한 유이한 업체
2nm·3nm·5nm 영역 앞서거니 뒷서거니
글로벌 점유율은 TSMC가 삼성의 약 3배
삼성, 팹리스 병행하는 태생적 한계가 걸림돌
최근 구글과 차세대 칩 협력 중인듯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룡'인 TSMC와 삼성전자의 '나노 전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현재 7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을 가지고 있는 유이(唯二)한 업체들로 새로운 기술 개발과 양산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1위 TSMC는 도망가기 위해, 2위 삼성전자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차세대 공정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먼저 초격차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시장의 판도는 지금과 다르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nm·3nm·5nm…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TSMC·삼성전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TSMC가 최근 사업보고서를 통해 2nm 공정 연구개발을 시작했으며, 2nm 이상의 노드에 대한 연구 및 탐색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류더인 TSMC회장이 2nm 공정을 연구개발 중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그리고 6개월 여 만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TSMC는 약 7조 8600억원을 들여 대만 신주의 과학기술단지에 2nm 공장을 짓는다. 오는 2024년 생산을 목표로 한다.

대만의 디지타임즈는 "TSMC가 파운드리 R&D에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의 추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nm 공정은 TSMC가 한발 먼저 시작했지만 3nm 공정은 삼성전자가 앞서 있기에 이같은 평가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처음으로 3nm 공정에 필수인 GAA(Gate-All-Around)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동시에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를 대상으로 공정설계 키트를 배포하면서 지난 1월 최초 개발을 공식화했다.

TSMC는 이달 말 3nm 공정기술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IT전문매체 기즈차이나는 "코로나19 여파로 8월 말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시험생산 일정도 6월에서 10월로 미뤄졌다.

양사 모두 3nm 반도체 양산 시점을 2022년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TSMC가 공정 스케줄을 연기해 삼성전자가 승기를 잡기 위해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강상구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3nm 공정을 먼저 양산할 경우 팹리스 업체로부터 최신 반도체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5nm 공정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가까운 미래로 다가온 영역이다.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차세대 5G 스마트폰들이 5nm 공정의 프로세서를 탑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TSMC가 앞서는 모양새다. TSMC는 올 연말 출시되는 애플의 '아이폰12'에 탑재될 A14 바이오닉 칩 5nm 공정에서 2분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또 AMD, 하이실리콘 등을 5나노 공정 고객사로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월 EUV 기술을 기반으로 한 5nm 공정개발에 성공했다. 7nm 대비 로직면적은 25% 줄이면서도 전력효율은 20%, 종합 성능은 10% 끌어올렸다. 다만 5nm 생산 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은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된다.

양사는 퀄컴의 X60 생산 계약을 나란히 수주했다. 퀄컴의 3세대 5G 모뎀 칩 X60은 밀리미터파 및 6GHz 이하 등 여러 주파수를 지원하며 5G 구현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올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기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3나노 공정기술 관련 보고를 받고,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사장단과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경기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3나노 공정기술 관련 보고를 받고,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사장단과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 탈환? 태생적 불리함 안은 삼성전자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의 글로벌 절대 강자다. 하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선두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비메모리의 시장 규모와 성장성은 메모리에 비해 훨씬 크다. 전체 반도체시장 매출의 70%가 비메모리 분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IT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은 2022년 3747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향후 4차산업시대 비메모리의 핵심인 AI용 반도체 시장규모는 같은 기간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그 중 설비에만 60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TSMC를 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TSMC는 이 분야에서 굳건한 글로벌 1위 업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4.1%를 차지해 삼성전자의 15.9%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특히 지난해 1분기 대비 TSMC는 3%포인트 올랐고, 삼성전자는 3.2%포인트 떨어져 격차는 더 벌어졌다.

문제는 두 회사의 태생적 성격이다. TSMC는 철저히 위탁생산만 하는 업체지만 삼성전자는 설계까지 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영역에서 수주에 불리한 점을 안고 있다.

TSMC의 모토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이다. 때문에 애플,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과 오랜 시간 고객사로 관계를 맺고 있다. 

반면 삼성은 '엑시노스'라는 자체 AP을 설계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과 고객관계이면서도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전체 반도체 글로벌 매출 1위인 인텔은 2022년 도입하는 7nm급 GPU를 TSMC에 위탁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와 애플은 2015년부터 독점계약을 맺었고, 애플은 올해 계약이 끝났지만 다시 A14칩 생산을 TSMC에 맡겼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인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지난해 TSMC 매출의 10%를 책임졌다. 퀄컴은 현재 양사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아 번갈아 파트너로 선택하고 있다. 

강상구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TSMC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력 면에서 대등한 수준"이라면서도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팹리스의 기술 유출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코드명 '화이트채플'로 알려진 차세대 칩 생산 및 설계에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악시오스
최근 삼성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코드명 '화이트채플'로 알려진 차세대 칩 생산 및 설계에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악시오스

◆ 구글과 손잡은 삼성전자, 코드명 '화이트채플'

삼성전자에도 호재는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의 자체 모바일 AP 제품 개발을 함께 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구글은 내년 초 자사의 픽셀폰에 사용되고 이후 크롬북에 상할 수 있는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코드명 '화이트채플'로 알려진 이 칩은 삼성전자의 5nm 공정을 사용해 구축되는 8코어 ARM프로세서로 추측된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뿐 아니라 설계까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구글 픽셀폰의 메인 프로세서는 퀄컴의 칩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마치 애플이 A시리즈 칩으로 자체 최적화를 구현했듯, 구글도 자사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미국IT매체 더 버지는 "이는 퀄컴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스마트폰에 AP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는 글로벌 모바일 OS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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